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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를 꿈꾼다 <더스트맨> 우지현
2021년 4월 7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태산’(우지현)은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 거리의 삶을 이어간다. 발달장애인 ‘도준’(강길우)과 김씨 아저씨와 함께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먼지 위에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에 벽화를 그리는 미대생 ‘모아’를 만나면서 ‘태산’은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삶의 방향을 찾아 나가게 된다. <더스트맨>은 부유하는 먼지와 떠도는 홈리스, 공통적인 속성을 지닌 물질과 인간을 연결해 삶의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다. 더스트아트라는 이색적인 소재와 일렉트로닉한 선율 그리고 우지현, 심달기, 강길우 세 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져 경건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전한다. 영화의 주축 ‘태산’을 연기한 우지현을 화상으로 만났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를 꿈꿔본다’는, 드라마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촬영 당시와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
2019년 초에 촬영해 2년 만에 개봉하니 떨리면서도 감회가 새롭다. 더스트아트와 음악이 합쳐져서 이미지적이고 감각적인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아 뿌듯하다. 참여했다는 데 보람을 느꼈다.

부유하는 먼지와 떠도는 홈리스, 물질과 인간의 공통적인 속성에 주목해 연결한 점이 독특했다. 초반 행색(떡진 머리 등)도 그렇고 홈리스 ‘태산’을 연기하며 신경 쓴 지점은.
감독님과 스태프가 ‘태산’의 외적인 부분, 그러니까 의상, 머리 상태 등에 대해 매우 디테일하게 설정해 놨었고, 관련 자료를 상세히 리서치한 후 설명해줘서 많이 도움받았다. 홈리스를 표현함에 있어 그들의 생활을 왜곡하거나 오해의 소지 없이 전달하기 위해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태산’은 고통에 직면하는 멋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떠도는 삶을 사는 그의 선택은 한편으론 회피로 보일 수도 있다.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해갔나.
그의 핑계대지 않는 면이 멋있게 느껴졌다. 태산은 자신이 겪은 일과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조금은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태산 식으로 보자면 본인이 과거의 일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적당한 형벌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렇게 파악해 (인물에 접근하는) 첫 단추를 끼었다.

당신은 태산과 닮은 점이 있을까. 혹시 닮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음, 우울할 때 좀 닮은 구석이 있는 듯하다. 나도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심한 경우는 혼자 있으려 하는 성향이 있다. 말했듯 그는 외부에서 핑계를 찾지 않는 인물인데 그런 면은 닮고 싶다. 또 어떤 일을 접할 때 경거망동하지 않고 숙고해서 얘기하는 것 등도 그렇다.
 <더스트맨>
<더스트맨>
<더스트맨>은 먼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더스트아트’를 주요 모멘텀으로 한다. 극 중 등장하는 ‘기도하는 손’의 원작자인 러시아 더스트 아티스트 ‘프로보이닉’(니키타 골루베프)이 한국을 방문해 ‘올빼미’, ‘마주한 손’, ‘모아와 숲’ 등의 작품을 직접 작업했다고 들었다. 극 중 직접 그린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또 더스트아트 준비 과정도 궁금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더스트아트에 프로보이닉과 이자윤, 두 작가님이 도움을 주셨다. 프리 단계에서는 주로 이자연 작가에게 ‘태산’이 (직접) 그려야 하는 몇 가지 그림을 레슨받았다. 주차장에서 그린 ‘자유로운 새’, ‘배를 저어가는 사람’ 등이다. 특히 ‘모아’(심달기)와 재회하는 시퀀스에서 그리는 ‘부엉이’는 집중적으로 연습했었다.

