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관행’ 이제는 안녕! 영화 볼 이유 만드는 데 집중할 것, 마케팅사협회 강효미, 이시연
2021년 4월 15일 목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강효미 회장, 이시연 부회장 (왼쪽부터)
강효미 회장, 이시연 부회장 (왼쪽부터)

코로나19로 일감이 급격히 줄면서 혹독한 2020년을 보낸 영화마케팅사협회가 4기 회장단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 위기 상황에서 유관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끌어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강효미 회장, 이시연 부회장의 업무 연속성을 지지하는 맥락에서다. 각각 영화마케팅사 퍼스트룩, 흥미진진을 이끄는 두 임원은 최근 <조제>와 <서복>의 영화마케팅을 담당했다. 동시에 코로나19로 불거진 25개 회원사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극장 행사 방역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해결책을 제시했고, 업계 내부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혔던 ‘관행’이라는 이름의 ‘잡일’과도 결별하는 합리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영화마케팅의 본질과 그 숙명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가벼운 유머를 함께 곁들일 줄 아는 두 사람의 입을 통해 업계의 과제와 비전을 들어본다.



“영화마케팅사도 ‘지원해야 할 영화 스태프’로 인식된 한 해”


최근 연임 소식을 알렸다. 활동해온 지난 2년을 정리해준다면.

강효미: 2019년 6월 4기 회장단이 출범하고 2020년 초 바로 코로나19가 터졌다. 개봉 예정이던 영화가 전부 연기됐고 영화계 위기 이야기가 나왔다. 개봉 전에 선금, 개봉 이후 잔금 매출이 발생하는 영화마케팅사도 빠르고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2020년은 정부나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도록 협회사끼리 협업했던 한 해였다.

이시연: 2020년은 어느 때보다 협회 내 대화가 활발했던 시기였다.

강효미: 웃픈 농담도 주고받았다. 영화 일이 사라지니 협회 일이 생겼다! 업무량 보존의 법칙인가.(웃음) (개봉 시점에 맞춰) 일이 몰리는 업계 특성상 평상시 업무량 그대로였다면 서로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공유하지 못했을 텐데, 본업이 사라진 덕분에(?) 25개 협회사 모두가 코로나19 대책에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연임이 가능했던 건 협회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함께 극장에서 열리는 행사의 방역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예컨대 언론시사회, 관객시사회 같은 행사에서 필요한 방역 사항을 정리한 거겠다.

강효미: 2021년까지도 해결되거나 나아진 게 없다 보니, 위기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는 일하던 사람들이 계속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판단으로 1년 연임을 결정한 것 아니겠나.(웃음) 극장 행사 방역 매뉴얼을 만든 건 우리 일이 주로 극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마스크 모두 착용, 발열 체크, 문진표 작성 등 몇 가지 간단한 요건은 존재했지만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개별 영화마케팅사 재량껏 진행했던 아쉬움이 있다.

이시연: 영진위가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을 하면서 관람이 재개되던 2020년 4, 5, 6월 상황은 꽤 심각했다. 코로나19로 위중한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미리 정해진 가이드가 없으니 극장별, 배급사별, 마케팅사별로 대응 방식이 중구난방이었다.

강효미: 영화를 알리자고 만든 자리가 오히려 영화에 타격이 될 수도 있겠더라. 그뿐만 아니라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는 마케팅 스태프를 보호할 수 있는 메뉴얼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하는 동안 (안전으로부터) 방치돼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되지 않겠나.


관련 매뉴얼을 작성한 이후 생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강효미: 매뉴얼이 없을 때는 ‘100명 이상 집합 금지’라는 식의 말을 두고 해석의 여지가 분분했다. 이 숫자에 관객만 포함인가, 주최 측 스태프도 포함인가. 후자가 맞는 거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영진위가 유관 관청이기는 하지만 영화마케팅 업의 현장 특수상황을 접목해 일일이 해석해주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업계 사람인 우리가 강화된 매뉴얼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게 낫지 않겠나. 지난 2월 영진위 홈페이지를 통해 매뉴얼이 발표됐고 연초부터 그 내용을 적용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영진위와 영화마케팅사가 서로 거의 관계없는 조직처럼 느껴졌다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영화마케팅사 역시 산업의 플레이어로서 어려운 상황에서 영진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체이자 주도적으로 업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각인된 느낌이다.

