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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반응이 궁금한 첫 영화’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입장에서 김지영의 상황을 100% 공감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지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화제작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으로 관객 앞에 선 배우 정유미의 솔직한 답이다. ‘지영’이라는 인물보다 사람에 대한 공감이 컸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읽은 후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을 그리고 가족을 돌아봤다는 정유미, 가족의 반응이 궁금한 첫 영화라고 털어놓는다.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를 본 소감은. 개인적으로 원작의 장단점을 발전적으로 보완한 인상이다.
원작이 지닌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영화로 입체적으로 구현한 것 같아 만족한다. 원작과 결이 비슷하게 나와 다행인 것 같다.

소설이 냉소적이라면 영화는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희망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동안 여러 장르의 작품을 하면서 이런 실생활 드라마는 긍정적이고 따뜻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장르물이 그 속성에 맞춰 재미를 추구한다면 이렇게 사람으로 다가간 영화는 희망을 보여줬으면 좋겠는 거지. 그게 영화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혹자는 원작과 다른 결이라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원작이 워낙 지지와 비난 사이에 견해가 팽팽하게 갈렸었다. 참여에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배우를 떠나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내는 용기 있는 분들을 존경하고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움직인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긴 힘들지만 말이다. 그럴 때마다 배우라는 직업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보편성을 지닌 시대의 얼굴을 연기하는 데 있어 부담감은 없었나.
캐릭터가 상징하는 이미지보다 내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이건 다른 역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면서 늘 가지는 부담감이다. 연기를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항상 있다.

시나리오를 받고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떤 점이 그런가.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책(시나리오)이 있는가 하면 중간에 읽다 덮고 다시 읽게 되는 책도 있다. 매번 느낌이 다른데 이번엔 다 읽고 나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생각을 가다듬게 되는 이야기였다. 현재 내가 어디에 있고 나는 누구인지 묻게 되면서 가족이 생각났다. 나는 과연 어떤 딸인지 자문하게 되더라.

자문해 보니 어떤 딸이든가. (웃음)
가족에게 무심한 편이다. 고향(부산)에서 올라와 일찍 독립했고 주변에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다 보니 별로 챙기지 못했다. 내 일을 이해하고 지켜봐 주는 가족에게 미안하면서 고맙다. 살가운 표현을 잘 못 해 문자 보낼 때도 주로 이모티콘으로 대신하는 식이다. (웃음) 이번 영화를 어떻게 볼지, 또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 가족의 반응이 궁금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지영’이 겪는 여러 불합리한 상황에 공감되는 부분과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일각에선 가능한 모든 차별을 한 사람에게 집중했다는 비판의 시선도 분명 있다.
결혼도 육아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인물에 너무 공감됐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영’에 대한 공감보다 사람에 대한 공감이 컸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내 주변을 돌아보고 또 주변에 그녀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

‘김지영’을 표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시나리오가 워낙 탄탄했기에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었다. 간혹 다가오지 않는 부분은 소설을 찾아보면서 그 감정을 익혔고 다음 날 감독님과 이야기 나눈 후 촬영에 들어가곤 했었다.

아이를 안는 동작 등 육아하는 모습이 아주 익숙해 보이더라.
그래 보였다니 다행이다. 감독님이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매우 자세하게 알려주셨다. 손목에 찬 아대 같은 것도 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이유식 먹일 때 솔직히 그 정도로 옷이 더러워지는 몰랐는데 실제는 영화 속 모습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하더라. 그런 것들이 모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또 아이가 갓난아이가 아니라 내가 안으면 촥 감아 안겨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극 중에서나마 육아를 경험했는데, 워킹맘의 고단함이 느껴지던가.
잠깐 해본 경험으로 가타부타 말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현장에 아기 어머니가 함께 계셨고 아기의 생체리듬에 맞춰 촬영했었다. 낮잠 자는 시간이면 우리는 다른 촬영하는 식이었는데 중간중간 그 어머니께 어떻게 이렇게 잘 케어하시냐고 물을 정도였다. 과장일 수 있겠지만 매 순간이 감동이었다.