영화를 통해 더스트아트의 세계를 처음 알았다. (웃음) 먼지 위에 그림을 그리고, 바람이나 외부적인 환경에 의해 금방 사라져 버리고 마는 그림이라니!
감독님이 프로보이닉의 그림을 사진으로 보여줬을 때, 깜짝 놀랐다. 먼지로 그런 표현이 가능하다니 말이다. 생소하면서도 아주 신기했다. 금방 사라진다는 점도 그렇고 무용하다고 여겨지는 먼지로 이런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더스트맨>에 담긴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하는 느낌이었다. 더스트아트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작용해 어떤 감정을 끌어낼지, 이를 본 관객의 반응이 어떨지 등에 궁금증이 컸다.

혹시 촬영이 끝난 후에도 먼지를 보면 그림 그리고 있지는 않든가.(웃음) 더스트 아트를 배워보니 어떤가.
세차를 잘 안 해 먼지가 자주 쌓여 있어서 그림 그리기에 좋은 환경이긴 하다.(웃음) 촬영 후, 디테일하게는 그리지 않았지만, 스마일을 몇 번 그리긴 했었다. 지금까지 작품을 하면서 악기나 그림 등을 따로 배운 적이 없었다. 그렇게 배워 연기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이번에 더스트아트를 배워 평소 바람(?)을 이룬 셈이고 게다가 흔치 않은 소재를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어 즐겁다.

태산은 벽화를 그리는 미대생 ‘모아’(심달기)를 만나 어떤 위로와 희망을 받는다. 김나경 감독은 태산-모아 사이의 감정이 로맨스로 읽히지 않도록 신경썼다고 밝혔다. 두 사람 간에 오가는 감정을 어떻게 파악하고 접근했는지.
두 사람이 만나 점차 가까워지고, 인간적인 호감을 느낀다. 로맨스 같기도 하고, 우정 같기도 하다고 우리끼리도 얘기하며, 고민했었다. 가치관이 비슷한 두 개인이 만나 서로에게 긍정적인 계기로 역할 한 것 같다. 부연하자면 태산과 모아, 둘은 자신들의 만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서로의 인생에 강하게 영향을 준다는 데 동의한다. 혼자로는 약해서 부유하고 있는 두 인물이 만나 의지하고 서로에게 힘이 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고, 이를 표현하는 데 중점 뒀다.

당신에게도 모아 같이 ‘강한 영향’을 준 사람이 있을까.
20대 후반 즈음 독립영화를 통해 카메라 앞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 첫 작업이 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2016)이다. 그전까지는 매체 앞에, 카메라 앞에, 영화 안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과 정보가 전혀 없던 상태였다. <춘천, 춘천>을 통해 영화의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개봉, 마무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다. 또 장우진 감독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의 취향이 깃든 여러 영화(주로 예술영화)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내게 ‘강한’ 영향을 준 사람을 꼽는다면 장우진 감독이 1순위이다. 그다음은 명필름 영화학교에 입학해 공부하면서 만난, 영화계 여러 필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다. 많이 배우고 바꾸고 채우는 시간이었다.

얼마 전 개봉한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2020)도 흥미롭더라. 장우진 감독과는 여전히 교류하나. 그가 <더스트맨>을 봤는지, 봤다면 그 반응이 궁금하다.
감독님이 춘천에 거주하고 있어 때때로 바람 쐬고 싶을 때는 춘천으로 향한다. 작업실을 방문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온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감독님이 <더스트맨>을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감독님의 영화에서는 내가 대체로 멀리서 잡히고, 클로즈업이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클로즈업이 많은 게 신기하면서도 흥미롭다고 하셨다.

20대 후반이면 늦은 감이 있는데, 연기 입문 계기는.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는데 그때만 해도 배우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로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다. 첫 수업에서 동기들의 연기를 접했는데 많은 이들 앞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좋아 보였다. 그러면서 특별하지 않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해보고 싶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연출을 전공한 만큼 감독이나 입봉 등에 대한 생각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웃음) 감독은 너무 어려운 롤인 것 같다. 중요한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게 매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맡은 인물을 연구해 표현하는 데, 즉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