강효미: 그동안은 협회 차원에서 영진위와 협업할 만한 경우의 수가 거의 없었다. 영화마케팅은 창작, 기획 파트보다는 후반, 유통 파트와 관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계’라고 말하면 참 쉽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파트별, 직무별, 이해관계별 입장이 엄청나게 복잡하게 섞여 있는 소우주 같다. 우리만 해도 영화마케팅사 이외의 파트에 대해서는 그 디테일까지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러니 필요한 게 있다면 (직접) 빨리 움직이는 게 좋다는 생각이었다.


직접 찾아 나서서 도움을 구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강효미: 영진위가 늘 현장 스태프 위주로 정책을 짠다는 아쉬움은 있다. 창작자, 현장 스태프, 프리랜서, 개봉 과정에서 일하는 마케팅 스태프까지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영진위가 영화마케팅사의 직업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걸 알고 있고, 그 현황을 정책적으로 연구할 필요를 인정해 ‘포스트코로나 정책추진단’에 우리를 포함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아직은 우리 업계를 개선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추상적이다.


코로나19로 영화마케팅사의 채용 공고 역시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이다. 2020년 4월 무비스트 기획기사 [영화계가 정부에 바란다 ④마케팅사 ] 편을 통해 영화마케팅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강효미: 신규인력이 진입할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다. 공고 하나만 나도 지원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날 정도다. 신규 인력 유입이 계속해서 없으면 3~4년 뒤에는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어지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거다. 다행히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의 운영기관으로 참여하면서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4개 협회사에서 36명 정도를 신규 채용할 수 있었다.

이시연: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을 계기로 영화마케팅사가 ‘영화 스태프’라는 걸 인정받게 된 것 같다. 영진위로서도 그동안은 우리를 지원해야 할 영화 스태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상황을 계기로 영화마케팅사와 여러 차례 만나고 논의를 시작했다. 협회도 영진위 지원에 영화마케팅사가 포함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애썼다.


“과도기에 놓인 영화마케팅, 극장에서 볼 만한 이유 만들어줘야”


코로나19 이후 영화 홍보 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터뷰를 포함한 거의 모든 행사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게 됐다는 점일 것이다.

이시연: 가장 급변한 건 대면 행사다. 언론 대상의 제작보고회, 관객 대상의 쇼케이스나 GV 등이 많이 줄었다. 제작보고회는 영화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영화 제작진이 기자들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인데 이제는 100%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언론과 감독, 배우의) 대면 인터뷰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영화마케팅사 입장에서는 이점도 있지 않나. 예컨대 대관료가 줄어든다든가.

강효미: 예산상 절감 효과는 있다. 예산이 적은 영화일수록 대관료가 부담되니까. 성수기에는 (감독과 배우 인터뷰 장소로 필요한) 카페 대관료도 만만치 않다. 다만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관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기자들과 직접 만날 수 없으니 같은 말을 해도 (파급효과가) 다르다.

이시연: 나부터 ‘줌’ 부적응자다. 1년을 해도 적응이 안 된다.(웃음)

강효미: 영화라는 게 감성적인 콘텐츠라, 뉘앙스가 중요하다. 화상 인터뷰는 기계를 중심으로 서로 차단돼 있으니 분명 (소통에) 어려운 지점이 있다.

이시연: 그렇다고 업무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강효미: 화상 인터뷰 링크를 만드느라 기술 전문가가 되고 있다.(웃음) 사전 테스트는 물론이고 접속이 끊어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느라 오히려 기존보다 인력이 더 들어간다. 물론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멀리 떨어져 있던) 배우 윤여정과 봉준호 감독의 대담이 가능했던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좀 나아진 뒤에도 이런 이점은 유지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의 장점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극장 개봉과 티빙 공개를 동시에 한 공유, 박보검 주연의 <서복>을 예로 들어보자. 극장 위주의 영화마케팅과 티빙이라는 OTT 플랫폼 중심의 홍보마케팅이 병행되고 있는데.

