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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내가 생각했던 심은석” 넷플릭스 <소년심판> 홍종찬 감독
2022년 3월 16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공감도 높은 드라마를 선보여온 홍종찬 감독이 소년법정을 다룬 <소년심판>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현실에 기반한 에피소드와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균형감 있게 다룬 <소년심판>은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작품. 사회와 어른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호평받고 있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배우, 작가, 감독이 어떤 고민을 거쳤는지 홍종찬 감독에게 서면으로 들었다.

청소년 범죄, 특히 촉법소년을 다룬 차별화된 소재는 한 시즌으로 마무리 짓기에는 아까운 소재다. 특히 정의감+톤+독보적인 능력과 매력을 갖춘 ‘심은석’ 판사 캐릭터는 세계관 확장과 연결에 영리한 포석이라는 생각이다. 다음 시즌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다음 시즌을 전제하에) 어느 유튜버는 드라마 <비밀의 숲>의 ‘황시목’ 검사(조승우)와 대결도 기대된다고 하기도. (웃음)

시즌2가 제작되게 되면 굉장히 기분 좋을 것 같다. 소년 사건은 재범률이 높다. 1, 2화에 등장하는 ‘성우’(이연)가 마지막 에피소드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되면서 시즌1이 끝나는데, 시즌2를 제작하게 된다면 왜 소년들이 재범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 소년원에 가고 처분을 받지만, 다시 갱생하지 못하고 다시 재범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소년심판> 시즌1은 소년형사합의부와 판사 그리고 재판이 메인이었다면 시즌2는 소년범의 환경과 그들이 처한 이야기, 사회에 소년범들이 계속 발생하게 되는 사회 시스템을 소년범의 입장에서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승우 씨가 특별 출연해주신다면 심은석과 황시목의 대결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즌2에 조승우 씨에게 특별 출연을 부탁해 황시목 검사와 심은석 판사가 법정에서 만나는 장면을 만들어볼 수 있다면 한번 노력해보겠다.(웃음)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대하는 네 판사의 시선과 대응을 통해 균형감 있게 사안을 전하려 한다고 느꼈다. 네 판사 중 심은석 캐릭터는 극의 중추인데 김혜수 배우의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했는지. 배우가 소화해 낸 심은석과 당신이 그린 심은석 사이의 간극은 어느 정도인지.

김혜수 배우와 처음 작업하는 거라 배우가 출연한 전작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부도의 날>(2018)에서 심은석과 가장 가까운, 올곧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고 <차이나타운>(2014)의 ‘엄마’의 연기를 봤을 때 심은석이 소년범을 혐오하고 냉철하고 강하고 무서울 정도로 대하는 태도도 잘 표현할 것 같았다. <국가부도의 날>과 <차이나타운> 두 캐릭터 안에서 변주가 이루어지면 심은석을 잘 표현하겠다고 생각했다. 김혜수만의 보석 같은 매력, 김혜수만의 빛이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데 김혜수 배우는 그런 부분 때문에 캐스팅을 제의했고 그런 부분을 뛰어넘어서 심은석에 대한 표현을 잘해줬다.