방영 중인 드라마 <마우스> 등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볍게 묻자면, 언제 배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지. (웃음)
본가가 부산인데 요즘 부모님이 여기저기 자주 나온다고 좋아하신다. TV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찾아보신 후, 가끔 어떤 것은 잘했고 또 다른 것은 못 했다면서 연기 코칭도 하신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문득 하곤 한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또 당신에게 영화는 뭘까. (웃음)
음…맡은 배역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매끄럽게 해내고 싶다. 이 일을 오래 오래 하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여러 얼굴을 지닌,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를 꿈꿔본다. 내게 영화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좋아하는 일이다. 프리단계와 촬영을 거쳐 관객과 만나기까지 변화무쌍하고, 그 과정에서 때때로 힘들기도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태산’을 친형처럼 따르는 발달장애인 ‘도준’역의 강길우 배우와는 동갑내기다. ‘도준’역에 그를 추천했다고 하던데, 같이 작업한 소감은.
그(강길우)가 출연한 영화를 보며 굉장히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났고, 내가 닮고 싶은 모습 그러니까 차분하고 경거망동하지 않는 면에 반해 아주 친해졌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더욱 친해졌다. 심달기, 강길우 모두에 호기심이 있었고, 같이 하고 싶던 배우라 작업적으로 충실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강길우, 심달기 배우에 칭찬 한마디! (웃음)
강길우는 맡은 인물을 깊이 고민하는 배우다. 해당 인물이 어떤 패턴과 생각으로 사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덕분에 ‘도준’ 캐릭터가 잘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이 멋있다. 심달기는 ‘모아’ 캐릭터처럼 긍정적이고 싱그러운 에너지를 영화로 가지고 들어와줬다. 자체가 싱그러운 사람이거든. 한번은 매우 추운 날 촬영한 적이 있는데 설정상 그(심달기)는 옷을 두텁게 입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매우 추웠을 텐데도 전혀 티내지 않고 불만 불평 없이 잘 해냈다. 나이는 비록 나보다 어리지만, 의젓한 모습에 대견했다.

배우로서 우지현은 어떤가.
어려운데… 강한 개성을 지닌 배우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 점이 아쉽고, 뚜렷한 개성을 지닌 배우를 보면 부럽고 샘이 나기도 하지만 반면에 작업할 때 인내력 혹은 지구력은 있는 것 같다. 평범한 ‘나’이나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작업을 견디는 자질이 있다고 할지. 연기를 최대한 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데 이런 내 기질이 배우로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더스트맨>으로 입봉한 김나경 감독님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감독님은 굉장히 정확하고 분명한 분이다. 본인이 준비한 방향대로 명쾌하게 이끄는 분이라 소통에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 여러 스태프를 다독여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대단해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떤 경건한 마음이 들더라. 관객이 자칫 놓칠 수 있는 포인트를 짚는다면.
많은 분이 더스트아트와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그 두 요소와 더불어 우리 영화의 큰 축은 ‘모아’라는 인물이 태산, 도준, 김씨 아저씨를 만나 건네는 말과 행동이다. 가벼운 동정으로 접근하지 않는 그 태도가 개인적으로 좋았다. 모아가 지닌 특유의 에너지로 편견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데, 심달기가 ‘모아’에 관해 깊이 고민한 결과 그런 표현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또 강길우의 변신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상영 중인 <정말 먼 곳>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라 깜짝 놀라지 않을까.

가장 좋아하는 혹은 조금은 아쉬운 장면을 꼽는다면.
창문을 사이에 두고 모아와 태산이 재회하는 장면이다. 태산이 부엉이를 그리는데 굉장히 영화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장면은… 태산이 목욕탕에서 씻고 나오는 신이 있다. 말끔하게 멋있는 태산이 등장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 (웃음)

마지막 질문! 소소하게 행복한 일이 있다면.
걷는 것, 친구들과 같이 걷는 것, 그리고 친구들과 반려견들과 함께 걷는 것이다.


사진제공. 목요일 아침

2021년 4월 7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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