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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는 이병헌과 함께! <백두산> 이병헌
2019년 12월 23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흔히 멜로, 액션, 코믹 등 모두 장르가 가능한 배우로 손꼽히는 이병헌. 발군의 연기는 기본이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소위 ‘소처럼’ 일하는 성실한 배우다. 사람이 살면서, 짧게는 하루 동안에도 멜로, 코믹, 액션 등을 모두 경험하기에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그이지만, 그럼에도 끌리지 않는 장르가 있다고 한다. 바로 호러와 재난물인데,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을 다룬 <백두산>에서 북한 스파이 ‘리준평’으로 분해 드디어 재난 영화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재난물이지만, 버디무비적인 성향이 좋았다고 말하는 이병헌, 연말에는 <백두산>으로 연시에는 <남산의 부장>으로 관객에게 부지런히 인사한다.

CG 등 후반작업이 많은 영화라 촬영 때와 또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완성본을 본 소감은.
사실 촬영하면서는 이야기에 충실해 그 안에 빠져 있어 영화의 규모를 크게 느낄 수 없다. CG와 특수효과가 입혀진 것을 보니, 특히 스케일이 큰 시퀀스는 저런 장면을 찍었나 싶더라. 블루스크린 앞에서 백두산이 폭발하고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 등은 상상해 연기했지만, 완성본을 참여한 배우가 아니라 마치 관객처럼 깜짝깜짝 놀라면서 봤다.

워낙 베테랑이지만, 상상력에 의존해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을 거다. (웃음)
그렇기에 감독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눴다. 뒤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액션이고 내 연기가 리액션이라고 하면 그게 비슷한 레벨이어야 하거든. 액션은 어마어마한데 리액션이 크지 않거나 혹은 반대의 경우라도 굉장히 언발란스한 상황이 돼 버리고 만다. 관객 입장에서는 어딘가 조화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거지. 그래서 감독님께 해당 상황에 대해 아주 디테일하게 들어야 한다. 다행히 요즘은 100% 똑같지는 않아도 3D로 어느 정도 구현해 와 훨씬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외 어려운 점은 없었나. 또 이번에 주로 총기 액션을 선보였다.
다른 것보다 낙진 때문에 고생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CG로 처리할 거라고 했는데 카메라 테스트 후 아무래도 어렵겠다고 해서 종이로 만들었다. 낙진을 뿌리면 숨쉬기 힘든데 숨을 참으면서 액션을 하는 게 좀 힘들었다. 총기 액션은 여러 차례 했기에 어렵다기보다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건 있다. 생각보다 소리가 어마어마하게 크거든. 눈 깜박거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몇 번 쏴 봐야 가능해진다. 또 내가 쏘는 게 아닌 주변에서 쏘는 총소리에 반응하지 않으려 신경 써야 했다. 예전에 드라마 촬영하다 쇠 파편(요즘엔 종이나 나무로 만든다)을 목 부근에 맞은 적 있어 좀 더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다.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재난 중의 재난 상황인데, 의외로 영화가 ‘조인창’(하정우)과 ‘리준평’(이병헌) 두 인물의 버디 무비 성격이 강하다는 평이다.
그 점이 좋았고, <백두산>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재난물이면서 버디 무비적 성격이 강한 것 말이다. 캐스팅 제안받을 당시 (하) 정우가 전화해 함께 하고 싶다고 하더라. 참여 이유 중 정우와 티격태격 연기하는 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티격태격이 거듭되며 ‘또?’와 ‘좀 더..’ 사이 반응이 엇갈린다. 어떻게 생각하나.
누군가는 그만하라고 할 것이고 또 좀 더 하라는 분도 있을 거다. 그 정도에 대해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백두산> 은 얼추 균형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그런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쓰셨을 것이고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연기했다.

애드립이 많았다고 들었다.
정말 그랬다. 특히 장갑차 시퀀스의 경우는 거의 다 애드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하듯이 줄임말을 던졌다. 상점에서 콜라 먹는 장면도 그렇다. 반면 편집된 부분도 많다. 비단 나와 정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다. 배우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전체적인 균형감을 맞추고 큰 줄기를 위해서 잔가지는 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편집돼 가장 아쉬운 장면을 꼽는다면.
사실 가장 자신 있는(?) 장면이었는데 잘렸다! (웃음) 리준평과 딸이 만나는 시퀀스에서 좀 더 감정이 깊게 들어간다. 아역 친구가 연기를 너무 잘했고 나와도 호흡이 매우 좋았거든. 나중에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배우로서 아쉽지만,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마지막에 부성애를 터트리는 것도 매우 임팩트 크니 말이다.

