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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역사 속 절절한 사랑, 애플TV+ <파친코> 배우 이민호&김민하
2022년 3월 29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지난 25일(금) 뜨거운 관심 속에 첫 선을 보인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강인한 여성 ‘선자’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한다. 1900년대 초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을 선보인 ‘선자’ 역의 배우 김민하와 ‘한수’ 역의 이민호, 두 배우와 화상 인터뷰로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두 배우 모두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 됐다고 들었다.
김민하: 캐스팅 디렉터한테 연락을 받고 3~4개월 동안 오디션을 봤는데 그 기간이 길면서도 짧게 느껴졌다. 뭔가 후루룩 지나간 느낌이었다. (웃음) 연기도 하고 인터뷰도 많이 하고 그 단계에서 대화도 많이 나눴다. 이제껏 접하지 못한 오디션을 방식이라 고되기도 했지만 얻은 게 더 많았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 법을 배웠다.

이민호: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본 지 13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오디션이라는 개념조차 까먹을 정도로 잊고 있었다. (웃음) 오디션이라는 것은 단순히 연기를 보는 것을 넘어서서 그 사람의 가치관, 성향 이런 것을 깊숙이 알아가고 캐릭터와 매칭하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오디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이런 시스템이 합리적이고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했다. 유명인이라 해서 기존 이미지와 매칭하는 작업이 아니어서 좋았고, 오랜만에 예전의 나를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하는 작업이라 만족스러웠다.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꽃보다 남자>를 준비하던 시절도 떠오르더라. 이번 작품에 출연할 때, 마치 그 시절처럼 내가 한 연기를 계속 의심했다. 촬영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 홀가분하지 않았다. 그만큼 ‘한수’라는 캐릭터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컸고 치열하게 빠져들었다.

김민하 배우는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글로벌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다.
김민하: 거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웃음) 일단 ‘선자’가 가진 서사를 전달하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초반부에 큰 압박을 느꼈다. '잘할 수 있을까', '너무 실망시켜드리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하지' 하며 많이 고민하고 걱정했다. 그런데 하루하루 촬영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촬영할 때마다 무언가 하나씩은 꼭 배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감과 자존감이 회복됐고 그때부턴 내 연기에 확신을 가지고 부담보단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 이 작품은 내 마음을 열게끔 해준 선물 같았다. 정말 선물 같은 존재이고 내 마음이 더 열린 만큼 넓은 시야와 스펙트럼으로 배우로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두 배우는 각각 일제강점기, 처절한 상황 속에서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한 사업가 ‘한수’와 홀어머니 밑에서 하숙집 일을 돕고 있는 생활력 강한 소녀 ‘선자’ 역을 맡았다.
이민호: ‘한수’는 처절했던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거칠고, 앞만 보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굴 죽이기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절대선이었던 사람이 생존의 과정 속에서 절대악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표현하려 했다.

김민하: 마음을 비우려고 최대한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면서도 ‘선자’가 처한 상황, 그리고 그 상황 속 느끼는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고자 했다. 너무 많이 생각하거나 반대로 덜하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선자’의 입장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준비했다.

캐릭터를 통해 역사적 아픔을 표현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나 책임감은 없었을까.
이민호: 실제 역사적 배경이 있는 캐릭터인 만큼 진정성 면에 있어서 더 많이 공부했고,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역사와 사건 속에서 살아남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인간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지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일제 강점기에 대해서) 학교 다닐 때 역사 공부를 했던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기록되지 않았던, 기록조차 될 수 없었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관동대지진이라는 기록에 남은 역사 속 수많은 희생자들, 또 조선인이었다는 이유로 일련의 사건들을 겪었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김민하: 한국에서 일어난 일, 역사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보다는 ‘선자’의 인간적인 모습에 중점을 뒀다. 캐스팅이 확정된 순간부터 계속 ‘선자’로 존재하기 위해 노력했고 촬영할 땐 그 순간에 녹아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여성 중 하나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누군가의 연인으로서 이런 깊은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지점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 강인한 여성과 엄마를 대변할 수 있게 되어 강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연기했다. <파친코>에서는 ‘선자’뿐만 아니라 각 인물들의 이야기와 역사가 모여서 세월이 되고 한 시대가 된다. 이런 것들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언제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한수’는 이민호 배우가 앞서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이미지가 많이 다르더라.
이민호: 기존 캐릭터와 정반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악역이라서가 아니라 표현 방식에 있어서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와 정반대의 캐릭터라 생각한다. ‘한수’는 악의 모습으로 자신을 지키고 나아가는 캐릭터다. 그런 처절함과 그의 내면 속 어두운 모습이 시청자분들에게 나쁜 남자로 비칠 수 있겠지만 내 눈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간 작품을 선택하면서 어떤 이미지로 해야겠다는 걸 정하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하다보니 주로 멋있고 판타지스러운 인물을 맡았더라. (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정제된 기존의 이미지를 부수고 야생으로 돌아가서 원초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극중 파격적인 로맨스로 화제를 모았는데.
이민호: ‘선자’와 ‘한수’의 사랑이 멜로 이상의 감정 교류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이성간의 사랑을 넘어 시대 속에서 처절했던 인간과 인간이 만나 강하게 부딪히고 교감하는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래서 김민하 배우와의 호흡을 위해 캐스팅이 되자마자 민하에 대해 많이 알려고 노력했고 작품 외에도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 감정을 공유하려고 했다. 촬영장에서 서로 편하게 만나자는 게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다.