이시연: 특수하고 유의미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티빙과 흥미진진(<서복>의 영화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은 현재로서는 ‘콜라보’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잘 보지 못했던 체제다. 우리가 영화 콘텐츠 홍보를 지속해서 진행해왔다면 티빙은 극장과 동시에 자신들 플랫폼에서 <서복>이 공개되는 상황에 맞춘 플랫폼 광고 전략에 관여하고 있다. 공유돼야 할 사항은 (배급사인) CJ ENM에 소속된 영화 담당자를 통해 전달받는다.

강효미: <옥자>가 ('콜라보' 마케팅의) 최초 사례일 것이다. 넷플릭스 공개작으로 기획됐지만 반드시 극장에서 개봉하겠다는 봉준호 감독의 의견에 따라 한시적으로 극장 개봉을 했었다. <서복>은 본래 극장 공개만 하려다가 개봉 직전에 그 방식을 바꾼 경우다.


극장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영화마케팅사와 OTT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입장은 다를 수 있을 텐데.

강효미: 영화마케팅사가 이 정도 돈을 내고 극장에 와서 이 영화를 보라고 설득하는 입장이라면 OTT는 예컨대 <옥자>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오라거나, <서복>을 보기 위해 티빙에 오라는 것이다. 궁극의 목적이 다른 지점이 있다. 코로나19로 마케팅 상황이 너무 급변한 만큼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나 그 실현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함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영화 홍보 방식이 더 전략적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관람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 거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예산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 위주로 생존할 거라는 접근도 있다.

강효미: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만들 ‘이유’가 중요해질 것이다. 이건 비단 장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야기가 잔잔하다고 하더라도 드라마 안에서의 소리 하나, 화면의 영상미 하나, 배우의 연기를 잡아내는 카메라 워킹 하나가 중요하고, 앞으로는 그게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분 영화를 집에서 볼 거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럴 리는 없다. 그렇다고 그분 영화에 ‘액션’이 나오는 건 아니잖나.


<환상의 빛>같은 영화를 집에서 본다면 아마…(웃음) 그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장엄한 바다 씬의 매력이 크게 반감될 거라고 본다.

강효미: 그동안에는 워낙 많은 영화가 범람했고, 이런 지점을 간과하고 제작된 작품도 많았다고 본다. 그게 관객에게 실망을 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요행으로 혹은 여러 이유로 이런 종류의 실패가 덮고 넘어가졌지만, 앞으로 비슷한 실패는 훨씬 더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영화인의 숙제가 훨씬 커졌다.

이시연: 영화 스케일의 문제라고만 볼 수도 없다. 예컨대 코미디와 공포는 확실히 함께 보는 관람 문화에서 즐거움이 배가된다. 우리 입장에서는 ‘영화를 볼 이유’에 대해서 관객과 잘 소통해야 한다.

강효미: 본래 영화라는 건 극장까지 가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자기 주머니까지 털어서 즐기던 그런 문화 아닌가.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이 없어지고 나면 사람들은 다시 ‘그렇게까지 애정했던 문화’를 찾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1시간씩 기다려서 맛집을 가고, 어떤 물건을 가장 빠르게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전제는 좋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야 한다는 거다. 소비자는 변화하는데 콘텐츠는 변화하지 않는다면 위험할 수 있다.



“우리 일은 프로젝트의 일원이 돼 공동의 목적에 도달하는 것”


영화마케팅의 핵심은 영화의 약점은 잠시 가려두고, 강점은 매력적으로 부각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작자, 제작사, 투자배급사와 굉장히 솔직하게 소통해야 할 것 같은데.