남편 역의 공유 배우와는 <도가니>(2011), <부산행>(2016)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다.
처음 만나는 배우와도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하는 게 배우의 몫이겠지만, 아무래도 함께 했던 상대라 편한 게 있다. 이번에는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생각과 결이 비슷해서 좋았다. <도가니>와 <부산행>과 달리 직접적인 호흡은 처음인데 또 같이 촬영한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난 주로 아기와 촬영해서 꼭 회사 간 아빠 기다리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가끔 오빠(공유)가 촬영장에 오면 아주 반가웠다. (웃음)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영화는 ‘82년생’ 김지영뿐만 아니라 윗세대 여성이 경험한 보편적인 상황을 담고 있다. 특히 남자 형제들을 위해 희생당했던 지영의 엄마 ‘미숙’(김미경)의 사연이 그렇다. 지영이 외할머니에 빙의해 ‘미숙아’ 하며 엄마를 부르는 장면에서 눈물 나더라.
당시 공간과 조명을 비롯해 분위기가 조성돼 나 역시 정말 그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김미경 선생님과는 처음 연기했는데 정말 엄마 같았다. 선생님께 직접 표현은 못 했지만 엄마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았고, 촬영하면서 크게 의지했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혹은 울컥한 장면을 꼽는다면.
정말 좋아하는 게 있었는데 편집됐다. 지영의 남편(공유)과 엄마(김미경)가 ‘지영’에 대해 또 서로의 엄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장면으로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어떻게 촬영할지 궁금했고 울컥했는데 영화 속에서 보지 못해 아쉽다.

극 중 ‘김지영’은 부당한 대우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보다 삼키는 편이다. 실제는 어떤가. 또 일하면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경험했는지.
상황에 따라 참을 때도 누를 때도 있다. 배우 일을 하면서 성별로 차별받은 기억은 없다. 남녀 역할이 달라 배역을 놓고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웃음)

계속 참기만 하던 김지영이 후반부 ‘맘충’이라는 소리에 비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빙의 돼 타인의 목소리를 빌리는 것이 아닌 최초다.
그전까지 관객은 계속 김지영의 속내를 미루어 짐작해야 했다. 그간의 답답함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기에 이를 충족시키는, 어느 정도 영화적 장치에 해당하는 장면이다. 무언가 속시원하게 보여준다고 할까. 아마 그 장면이 없었다면 관객이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평소 연기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현장성이 강한 편인가. 또 이번엔 어땠나.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인데 최대한 단순해지려고 한다. 그래야 주변 이야기가 들리고 거기에 반응할 수 있더라. 물론 기술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숙지하고 들어간다. 초기에는 감정에 기대 주로 연기했는데 그러다 보니 힘든 부분이 생기고 어느 순간 지치게 되더라. 지금은 최대한 비우고 단순해져서 연기하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려 한다. 가령 어떤 연기 주문이 들어올 때 예전에는 그 이유를 물었다면 지금은 일단 해보겠다고 답한다.

소설을 잃은 소감은. 또 원작자인 조남주 작가와 만나 작품 관련 이야기를 나눴는지.
소설은 성별 구별 없이 여러 사람이 나눴으면 하는 이야기였다. 작가님이 영화 시작 전 지낸 고사에 참석해 잘 찍어 달라고 하셨는데 되게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또 당시 서효인 시인이 축시를 주셨는데 그게 너무 좋아서 대본 앞에 붙여 놓고 집중 안 될 때마다 읽었었다. 한번 읽어줄까?(웃음)

부탁한다. (웃음)
‘김지영을 찾아서’… 서효인. 당신의 이름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신의 이름과 타인의 이름, 흔한 이름과 낯선 이름…(이하 생략)

2004년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데뷔해 그간 40여 편이 넘는 작품을 꾸준히 해온, 30대 배우의 대표 주자가 아닌가 한다. 그 시간을 돌아본다면.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좋은 스태프와 만나 작업했고, 안 좋은 경험을 했더라도 그런 것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됐다고 본다. 그동안 흥행이 됐건 안 됐건 일적으로 만족도가 매우 높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관심 분야가 있다면.
요즘 궁금한 게 프리다이빙이다. 작년에 스킨스쿠버를 잠시 했는데 장비가 너무 무거워 힘들었다. 찾아보니 프리다이빙은 장비 없이 하는 거라 이번 홍보 끝나면 배워볼까 한다.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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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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