김민하: (‘선자’와 ‘한수’의 로맨스는) 짧은 시퀀스지만 그 안에 많은 감정과 생각을 부었다. 사랑 이야기만이 아닌 많은 걸 보여주는 신이었기 때문에 강렬했다. 내가 워낙 무뚝뚝한 편이라 (이민호) 선배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잘 표현하지 못해 죄송하다. (웃음) 선배님과 같이 한 신에서는 안심도, 의지도 많이 했다. 아무리 감정적으로 격한 신이라도 현장에서 편하게 해주셨다. 이민호 선배님께 많은 걸 배웠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이 각각 4회씩 연출을 했는데, 이와 관련된 어려움은 없었나.
김민하: 우선 두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는 것보다 해외 제작진과 일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컸다. 시스템이나 큰 틀은 다르지 않았는데 영어로 소통해야 했고, 스케일적인 면에서도 압도당했던 것 같다. 코고나다, 저스틴 감독님의 경우 두 분의 기본적인 성향 자체가 많이 다르고 대화하는 방식도 달랐다. 하지만 두 감독님 모두 내가 '선자’ 자체로 존재하고 숨 쉬길 바랐다. 이런 공통된 디렉팅을 받으면서 통일된 ‘선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민호: 두 분의 성향이 정말 다르다. 코고나다 감독님은 신중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고 저스틴 감독님은 열정적이다. 그런데 두 분 모두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진정성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했던 부분은 배우가 시대 안에서 직접 느끼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장되게 표현해달라는 디렉팅은 거의 없었다. 배우들이 진정으로 느꼈는지, 모니터를 통해서도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지 그게 중요 포인트였던 것 같다.

시청자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시청했으면 하나.
이민호: <파친코>는 100년이 지나도 공감될 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의 선조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듯, 다음 세대들에게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려는 그런 노력이 있어 인류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또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더 격하게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나는 뭘 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시청자 분들께서 드라마를 보며 우리 윗세대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고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해외에서도 이번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다. 김민하 배우는 최근 외신과의 영어 인터뷰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
김민하: 어머니께서는 내가 영어 교수가 되길 바라셨다. 어렸을 때부터 외화를 볼 때 무조건 자막 없이 봐야 했고, 원작 있는 영화를 볼 때 원작을 영어로 먼저 봐야 하는 빡빡한 규칙이 있었다. 영어학원도 3~4개를 다니고 어학연수도 짧게 다녀왔다. 영어 교육을 너무 많이 받아 그땐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부모님께 매일 절하고 있다. (웃음)

부모님은 영어 교수가 되길 바라셨는데 어떻게 배우가 될 생각을 했나.
김민하: 어렸을 때부터 미국 영화나 드라마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고, 작품을 보면 대사를 외울 때까지 따라했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따라하면서 자랐다. 한때 꿈이 성우이기도 했고. (웃음) 대학을 갈 무렵 자연스럽게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김민하: 아직 정해진 건 없다. <파친코>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게 올해 가장 큰 목표인 것 같다. 일단은 <파친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한다.

이민호: 묵묵히 항상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면서 열심히 할 생각이다. 또 한국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국가에서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사진제공_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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