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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감과 에너지!” <인질> 필감성 감독
2021년 8월 19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그간의 우여곡절을 풀어놓자면 ‘인간극장’ 10부작은 충분할 거라는 필감성 감독이 장편 데뷔작 <인질>로 관객 앞에 섰다. <인질>은 톱배우 ‘황정민’이 돈을 노린 일당들에게 납치된 후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 인질과 인질범 사이의 격돌을 시종일관 거칠고 힘 있게 밀어붙인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찾은 영화가 <인질>이라고 소개하며, 각별함을 드러내는 필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인질>을 연출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인 키워드가 있다면.
현장에서 생각한 건 사실감과 에너지였다. 해당 장면이 사실적인지 항상 자문했었다. 또 정교함이나 논리성은 떨어져도 에너지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장면이, 나아가 영화가 마치 수족관을 탈출한 활어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가져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톱스타 ‘황정민’이 납치된다는 지극히 영화적인 설정이라 사실감에 특히 신경 쓴 것 같다. 연출면에서 중점 둔 점은.
‘황정민’이 우리가 다 아는 배우라서 관심을 끌고 몰입감을 주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장난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스타 납치’라는 점에서 코미디를 예상한 분도 있더라. 도입부에서 황정민이 ‘이거 유튜브 찍는 거지?’라고 묻자 인질범 중 한 명이 정색하고 ‘진짜’라고 말한다. 극 중 황정민만이 아니라 관객에게도 진짜 상황이라는 걸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붕 뜬 이야기가 아닌 진지하고 무서운 이야기라고 선언한다고 할지,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장면이다. 이후에는 몰입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황정민 배우의 수상 장면 등 실제 영상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오프닝도 그렇고,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안에도 그의 히트 대사들이 등장한다.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다가 좀 더 과감하게 가져갔다. 황정민 하면 딱 떠오르는 ‘수저 하나 얹었을 뿐’이라는 밥상 수상 소감을 틀어 진짜 황정민이라고 선언하는 기분으로 말이다. 만약 사람이 납치된다면, 자기만의 능력을 발휘해 탈출하려 할 것이고 배우라면 그 능력이 ‘연기’일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극 중 황정민도 연기력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도록 히트 대사 등을 넣었다.

덕분에 웃을 타임도 분위기도 아닌데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를 표방해 작업했지만, 대중오락영화다 보니 가끔씩 분위기를 환기해 숨구멍을 트여줄 필요가 있겠더라. 일부러 개그를 유도하기보다 앞뒤 상황에 어울리는 나름의 위트와 유머를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끼워 넣으며 대중적인 호흡을 지키려 했다.
<인질>
<인질>

촬영과 미술 등에서 현실감을 살리기 위한 콘셉트나 시도를 꼽는다면.
촬영감독을 처음 뵀을 때 ‘한 번도 카메라가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씀드리니 혹시 ‘핸드헬드’를 원하냐면서 근 10년간 하지 않았다고 답하셔서 순간 당황하기도 했었다. (웃음) 그런데 내 의도, 즉 떨리는 화면을 통해 예민함과 긴장감이 배어 나오길 바란 걸 캐치해서 새로운 핸드헬드 카메라를 구입하는 등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해주셨다. 의도대로 잘 표현돼 기쁘다.

미술의 경우, 인질범의 아지트를 오렌지와 그린 컬러를 베이스로 활용해 과감한 톤으로 꾸몄다. 여타의 납치 스릴러의 경우 납치된 공간이 주로 보일러실, 회벽, 폐 공장 등 무채색의 모노톤이 대부분인데 우린 과감하게 가져갔다. 자료를 보니 납치된 공간을 핑크색으로 칠한 경우도 있는데 이런 심리 상태가 흥미로웠고, 상황과 공간의 아이러니를 통해 오히려 리얼리티를 높일 수 있겠더라. 미술감독님은 보통 리얼리티를 베이스로 하는 영화인 경우 컬러를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여러 컬러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신나했었다. (웃음)