내가 상상한 대로 배우가 연기하면 연출의 생각과 잘 맞는 캐스팅일지, 좋은 시너지가 나서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질지는 사실 의문이 든다. 어떤 부분은 서로 동의하고 잘 맞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배우가 해석해 온 지점이 연출이 해석하고 상상한 것과 훨씬 다르게 표현될 때가 있다. 대체로 어떤 부분은 캐릭터를 준비해 오는 배우가 더 깊이 연구해올 때가 있다. 배우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연출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또 연출이 생각하지 못하는 캐릭터의 깊이를 배우가 표현해낼 때가 있는데 사실은 작업할 때 그런 간극이 당연히 있다. 나는 그런 간극이 어떤 작품을 만들 때 시너지가 생기는 지점이라고 생각을 한다. 김혜수 배우는 사실 내가 생각했던 심은석이었다. 연출과 배우 사이의 간극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작품에 긍정적이고 작품이 풍성해지는 어떤 시너지로 작용을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과의 ‘씬 바이 씬’ 작업을 통해 작품의 톤과 행간의 메시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들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열띤(?) 논쟁 혹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씬 바이 씬’은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부터 시작해서 캐릭터적인 얘기, 소년범들에 대한 얘기들까지 연출의 시각에서만 혹은 배우의 시각에서만 얘기하지 않고 모든 작품에 담겨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 가감 없이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성우’와 ‘예은’(황현정)이 같은 법정에 서게 된다. 심은석이 ‘예은’을 밤중에 잡아온 것을 보조인인 ‘찬미’(김영아)가 기자들한테 과잉 조사라고 터뜨리게 되고 이게 언론에 나오면서 심은석이 주심에서 빠지고 ‘차태주’ 판사(김무열)가 주심을 맡게 된다. 부장판사(이성민)와 좌배석, 우배석, 세 명의 판사가 같이 논의해서 판결을 내리지만, 재판을 누가 주되게 담당할 거냐는 게 주심인데 그 사건을 통해서 이걸 태주가 맡게 된다. 하지만 원래 대본에서는 주심을 태주가 맡긴 했지만, 대사를 주도하는 건 은석이었다. 본편에서 ‘예은아 너네 집 어디 펠리스 몇 호 맞지?’라는 대사도 원래는 심은석의 대사였다. 씬 바이 씬을 하면서 내가 주심이 태주로 바뀌었는데 대사의 안배도 태주가 어느 정도 주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를 느꼈고 배우들에게 물어봤더니 다 같은 의견이었다. 그래서 심은석의 대사를 차태주가 하는 식으로 안배하게 됐다. 분배하는 과정에서 이걸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을까 끝까지 고민을 했는데, 마지막에 김무열 배우가 ‘감독님 이렇게 이렇게 하면 제일 깔끔할 것 같은데요’라고 의견을 줬다. 촬영 전까지 김혜수 배우와도 함께 얘기해보면서 지금의 본편 장면처럼 대사를 안배하게 되었다.

그리고 ‘원중’(이성민)이 방송국에서 돌아와서 김밥을 먹으면서 지후 사건의 기록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도 씬 바이 씬을 하는 과정에서 바뀌었다. 사실은 원중이 김밥을 먹으면서 기록을 보는 게 아니라, 난을 닦는다든지 다른 행동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김혜수 배우가 부장판사로서도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원중이면 어떨까 얘기를 했고, 저도 그렇고 다들 그 부분에 대해 동의를 해서 지금처럼 바뀌었다.

첫 에피소드와 마지막 에피소드는 촉법소년의 끔찍한 범죄를 다룬다. 첫 사건의 모티브가 된 인천 여고생 사건이나 마지막 사건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나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사건이다. 피해자 유가족으로서는 이렇게 다뤄진다는 것 자체로도 상처가 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이 점을 당연히 고려해서 작품에 임했겠지만, 작품을 연출하며 가장 경계한 지점은 무엇인가.

<소년심판>은 작가의 상상을 통해 창작된 이야기로, 이 에피소드를 첫 번째로 배치한 이유는 이목을 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사건이기도 하지만 ‘원중’(이성민), ‘은석’(김혜수), ‘태주’(김무열)가 소년형사합의부로 모여 같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해자와 가해자의 부모, 피해자의 부모 입장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소년범죄 사건의 매스컴 인터뷰나 영상,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이들의 심정을 조금 헤아릴 수 있었다. <소년심판>이 공개되고 작품을 본 그 어떤 이들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고,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년심판>을 시작하게 되었다.

두 캐릭터의 캐스팅이 눈에 들어왔다. ‘백성우’ 역의 이연 배우와 보조인 ‘허찬미’역의 김영아 배우다. 촉법소년을 20대 여성으로 캐스팅한 이유와 소년범의 보조인으로 ‘허찬미’라는 한 인물을 줄기차게 내세운 이유가 궁금하더라. (찬미 캐릭터를 통해 반성 없는 일부 부모와 어른에 대한 은근한 비꼼과 유머가 느껴졌다.)