예상보다 전반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라는 게 중론이다. 원래부터 그런 건지 아니면 촬영하면서 업 된 것인가.
무대인사 때 <백두산>은 연말에 보면 아주 좋을 상업 오락 영화라고 소개했다. 제목이 ‘백두산’이고 재난물이라고 하니 자칫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를 예상하는데 사실 우린 정말 오락 영화로 무엇보다 재미가 필수다. 원래 시나리오도 지금 같은 분위기와 방향이었는데 좀 더 심화된 부분은 있다. 하정우, 마동석 배우가 애드립과 코믹 등 각자의 색에 맞게 디벨롭해 완성본을 보고 놀랐다. 시나리오만으로 볼 때는 지금처럼 재미있지 않았거든. 배우들이 잘 가꿔 더 밝고 흥미로워 진 것 같다.
 <백두산> 스틸컷
<백두산> 스틸컷
 <백두산> 스틸컷
<백두산> 스틸컷

리준평의 첫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아주 강렬하다.
첫 등장에 대해 촬영 전부터 여러 버전으로 상의했다. 조인창과 그 부대원들이 어렵게 찾아낸 만큼 임팩트 있는 등장이어야 했거든. 감옥 안을 어둡다가 밝게 혹은 옆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 등등 고민하다 지금처럼 저벅저벅 걸어 나오는 거로 결정했다.

첫 마디가 사투리고 게다가 러시아어(?) 등 외국어도 구사한다. 또 내외적으로 낙폭이 큰 인물이다.
임팩트 있게 등장하지만 바로 사투리를 사용해 약간 삐그덕 거리는 인상을 주려 했다. 그는 위험한 듯하지만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기도 하고, 편안해 보이는 한편으로 무섭게 날이 서있도 한,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첫 등장과 그 한마디에서 리준평의 캐릭터가 보이길 바랐다. 인물의 변화가 커 변주해 나가는 게 재미있었다. 충분히 즐겼다.

리준평의 과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퀀스에서 스포일러라 밝힐 수는 없지만, 유명 여배우가 특별 출연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도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 하나로 리준평과 아내 그리고 딸까지 가족 관계를 다 설명할 수 있을 지 걱정했는데, 아직까지는 뜬금없다는 평이 없어 다행이다. 무사히 잘 나온 것 같다. (웃음)

<백두산>은 250억 원이 투입된 대작에 연말 개봉으로 일치감치 기대감이 높았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또 평소 예매율이나 댓글 등을 확인하는 편인가.
예매율을 어떻게 보는지 몰랐는데 일전에 누가 알려준 후 종종 확인하곤 한다. 댓글의 경우 가끔 찾아보는 데 참고는 하되 판단력이 흐려지지 않을 정도로만 보려 한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크다. 게다가 <백두산>은 말했듯 상업 오락 영화로 흥행이 아주 중요한 평가 요소라 특히 그렇다.

믿고 보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런 말을 들으면 일단 기분 좋다. 어떤 말이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고 이왕이면 긍정적인 면을 주로 생각하는 편이다. 부담과 책임이 당연히 따르지만, 캐릭터 선택에 제한이 될 수 있어 너무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잘될 때도 안 될 때도 있다고 편안하게 마음먹으면 정말 편해진다.

칭찬을 이어가자면, (웃음) 멜로와 액션 등 장르 불문하고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손꼽힌다. 우문이지만, 비결은 뭘까.
면전에서 칭찬받으니 참 민망하다. (웃음) 예전 외국에서 인터뷰할 때 액션 배우로서 다른 장르에 관심 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나를 액션 배우로 명명하더라. 그래서 한국에서는 액션, 멜로, 코믹 등 배우를 따기 구분하지 않는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 배우라는 것은 당연히 모든 장르를 하는 거로 생각했었다. 우리 인생이 그렇다. 짧게 보자면 하루에도 코믹, 멜로, 액션(액션이 들어가면 안 될 것 같긴 하다) 등을 다 경험하지 않나.

그럼에도 선호하는 장르가 있을 거다.
특정 장르라서 끌리기보다 이야기가 임팩트 있는지가 관건이다. 굳이 끌리지 않는 장르를 꼽자면 호러와 재난물이다.

흠.. 그럼에도 <백두산>을 선택했다! 영화의 주 타깃층은.
말했다시피 우리 영화는 재난물지만 버디 무비적 성격이 강하니까! 우리 영화는 남녀노소가 보면 좋을 것 같다. 어제 무대인사 갔는데 어린 관객이 많아서 놀랐고 낯선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오랜만에 12세 관람가 영화를 한 거더라. 영화에 출연한 전혜진 & 이선균 부부의 아들이 어제 영화를 보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해서 기분 좋았다.

농담으로 ‘소처럼 일한다’고 할 정도로 꾸준히 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당신의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백두산> 촬영 끝나고 정말 오랜만에 굉장히 길게 휴식했다. 작품 하나 끝내고 잠시 쉬고 새 작품에 들어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일이 몰리다 보면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 송강호 선배와 함께 출연하는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을 내년 초부터 중반까지 촬영할 것 같다. 또 내년 말에 새 드라마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백두산>을 본(볼) 관객에게 연말과 새해를 맞아 덕담 한마디 부탁한다.
전형적인 인사지만, 건강하시기를! 한 해가 갈수록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끼며 점점 더 말에 진심이 실리는 것 같다. 또 연말은 <백두산>과 연시는 <남산의 부장>과 함께 즐기셨으면 한다. 하하하


2019년 12월 23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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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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