중국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2015)가 원작이다. 원작에서 부각한 점과 덜어낸 점은.
유명배우가 납치됐다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해외실화 다큐를 본 후 굉장히 흥미로워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세이빙 미스터 우>로 영화화됐더라. 영화를 보니 재미있고 잘 만들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달랐다. <인질>이 철저하게 황정민의 생존을 위한 사투에 집중한다면, <세이빙 미스터 우>는 제목에서 읽히듯 ‘미스터 우’를 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더라. 그래서 특별히 부각한 것도 덜어낸 것도 없다. 동일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뿐 원작 자체를 의식하지 않아서다. 다만 메이드하는 과정에서 제작사인 외유내강 측에서 판권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 나 역시 동의했다.

해외범죄실화 다큐의 어떤 점에 끌렸나.
납치된 배우가 하루 만에 돌아왔는데, 그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지 자꾸 상상하게 되는 거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도 있듯이 배우가 자기만의 장기를 발휘해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또 성룡이나 장 끌로드 반담 같은 액션 배우라면 납치범들을 제압하지 않을지 등 영화적인 상상력이 자꾸 자극되더라.

시나리오 단계부터 황정민 배우를 1순위로 꼽았다고 들었다. 어떤 면이 특히 주인공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
인질이 초중반부까지는 의자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 상반신만으로 두려움 분노 체념 비굴 등 감정의 넓은 스펙트럼을 표현해야 했다. 그간 든든한 가장, 터프한 형사, 악질 조폭 등 다양한 역할과 이에 걸맞은 완벽한 얼굴을 보여온 (황) 정민 선배라면 가장 잘 표현할 거로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정민 선배가 그간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피해자 역할은 한 적이 없더라. 이런 면에서 배우에게도, 또 이를 보는 관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거로 생각했다. 또 ‘드루와, ‘브라더~’ 등의 유행어는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코믹함을 부여하고 관객과의 인터랙티브를 높이겠더라. 마지막으로 액션까지 소화해야 하니, 정민 선배가 1순위일 수밖에!
<인질>
<인질>

인질범의 목적은 ‘돈’으로 매우 심플하다. 인질과 인질범 사이에 여타 서사를 부여하지 않은 의도가 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리서치해보니 다른 이유가 아닌, 오직 돈 때문에 사람을 납치하고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도 무서웠다. 극 중 황정민이 ‘나한테 왜 그러는데요?’라는 질문에 인질범의 대답이 기억나는지? (웃음) 감정적으로 얽히거나 어떤 사연 때문이 아닌, 단지 ‘돈’때문에 납치된 황정민이 느낄 두려움과 당혹감이 영화적으로 더 큰 충격과 공포를 생성할 것 같아서 인질과 인질범 간의 서사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관람등급이 청불에서 15세로 조정됐는데 어떤 부분을 덜어낸 건가. 또 좀 더 과감한 청불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사실적으로 가려다 보니 표현 수위가 강한 장면이 있었고, 그렇게 적나라하진 않았지만,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세게 받아들인 것 같다. 15세 등급을 받으려고 일부러 편집하지는 않았고, 간접적으로 표현한 와중에도 좀 더 자극적으로 표현된 부분은 걷어냈다. 리얼함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어둡고 무겁게만 가기보다는 오락성을 강화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인질범 5인방(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을 비롯해 경찰들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를 캐스팅했다.
황정민을 납치한 인질범과 그들을 쫓는 경찰이 우리가 익히 아는 얼굴이라면 사실감이 떨어질 수 있겠더라. 연기력은 좋지만, 새로운 얼굴로 과감한 캐스팅을 제안하니 외유내강 측에서도 배우의 발굴이라는 취지에서 크게 지지해줬고, 정민 선배도 흔쾌히 수락해서 의기투합해 진행할 수 있었다. 천여 명이 넘는 분들의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인질범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거였다. ‘어디서 이런 조합이?’ 라는 느낌을 받도록 인질범들이 함께 있으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배우들을 찾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인질범 5인방의 패기 넘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황정민 배우에게 전혀 밀리지 않더라. 그들이 나온 특별히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를 꼽는다면.
촬영하면서 그들에게 영화가 개봉하면 ‘정말 주목받을 거다, 쫄지말고 연기하라’고’ 주문처럼 되뇌었던지라, 좋게 평가해주니 정말 기쁘다. (웃음) 인상깊은 장면은 너무 많은데, 인질범 중 리더 ‘최기완’(김재완)이 상황마다 보이는 묘한 표정을 특히 좋아한다. 굉장히 서늘하기도 하고, 와중에 웃을 때는 어떤 아이러니함도 느껴진다. 또 하나는 인질범 중 이인자 ‘염동훈’을 연기한 류경수 배우가 후반부 황정민에게 “쟤 죽이라고 하면 넌 살려줄게” 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사실 그 장면을 찍을 때 원하는 표정이 안 나와서 다음 날로 넘어갔었다. 주눅들고 힘들어하던 경수 배우가 다음 날 아침에 잠을 한숨도 안자고 와서 촬영했는데 정말 실감나는 표정이 나온 거다. 칭찬과 기립박수가 이어지기도. 마치 (내) 아들이 잘한 것처럼 짜릿하고 뿌듯했다.

