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적재적소에 쓰일 것, ‘기생충’ 수상 보며 확신 <기도하는 남자> 류현경
2020년 2월 25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친근한 얼굴로 관객과 시청자 옆을 지켜온 배우 류현경, 어느덧 데뷔 25년 차 배우다. 선하고 개구장이 같은 미소와 편안한 연기로 작품에 녹아들었던 그가 <기도하는 남자> 속 개척 교회 목사의 아내 ‘정인’으로 돌아왔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의 상황에 놓이지만, 존경과 믿음으로 남편을 대하고 강한 신념으로 가정을 지켜나가는 ‘정인’의 모습에서 실제로 단단하고 낙관적인 심성 지닌 류현경의 모습이 때때로 보인다. 스티커 모으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털어놓으며 눈을 반짝이며 천진난만하게 웃던 류현경은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이야기가 나오자 정말 승리했다며 팔을 힘껏 들어올려 환호한다. <기생충>을 보고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킨다면 언젠가 적재적소에 쓰일 것이라는 평소의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는 류현경을 만났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2018)에 초청된 작품이다. 당시 어떤 질문을 많이 받았나.
교회를 다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만약 기독교인이라면 목사의 일탈 행위를 다룬 점에 불편하지 않았는지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종교적 설정에 거부감이 없었는지 관심 있어 하셨다. 당시 태풍이 심했는데도 많은 분이 오셨고, 굉장히 포근하게 감싸주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다. 감독님이 울기도 하셨다. (웃음)

개척 교회 목사 부부를 앞세우지만, 사실 종교적 색채는 아주 옅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맞다. 애초에 불편하거나 반감 등은 전혀 없는 데다 감독님께 굳이 목사인 이유를 물어보니 굳이 목사가 아닐 이유도 없다고 하셔서 바로 설득됐었다. (웃음) 극한으로 치닫는 모습을 영화적으로 강화하고자 절대적인 믿음을 지녔던 이를 내세운 거로 목사만이 아니라 그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평소 지녔던 가치를 배반하는 선택 상황에 놓인 인물에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을 거다.

‘정인’(류현경)은 어떤 인물인가.
자기 확신이 강한 인물이다. 감독님도 신에 대한 믿음보다 자기 혹은 가족에 대한 믿음이 큰 인물이라 하셨고 그 점을 부각하길 원하셨다. 어떤 특정 종교 안에 갇히기보다 강한 확신을 지닌 인물로 보이길 바랐고, 어려운 상황에 놓였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엄마(남기애)와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엄마가 수술비 마련한다고 괜히 쓸데없이 알아보지 말라는 데 해결할 방법이 없는 ‘정인’은 뭐라고 제대로 대꾸할 수가 없다. 게다가 성격이 대놓고 애정을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폭발하지도 못한다. 무언가 마음에 돌을 꾹꾹 쌓는 느낌이라고 할까. 촬영 내내 힘들었다.

평소 어머니와 친밀도가 아주 높다고 들었다. 그래서 더 이입되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펑펑 울기라도 했다면 그 감정을 해소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집에 가서도 마음이 계속 무거웠다. 더욱이 난 정말 엄마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웃음) 촬영하면서 스태프와 배우들끼리 ‘정인’ 같은 처지라면 정말 물불 안 가릴 것 같다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목사 남편 ‘태욱’역의 박혁권 배우와의 호흡은. 극 중 다른 공간에서 생활하느라 함께 하는 장면이 몇 신 없던데.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자주 봤지만, 실제로 만나 작업한 것은 처음이었다. 각자 촬영하다 간혹 만나면 극 중처럼 떨어져 지내던 부부가 만난 듯 반가웠다.

박혁권 배우가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하던데…
음, 그렇다는데 내가 워낙 낯가림 심한 친구와 잘 적응하고 금방 친해진다. 선배님은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아주 많다. 또 배우라 심리를 잘 캐치하셔서 정말 편하게 연기했다.

친화력이 좋아 보인다. 비결이 있나.(웃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절대 친함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

상황적으로 공감되지 않는 지점은 없었나. 개인적으로 ‘정인’이 셋째 아이를 임신한 것에 잘 수긍되지 않았다.
감독님이 예전 기억과 상황을 많이 가져오신 것 같다. 요즘 흐름으로 보면 그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서는 또 아이를 안 가질 것 같은데 말이다. 힘든 환경이지만 사랑으로 잉태한 존재이니 신의 축복으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혼자 생각해봤다.
 <기도하는 남자>
<기도하는 남자>
 <기도하는 남자>
<기도하는 남자>

