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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력 없어서, 쪽 팔려서.. <클로젯> 김남길
2020년 2월 10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이 드라마가 혹은 이 영화가 마지막이 아닐까. 연기를 못 하게 되면 무슨 일을 하지?’ 아무리 유명하고 인정받는 배우라 해도 온전히 떨쳐 버리기 힘든 막연한 불안감이다. 배우란 선택받는 위치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클로젯>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관객 앞에 선 김남길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 유사한 고민을 하던 참이었다. 그때 드라마 <열혈 사재>에 참여했고 연기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외부나 남 탓보다 자신 안에서 문제를 찾기 시작했고(feat 내가 매력 없어서..)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데 긍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됐다. 2013년부터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를 사비 털어 운영하는 것에 대해 단지 ‘쪽팔려서’ 그만 못 둔다고 겸손 혹은 쑥스러워하는 그를 만났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클로젯>의 익숙한 듯 낯선 공포와 색다른 미술과 영상이 좋더라. 어떻게 봤나.
나역시 간만에 영화로 인터뷰하니 좋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만족한다. 우리 영화의 미덕은 쉽고 짧다는 거다.(웃음) 장점이자 단점은 좀 덜 무섭다는 것? 공포·호러 마니아라면 뭔가 오다 만 느낌이 들 수도 있고, 반면 평소 공포 영화를 즐기지 않는 분이라도 편히 볼 수 있을 거다.

퇴마사 ‘허 실장’을 맡았다. 때때로 웃음을 불어넣는 캐릭터인데 연기 톤 조절에 신경 썼을 것 같다. 좀 가볍다는 지적도 반대로 좀 더 웃겼으면 좋았겠다는 시선도 있다.
평소 공포 영화를 못 봐서 ‘허 실장’이 나오는 장면은 좀 무섭지 않게 가려고 한 것도…농담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인물이라도 항상, 매 순간 그 고통을 안고 살지는 않을 거다. 일부러 가볍게 한다기보다 상황에 맞춰 행동했다. 자칫 튈 수 있어 나름 선을 그어 자제했고 하나의 톤으로 일방적으로 가기보다 여러 얼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했다.

간간히 웃음기를 불어넣어 적절히 숨통을 트인 것 같다. 공포 영화를 못 본다면서 선뜻 응했나.
처음에 제작을 맡은 (윤) 종빈이 형이 공포영화라길래 ‘꺼져’ 이랬지. 그랬더니 한번 읽어보라고, 잘할 것 같다는 거다. 내가 또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에 혹한다. 좀 과장해 목숨 바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일단 잘 시도하지 않는 장르라 소재에 관심 있었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겠더라. 그렇게 꼬임과 대의(?)에 설득당했다. 게다가 (하) 정우 형과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었다.

퇴마사는 흔하지는 않지만,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캐릭터다. 차별성을 두려 한 지점은.
퇴마라 하면 구마의식과 구마사제를 비롯해 아무래도 종교색이 강한데 우린 일부러 종교를 특정하지 않으려 했다. 유럽풍 세트에 토속적 신앙이 묻으면 재미있겠더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묻히는 거지 그것을 근간으로 한다는 게 아니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종교로 인해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안배했다. 주술 같은 것도 서양의 것보다 전래부터 사용했던 것을 참고했는데 자료를 찾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거기에 사물놀이에서 사용하는 타악기를 도입해 처음엔 장구를 활용했다가 좀 더 묵직한 느낌을 주고자 북을 사용했다. 또 손동작은 ‘나루토’, ‘유희왕’ 등 애니메이션을 참고했고, 문신을 해서 시각적으로 임팩트를 부여했다.

실제로 북을 직접 친 건가. 극 중 벽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퀀스가 인상적인데 그것도?
감수하는 분이 북 치는 법을 대여섯 개 보내줬는데 내가 한 게 가장 쉬운 박자였다. 그런데도 처음엔 잘 맞다가 긴박해지면 박자를 놓치게 되더라. 옷장 시퀀스의 경우 CG가 아니라 스태프들이 안에서 진짜로 잡아당기며 촬영했다. 나는 막 놓으라고 하고!

‘허 실장’의 첫 등장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 한참 기다렸다. (웃음)
나 역시 언제 나오나 하며 지켜봤다. ‘상원’(하정우)과 딸 ‘이나’(허율)의 서사가 어느 정도 구축된 후 등장하니 어쩔 수 없다. 사실 ‘이나’가 옷장 속으로 들어간 이유 즉 그가 지닌 아픔과 ‘명진’(김시아)의 것은 결이 완전히 달라 좀 의아한 마음이 들기도 했거든. 또 ‘이나’가 엄마의 죽음에 죄의식을 느끼는 장면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시간상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모든 것을 다 설명해 줄 수는 없고 어느 정도의 상징과 함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마 다 설명했더라면 훨씬 뒤에 등장했을지도!