황정민 배우가 오디션과 사전 리허설 등 제작 단계부터 많은 역할을 했다고.
<인질>은 황정민이 ‘황정민’을 연기한 영화 아닌가. 굉장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셨다. 내가 채택하든 안 하든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주셨고. (웃음) 외유내강의 류승완 감독도 ‘황 선배의 조언을 즐기라고, 도움이 정말 크게 된다’고 미리 귀띔했었는데, 정말 그대로였다. 최종 오디션에서는 직접 의자에 포박당한 채로 상대역을 해줬는데, 그제야 영화의 그림이 또렷하게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인질인 황정민을 상대로 욕설과 구타 등 함부로 다루는 장면이 있는 데다가,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대선배의 포스에 눌려 쫄 수가 있거든. 그런데 실제로 상대역을 해주니, 후보자들의 담력(?)도 가늠할 수 있겠더라. 리허설하면서 서로 엄청나게 친해져서 항상 술로 끝나는 하루하루라 정말 으쌰으쌰한 즐거운 현장이었다.

황정민 배우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소개한다면.
초반 편의점 앞에서 인질범과 처음 만나는 장면이 있다. 원래는 그냥 돌아서는 거였는데 선배가 ‘나는 그렇게 안 한다고, 바로 쌍욕이지’ 하길래 대치상황을 좀 길게 가져갔다. 그랬더니 과연 ‘황정민’의 인간적인 면이 잘 살아나더라. 또 중반부 바지에 실례하는 장면도 먼저 선배가 제안한 거다. ‘빛나는’ 아이디어라고, 바로 채택했다. (웃음)

처음으로 장편영화를 마친 소감 한마디! 힘들었던 점도 또 그만큼 배운 점도 많을 것 같다.
오랜 준비 끝에 좋은 제작사를 만나 훌륭한 배우와 함께 작업했는데, 후반 작업하던 중 그만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났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큰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홍보하는 것도 처음이라 떨리기도 하지만,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했듯 데뷔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간의 시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뭘까.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 이른 나이에 입봉 제의를 받고 좋아하다가 이후 어둠의 긴 터널로 들어갔다고 할까. (웃음) 성사될 만하면 투자나 캐스팅 등 각종 이유로 번번이 엎어지더라. 인간극장에 ‘필감성씨는… ‘하며 사연이 소개되면 한 10부작은 될 거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러니까 원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때때로 입봉을 위한 입봉에 끌리다가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 했을 때 찾은 영화가 <인질>이었다.


사진제공. NEW

2021년 8월 19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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