이시연: 백퍼센트 솔직하게 소통해야 한다. 영화마케팅사가 빠르면 시나리오 기획개발 단계부터 늦어도 캐스팅 단계에는 합류하는 이유가 있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프로젝트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강효미: 사람 사이의 감정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함께 도달해야 하는 지점을 생각해야 한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지점이 무엇인지를 두고 창작자, 제작자, 투자배급사를 설득하는 게 우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82년생 김지영> <걸캅스> <밤쉘: 세상을 바꾼 선언>처럼 젠더 이슈를 전면적으로 다룬 영화들은 홍보 과정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이 또한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시연: 젠더 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팽배하게 맞붙은 시점에서는 말 한마디도 곡해된다. 영화가 누군가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주로 ‘영화로 소통하자’고 말한다. 외적인 이슈에 휘말리지 말고 관객이 그저 영화에 관심을 갖도록 홍보하자고 창작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강효미: 어떤 논란에 휩싸이다 보면 정작 영화 자체는 증발돼 버리는 경우가 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표현을 다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마케팅사로서는 비슷한 일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체득한 경험이 있다.


한편 비슷한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감독의 연출 방향에 따라, 출연 배우가 지닌 이미지에 따라 각각의 홍보 전략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이시연: 개봉 전 시사회에도 전략이 있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개봉 이전에 시사회 일정을 많이 잡지 않는 경우가 있다. 창작자가 아쉬워하는 또다른 대목이기도 하다. 시사회를 많이 열어야 홍보가 잘 될 텐데 왜 그러지 않느냐는 것이다.

강효미: 이미 영화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가 높은 상황에서는 굳이 개봉 전 시사회라는 전략을 선택하지 않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10% 정도는 “난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시연: 개봉 전 시사회를 가장 많이 찾는 사람은 20대 여성이다. 그런데 20대 여성에게 인지도,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영화가 정작 시사회 뒤에는 가장 낮은 만족도를 기록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시사회를 더 진행할 필요가 있겠나. 영화마케팅은 이런 모든 경우의 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는 것이다.


20대 여성, 50대 이상 남성 등 영화에 대한 연령별, 성별에 따른 선호도 데이터는 어떻게 취합하나. 직접 조사하기도 하는지.

강효미: 투자배급사와 광고대행사의 리서치 데이터를 활용한다. 예컨대 광고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 영화가 어떤 타깃에는 무척 선호되지만 어떤 타깃에는 선호도가 매우 낮다는 걸 매주 체크할 수 있다.

이시연: 극장 출구 조사 결과도 포함된다.

강효미: 영화가 재미있겠다, 없겠다를 말하는 건 관객이다. 우리는 (근거를 가지고)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마케팅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주관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크리에이티브 못지않게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게 없으면 거기에서부터 발휘된 크리에이티브가 완전히 잘못된 방향을 가리킬 수도 있다.


분석적인 면모가 크게 요구되는 직군으로 보인다.

이시연: 영화마케팅에 기대했던 로망과는 다를 수 있는 지점이다. 그게 업계 사람들의 이탈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격무’이기도 하지만.(웃음)

강효미: 영화마케팅사에 입사하면 영화를 많이 볼 거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일종의 환상이다. 우리가 담당하는 영화를 볼 뿐 영화 자체를 많이 보지는 않는다. 영화를 많이 보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이시연: 아니면 처음부터 내가 쓴 포스터 카피가 인쇄돼 극장에 걸릴 거라든지!(웃음)

강효미: 실제로는 홍보 프로젝트 전체 기획서의 ‘요만큼’밖에 안 되는 작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겠지.(웃음) 영화에 대한 애정이 기반돼야하는 건 맞지만, 영화만 잘 안다고 해서 영화마케팅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케팅’이라는 업종이 어떤 일을 하는지 공부를 하고 지원할 필요도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잡일’ 없애고 근무 환경 개선”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2013년 당초 협회가 출범한 연유를 돌이켜보면 영화마케팅사의 근무 환경 개선은 여전히 가장 주요한 목적일 것이다.