극 중 49재를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신과 함께>를 언급한다. 애드립이겠지?
맞다. 대본에 없던 거로 나중에 삽입했다. 그 대사를 치며 내가 출연한 <기묘한 가족>(2018)의 좀비 얘기도 넣자고 하니 그건 아니라고 다 반대하더라. 흥행 못 한 영화라 이렇게라도 언급해 IPTV에서 찾게끔 하려 했는데 실패했다! (웃음)

오컬트 장르를 체험하니 어떤가. 장르의 매력을 체감했나.
음..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랄 때 참여한 배우로서 희열이 있더라. 물론 보면서 나도 놀랐지만 말이다. (웃음) 흔히 심장이 쫄깃한 쾌감이 공포물의 장점이라고 하는 데 막상 참여해 보니 공포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있더라. 특히 우리 영화는 찝찝한 마무리가 아닌 (악귀가 되는) 원인도 그것을 위로하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 즉 사람을 통해 치유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서 좋았다. 확장하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이고, 공포감을 지닌 긴장감이 우리 영화의 차별점인 것 같다.

프리프로덕션부터 함께했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사항을 협의했나.
평소에도 가능하면 프리프러덕션에 참여하는 편이다. 이번엔 단순히 놀래키고 무섭게 하기보다 공감할 수 있는 오컬트를 방향 삼아 대사나 상황 그리고 설정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그래서 필요한 것만 찍을 수 있는 낭비 없는 콘티가 가능했던 것 같다. 나나 정우형이나 해본 장르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긴장감을 유발하고 길게 가져갈 수 있을지 김광빈 감독께 조언을 많이 받았다. 특수효과와 사운드를 입힌 완성본을 보니 확실히 촬영 때 느낀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말했듯) 하정우 배우와 첫 만남인데 호흡은 어땠나. 코드가 잘 맞았다고 하던데.
정우 형은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 연기해서 놀랐고 그래서인지 현실적인 케미가 잘 살았던 것 같다. 촬영 전보다 들어가고 나서 더 좋았다. 현장이 재밌다 보니 나중에 코미디 장르에서 또 같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 나름 죽이고 자제하는 거라 본격적으로 코미디를 한다면 정말 기대된다. 또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게 형과 비슷하다. 나도 걸으며 여러 가지를 해소하거든. 막 자주 연락하는 건 아닌데 기회 되면 만나고 또 가끔 같이 걷곤 한다.
 <클로젯>
<클로젯>
 <클로젯>
<클로젯>

작년에 드라마 <열혈사제>로 연기 대상을 수상했다. 늦었지만 축하한다. 영화 <판도라>(2016) 이후 다소 주춤한 모양새였는데 한계를 깨고 성장(?)한 것 같다.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게 성장했다고 기사로 좀 크게 내 달라. (웃음) 예전이나 지금이나 생각은 비슷한데 방향성이 좀 달라졌다. 예전에는 이번이 잘 돼야 다음이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모든 배우가 자신이 참여한 작품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데 그게 바라는 대로 안 되지 않나. 그래서 결과에 연연했는데 이후 너무 구애받기보다 다른 쪽으로 욕심내기로 했다.

어떤 건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에 긍정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자가 요즘 내 생각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들어갈 때 간혹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않냐고 배우끼리 이야기하곤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럴 때 연기를 못한다면 내가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해보니 참…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열혈 사제>가 잘 됐다. 이후 연기하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

대상 수상 후 변화를 느끼나.
찾아주지 않는다고 남을 탓했는데 문제는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매력이 없었나 보다 뭐 이런 마음으로 자기 성찰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할 기회가 생겼다. 이전에는 하고 싶어도 투자가 안되거나 제작비가 부족해 진행을 못 하는 경우도 꽤 있었는데 이전보다 조금, 아주 미세하게 나아졌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은.
개인적으로 영화 쪽 필모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톤으로 가기보다 여러 톤이 혼합된 영화를 해와서 어떤 특정한 장르에 몰입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누아르, 멜로, 액션 등등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물론 장르 성향에 따라 그 안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겠지만 말이다.

2013년부터 문화예술 비영리민간단체(NGO) ‘길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좀 전에 대출 있다고 밝혔는데 소위 돈이 들어가는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문득 당신이 인생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음, 흔히 돈을 좇지 않으면 돈이 온다는데 안 오더라. 배우 생활을 오래 했는데도 경제적으로 힘든 이유가 나도 가끔 의문이다. (웃음) 한편으론 그런 어려움이 열심히 연기하게 하는 채찍질이 되기도 한다. 주변에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은 다르다고 혹은 자신의 것을 이제 좀 챙기라고 충고하곤 한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이 좋은 반응으로 돌아오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다. ‘길스토리’의 경우 운영비를 아끼고 쪼개 쓴다고 해도 아무래도 사비가 든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물론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그만둔다고 하면 쪽팔릴 것 같아 포기 못 한다. (웃음) 대기업 등 후원을 받을 기회도 꽤 있었는데 우리와 결이 안 맞아서 혹은 모인 사람들의 원래 뜻을 지키고 싶어서 거절했다. 비단 운영비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조언도 많이 듣는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건강하니 열심히 돈 벌어 꾸려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삶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뭔가를 맹렬히 좇기보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가 내 모토다. 따뜻한 집에서 TV 보는 것만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정우성 선배가 연출하는 <보호자> 촬영을 2월에 들어간다.

마지막 질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주로 어떻게 보내는지.
미드를 보거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즐겨본다. 앵글이 독특해서 참고되고 재미있는 표정이 많아 따라 해 보기도 한다. 최근 EBS를 자주 보는데 아주 배울 거리가 많다. 또 가끔 운동하고 생각이 많아지면 걷는다.


2020년 2월 10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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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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