<소년심판>의 첫출발이자 첫 소년범 역할인 백성우 역할이 가장 고민이 많이 됐다. 백성우는 만 13세 촉법소년으로 키는 160cm 정도의 자그마하고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여러 가지 요건들이 있었고 토막 살인, 시체 유기 등의 과정들까지 있어서 고심됐다. 그러던 중 이연 배우를 알게 됐다. 다른 캐릭터로 오디션을 보러 왔는데 머리를 짧게 하고 왔다. 이연 배우의 오디션 동영상을 보면서 웃는 표정, 무표정한 표정, 가만히 있는 표정, 이런 표정들을 스틸로 다시 출력해서 계속 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성우의 모습들이 나왔다. 사실 그전에 성우를 뽑기 위해서 수많은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기존에 연기했던, 또 지금 연기하고 있는 친구들은 중학교 2학년만 되더라도 키들이 다 170cm가 넘어서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랑 안 맞았다. 이연 배우에게 남자 역할인데 괜찮을까 얘기를 했는데, 흔쾌히 오케이를 해줬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이연 배우를 만나서 캐스팅을 확정 지었고, 그렇게 성우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찾아왔다.

먼저 찬미 역할을 잘 표현해 주신 김영아 배우에게 감사드린다. 일반 재판에서는 변호인이 되는데 소년 법정에서는 보조인이라고 총칭하고, 대형 로펌에서 보조인 그러니까 변호사를 하고 있다. 재력이 있는 기득권 세력의 아이들만 찬미의 변론을 받게 되고 그 시작이 예은이다. 이후에도 돈이 많은 집의 아이들이 나올 때 등장하는데 백도현과 황인준 사건에서도 변호인으로 나온다. 그 내막은 백도현의 아버지가 돈이 많아서 다른 아이들에게 백도현의 죄를 말하지 않으면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 주겠다고 해서 찬미가 등장한 것이다. 현실에서도 여러 유형의 변호사들이 있다. 국선 보조인처럼 사명감과 소신을 가지고 소년범을 변호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찬미처럼 대형 로펌에 들어가서 수임료가 큰일을 맡아 직업인으로서 수행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찬미라는 캐릭터를 설정했다. 특별히 어른들에 대한 은근한 비꼼과 유머를 의도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느꼈다면 오롯이 김영아 배우가 잘해주어서인 것 같다.

전작 <디어 마이 프렌즈>를 좋아하는 일인으로서 서면으로나마 인사하게 되어 기쁘다. 평소 극본에 충실한 편인지, 아니면 극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지 연출 스타일이 궁금하다. 이번 <소년심판>의 경우 감독님의 의견이 반영되어 변경된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기본적으로 작품을 대할 때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가 연출자로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대본을 볼 때도 작가가 표현하고, 말하고자 하는 걸 명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극본에 충실하려고 하는 편인데 다양한 작가님과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작품마다 작업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김민석 작가와 작품을 하면서는 시나리오에 많이 개입하고 의견도 많이 나누었다. 작가님이 신인 작가여서는 아니고 나와 호흡이 좋아서였다. 연출로서 작가가 의도한 걸 본질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연출적으로 아이디어가 있거나 표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작가님께 의견을 피력했고 많은 부분 수용해줬다. 주요 등장인물이나 소년범들의 대사, 말투들은 실제로 캐릭터를 보기 전까지 작가가 모든 걸 상상해서 쓰기는 어렵고 캐스팅 과정에서 캐릭터가 더욱 구체화되면서 대사 톤이나 말투가 바뀌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배우와도 많은 소통을 했고 제일 크게 반영이 된 부분이다. 딱히 내 의견이 반영되어서 어떻게 했다기보다는 이번 작품은 특히나 극본, 대사, 에피소드 등 여러 부분의 의견을 많이 드렸던 것 같고 작가님이 잘 받아주셔서 협업을 잘할 수 있었다.

그간 여러 작품을 해왔다. 당신의 인장이랄지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키워드)은 뭐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인 욕심은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연출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연출, 그것을 다 잘할 수 있는 연출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작품을 해야 나도 지치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감'인 것 같다. 어떤 작품이든 거기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연출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지, 또 그 캐릭터들이 관객들을 공감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판타지, 드라마, 스펙터클한 영상미가 추구되는 장르 등 장르를 떠나 모든 작품이 관통하는 것은 결국 작품 속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공감될 수 있는지다. 공감이라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은, 여러 가지를 포괄하는 단어이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것을 한 가지로 말한다면 ‘공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2022년 3월 16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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