강효미 : 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에서는 52시간 근무가 많이 정착됐다. 하지만 영화마케팅사는 아직이다. 관객이 영화관을 제일 많이 찾는 저녁과 주말에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52시간을 어떤 식으로 적용하고, 근무 여건은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상황을 변화시켜야하지 않겠냐는 논의 끝에 협회가 출범한 거다.


연임 소식을 알리면서 개선해야 할 대표적인 내용 몇 가지를 꼽았다. ‘무대인사 관행 개선’, ‘미수금 문제 해결’, ‘진행비 선결제 시 수수료 부과 필요’ 등인데 정확히 어떤 문제인가.

강효미: 무대인사를 다니게 되면 배우, 제작사, 투자배급사 관계자, 마케팅사 스태프, 경호팀까지 많은 인원이 한 곳에 집합하게 된다. 그 많은 사람이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버스를 타고 움직이다 보면 여러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루 동안 최대한 많은 무대인사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식당을 가는 대신 도시락을 먹게 됐는데, 그게 관례화되면서 마케팅 스태프가 무대인사 준비라는 본연의 할 일을 넘어 도시락 쓰레기를 치우는 등의 부차적인 업무를 방대하게 맡게 됐다. 영화마케팅의 꿈을 안고 업계에 들어온 사람이 그런 일에 시달린다면 자존감을 가지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나.

이시연: 미수금 문제는 이전 회장단들 역시 지속해서 신경 써왔던 건이다. 줘야 할 돈을 제 때 주지 않아 협회사에 피해를 줬던 회사를 공유하고 다 같이 그 회사의 일을 맡지 않는 식이다.

강효미: A 협회사에 잔금 미수금이 있으니 B 협회사에 일을 주고, 다시 B 협회사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C 협회사에 일을 준다.

이시연: 아니면 A 협회사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로 지내다가 새 영화 홍보가 필요할 때 “그때 잔금 못 받았지? 새 영화의 선금부터 줄게” 하는 식으로 다른 일을 제안한다. 몇 군데 회사가 그런 방식을 반복하는데, 그런 줄 모르고 그 회사와 계약하는 협회사가 있을 수 있으니 그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효미: 우리에게 줄 돈은 그렇게 하지만 네이버 같은 대형 포털에 지급할 광고비는 제 때 준다. 불이익이 클 것 같은 곳에는 돈을 주고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곳에는 미수금으로 두는 거다. 다행히도 협회가 생긴 뒤에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했고 덕분에 일부 협회사는 미수금을 정산받기도 했다. 협회가 생긴 뒤 거둔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이시연: 수수료 부과 문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극장 행사를 하면 진행비라는 게 있다. 예컨대 100여 명의 스태프가 식사를 할 경우 식당 비용을 결제하거나, 행사에 필요한 소품을 구매해야 한다. 백만 원도 넘어가는 주차비는 물론이다. 이런 것들을 영화마케팅사가 선결제하고 개봉하는 시점에 투자배급사로부터 정산을 받아왔는데, 그 비용이 많게는 수 천 만원에 이른다.

강효미: 투자배급사는 대부분 규모가 큰 회사들이다 보니 비용을 집행하는 절차가 까다롭다. 그런 이유로 영화마케팅사가 일종의 편의를 제공해 온 건데,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서 인건비보다 결제 대행료가 더 커졌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온 거다. 결제 대행이 어렵겠다고 하니 ‘당연히 됐던 게 왜 안되느냐’는 식으로 서로의 입장이 역전되는 순간도 있었다. 지금은 직접 결제를 권장하고, 부득이 결제 대행이 필요할 시 소액의 수수료를 부과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한마디로 ‘잡일’은 거부하고 영화마케팅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강효미: 너무 많은 일을 도맡다 보니 업무가 불분명해지곤 했다. 이것저것 다 하다가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앞으로도 협회 차원에서 통일되고 일관된 메시지를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시연: 이런 노력 덕분에 1기 회장단 출범 이후 영화마케팅사의 업무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나부터 그렇게 느낀다.

강효미: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난 뒤에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던 일을 바꿔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다.



사진_이종훈(스튜디오 레일라)




2021년 4월 15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