이번 캐릭터도 단단한 인물이지만 실제로도 쉽게 흔들리지 않아 보인다. 예전 인터뷰 때도 느꼈던 지점인데, (당신의) 단단함의 근원은 무얼까.
일단 엄마의 힘이 크다. 긍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은근히 유도했던 것 같다. 덕분에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뭔가 좋은 일을 생각한다. ‘정인’도 그렇게 긍정하며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믿음과 사랑으로 낙관하는 거지. 그런 점이 나와 닮았다. 또 하나는 평생 연기하겠다고 다짐하면서부터다. 노년까지도 연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얻은 결론은. (웃음)
음, 잘 쓰이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 어떤 것이든 잘 녹아 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제 38세가 된 입장에서 내 나이에 맞는 역을 한다는 게 굉장히 귀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 예전에는 나이보다 어린 혹은 늙은 역할이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말이지. 지금 이 나이 이 시대를 사는 인물을 연기하며 그렇게 차곡차곡 필모를 쌓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나이에 맞는 역이라면 가령 어떤 게 있을까?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최근 영국 시트콤 <미란다>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엄마는 결혼하라고 재촉하는데 남친은 할 생각도 없는 뭐 대충 이런 상황에 놓은 ‘미란다’가 주인공이다. 주변에선 굉장히 성숙한 어른으로 바라보지만 사실 장난감 놀이를 좋아하는 등 굉장히 아이 같은 면을 지녔다. 그런 면이 나와 너무 비슷한 거다! 내가 스티커 모으는 게 취미요 자주 가는 곳이 텐바이텐(디자인 쇼핑몰)이다. 주변에선 이런 나를 이해 못하나 내겐 정말 큰 즐거움이거든. 남들이 보면 이미 어른이고 나이도 꽉 차 이미 결혼해 부모가 될 나이겠지만, 현재 감정을 어떤 스티커로 표현할지 고민하는 내가 있다. 이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역을 한번 해보고 싶다. 38세에 스티커를 모으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건 내 몫이다!(웃음)

그런 천진(?)한 내면과 달리 똑 부러지는 인물을 주로 해왔던 것 같다. 이번 ‘정인’도 마찬가지다. 연기하기 힘들겠다. (웃음)
내가 하고 싶은 걸 꼭 할 수는 없는 거고 배우라면 당연히 여러 얼굴을 가져야 한다.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되면 안 된다. ‘미란도’도 좋지만, 역시 영국 드라마인 <킬링 이브>의 킬러나 형사 같은 역할도 매력 있다. 묘한 매력을 지닌 사이코패스 킬러와 평범해 보이는 영국 정보국 요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릴러인데 처음부터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한다. 그 후 캐릭터에 궁금증을 더하며 끌고 간다. 다양한 캐릭터에 갈증이 크다.

먼저 제안해 보는 건 어떤가.
안 한 게 아니다. 꼭 캐스팅해달라는 게 아니라 오디션이나 미팅을 통해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얘기하니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더라. 다 아는 데 왜 그러냐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요즘엔 직접 말하지 않고 회사를 통해 의견을 전하곤 한다. 정말 라이트한 감정으로 이야기한 건데 상대 입장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강한 어필은 지양하고자 한다. (웃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나를 표현하고자 미니홈피를 접고 최근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평소 영화제를 (관객으로) 즐겨 찾는다고 들었다.
좋은 영화가 너무 많은데 극장에서 보기엔 한정적이라 그렇다. 영화제를 방문하면 편하게 볼 수 있겠더라. 다양한 영화를 통해 여러 삶을 접하는 게 배우로서 또 생활하는 데 도움된다. 또 좋은 이야기를 찾아 영화제를 방문하는 관객의 분위기가 너무 좋고 신난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 달성이라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이뤘다. 배우로서 감회가 남다르겠다.
정말 너무 멋졌다. 비유하자면, 김연아 선수가 스핀을 도는 순간의 아찔한 느낌이라고 할까. 시상식을 지켜보는데 마지막 작품상을 발표할 때는 눈물이 나면서 이 감정은 뭐지 싶었다. 사실 영화를 처음 본 후에도 비슷한 생각이었는데 이번 아카데미 시상으로 종지부를 찍은 것 같았다. 요즘 말로 ‘찢었다’ 뭐 이런 감정? 진짜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는 적재적소 캐스팅과 연기에 감탄했다. 아울러 나 역시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자리를 지켜 잘하고 있으면 언젠가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이지만 <기생충>을 보며 더욱 확신했다.

단단함이 느껴지는 답변이다. 마지막 질문! 소소한 행복이 있다면.
청소하는 걸 좋아한다. 하다 보면 힘들고 꾀가 나서 대충하려는 유혹에 빠질 때도 있는데 끝난 후의 깨끗한 모습을 상상하며 그 고비를 넘긴다. 작년에 백진희 배우와 웹드라마를 함께했는데, 정말 청소 전문가였다. 넘사벽인 화장실을 보고 자극받았었다.

2020년 2월 2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 ㈜랠리버튼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