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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라는 동력, 쿠팡플레이 <안나> 배우 수지
2022년 7월 11일 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쿠팡플레이가 야심 차게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는 1, 2화가 공개되자마자 곧장 화제의 중심에 섰다. 파격적인 내용과 더불어 주연인 수지의 연기도 함께 주목 받았다. 극중 ‘유미’에서 ‘안나’로 이름을 바꾸고 거짓된 인생을 살게 된 한 여자를 연기한 수지는 ‘유미’의 동력이 불안이라고 설명하며 자신 또한 “늘 불안함을 느꼈고 늘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한다.

그간 꾸준히 드라마를 해왔지만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새롭다. 우선 첫 단독 주연작인 데다 첫 OTT 작품인데.
첫 단독 주연작인 만큼 부담과 책임감을 안고 연기에 임했다. 그런데 살면서 이렇게 칭찬을 많이 받은 적이 있나 싶다. 얼떨떨하면서도 낯설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웃음)

사실 OTT 작품이라 해도 연기자 입장에서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공중파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더 많은 분들이 못 본다는 점은 아쉽지만 시청률에 덜 신경 쓰게 된다는 건 장점인 거 같다. (웃음)

<드림하이>, <빅>부터 최근 <스타트업>까지 여태껏 주로 밝고 명랑한 캐릭터들을 연기해서 위태롭고 우울한 ‘유미’(‘안나’)의 이미지가 잘 어울릴까 했는데 기대 이상이더라.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 톤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누가 봐도 욕심을 낼 작품이라 '뺏기지 말고 내가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유미’는 착하다, 안 착하다로 나눌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끌렸다. 내면에 있는 분노가 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게 혼자만 하는 생각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미묘한 순간을 연기하는 게 재미있을 거 같더라.

누구나 사소한 거짓말 정도는 하고 살지만 ‘유미’처럼 대범하게 인생 전체를 꾸며내지는 않는다. ‘유미’를 시청자에게 설득시키려면 당신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먼저였을 텐데.
원작인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읽어 볼까 했는데 감독님께서 '소설과 시나리오가 너무 다르니 읽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더라. 내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유미'가 완전한 리플리 증후군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리플리 증후군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보지 않았다.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자기의 거짓말이 진짜라고 믿지 않나. 그런데 '유미'는 자신의 거짓말에 완전히 빠진 게 아니다. 자신의 거짓말을 인지하고 있고 불안해한다.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없다고 생각해서 오로지 '유미'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유미’에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심리 상담사를 찾아가 여러 가지를 자문 받았다. 제일 궁금했던 건 '유미’가 느끼는 감정에 관해서였다. 나는 ‘유미’가 우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담사의) 설명을 들어보니 ‘유미’의 감정은 우울보단 불안에 가깝더라.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우울이라면, 불안은 오히려 사람을 더 움직이게 만든다. 그래서 ‘유미’의 동력이 불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거짓말도 에너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지 않나.

‘유미’처럼 실제로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인가. (웃음)
하찮고 사소한 거짓말을 많이 하긴 하는데 잘 들통난다. (웃음) 그래도 살면서 거짓말은 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얀 거짓말, 착한 거짓말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때로는 내가 너무 솔직한 게 상대방에게 부담일 수도 있고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다. 그래서 거짓말이 꼭 나쁜 건 아닌 거 같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커리어적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오지 않았나. ‘유미’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을 거 같다.
‘유미’와는 다른 삶을 살았지만 나도 안에 화가 많다. (웃음) 이 일을 하면서 많이 불안했고 화가 난 적도 많았다. 그런 감정을 깊이 연구하면 ‘유미’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어떨 때 불안하던가.
어렸을 땐 막연한 불안이 참 많았다. 연습생 준비를 하면서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것부터 쟁쟁한 연습생들 사이에서 내가 제대로 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 등 늘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데뷔하고 나서도 강박과 불안에 시달렸다. 하물며 데뷔부터 너무 잘 된 것도 불안하더라. (웃음)

그런 과거를 떠올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다. 그런데 그렇게 불안해하던 나를 잘 다독여주지는 못했다. 그런 생각? (웃음)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불안을 느끼나.
당연하다. 작품이 공개되면 사람들의 평가가 신경 쓰이고 내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어느 한 켠에 항상 지니고 있다. 어쩌면 의식적으로 불안을 놓지 않는 걸 수도 있다. 지금에 와선 불안이 마냥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지기도 하고 오히려 좋은 긴장감이 될 때도 있다. 불안을 다루는 데도 꽤 능숙해졌다.

어떻게?
모든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을 좀 덜어내고 편하고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한다. 옛날엔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자는 마음이 정말 컸다. 그렇게 열심히 산 하루가 모여 무언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했고 실제로도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너무 힘들더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꽉 붙잡고 사는 느낌이었다. 그걸 내려놔야 내가 편안해질 수 있을 거 같더라. (웃음) 대중의 평가에 대해선 내가 최선을 다했으니 어떤 평가가 오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올해로 스물 아홉, 20대 막바지이자 30대를 맞이하는 나이가 됐다.
20대 끝자락이라고 체감이 안 되는데 시간이 진짜 빠른 거 같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아쉽다. 30대는 조금 더 아쉽게 살고 싶다. (웃음) 열심히 안 살아서 아쉬운 게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살았나 보다'의 아쉬움 말이다. 동시에 조금 더 쉬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다. 너무 달리기만 하지 않는 30대를 맞이하고 싶다.

사진제공_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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