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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기술 혁신, 최고의 작업 환경” <아바타: 물의 길> 최종진, 황정록
2023년 1월 3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지난 12월 14일(수)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의 CG를 담당한 건 영화가 촬영된 뉴질랜드에 위치한 특수시각효과(VFX) 회사 웨타FX(이하 웨타)다. 세계 최고의 CG 수준을 자랑하는 이번 작품에 자랑스러운 한국인 제작진 두 명이 웨타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바로 CG 작업을 총괄한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다. 두 사람과 화상으로 만나 전해들은 <아바타: 물의 길> 제작기를 공유한다.

먼저 <아바타: 물의 길>에 참여한 소감이 어떤가.
최종진 예전엔 영화 엔딩크레딧에 내 이름이 나오는 걸 보고 아내와 아이들이 눈물을 흘릴 만큼 좋아했는데 지금은 내가 무슨 일 하는지도 가끔 잊어버리더라. (웃음) 그래도 <아바타: 물의 길>은 워낙 대작이다 보니 가족들이 많이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황정록 운 좋게도 <아바타: 물의 길>에 참여하게 됐다. (뉴질랜드로) 거주지를 옮기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아바타> 팬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 코로나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극복했고,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어 기쁘다. (웃음)

이번 작품에서 각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 부탁한다. 또 완벽주의자로 잘 알려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일하는 건 어땠나.
최종진 이번 작품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라이트 테크니컬 디렉터와 CG슈퍼바이저다. CG작업 전반에 참여하며 문제점을 찾아내고 마지막까지 퀄리티를 책임지는 역할이다. 카메론 감독과 같이 작업하며 예산의 제약 없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투입해 비주얼 작업을 했다. 모든 장면에 아티스트의 혼이 깃들어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CG 작업에서는 이른 바 ‘히어로샷’이라고 부르는 멋진 샷이 있는데 <아바타2>는 모든 샷이 히어로샷이다. (웃음)

황정록 내가 맡은 일은 관객의 몰입을 지킬 수 있도록 가상의 캐릭터에게 감정을 불어넣고 표정을 만지는 일이다. 나는 ‘제이크’, ‘키리’, ‘토나와리’의 얼굴을 담당했다.

카메론 감독은 CG와 캐릭터 구현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피드백으로 매번 나를 놀라게 했다. 예를 들어 나비족은 인간과는 다른 코와 미간이 특징인데, 감독님이 ‘제이크’의 얼굴을 묘사할 때 화난 호랑이를 참고하라고 조언하더라. 놀라운 상상력이었다. 여러모로 카메론 감독과 작업하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모든 스태프가 수평적 위치에서 같이 의논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그간 만나보기 힘든 작업환경이었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정말 존경한다.

<아바타> 이후 13년 만의 속편이지 않나. 그간 어떤 기술적 진보가 있었을까.
최종진 빛이 물결을 통과하거나 반사할 때 굴절되어 사물에 맺히는 현상을 커스틱이라고 부른다. 수영장에 햇빛이 비치거나 일렁이는 물결 무늬를 떠올리면 된다. 20년 전에도 이를 CG로 구현하는 게 가능은 했다. 다만 하드웨어가 받쳐주지를 못했을뿐이다. 지금은 하드웨어 성능이 놀랍도록 높아졌고, 웨타의 자체 랜더러도 개발됐다. 물론 아직도 커스틱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발자가 CG 작업에 동참해서 시스템을 수정해가면서 작업한다. (웃음)

황정록 캐릭터 디자인 측면에선 얼굴 표정을 조절하는 페이셜시스템이 개발됐다. <아바타> 1편에서는 표정의 움직임이 직선의 조합으로 만들어져서 입체감이 부족했다. 그 때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페이셜 아티스트가 수작업을 더해야 했고, 필연적으로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소요됐다. 이번 2편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작업을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새 기술을 쓰면 얼굴 근육이나 곡선의 조합도 자연스레 구현된다. 덕분에 아주 작은 표정까지도 담아낼 수 있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작업 방식은 어떤가.
최종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이 워낙 눈높이가 높아서 사실 작업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감독님은 CG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정확한 디렉션을 내렸다. 모든 작업이 감독님의 지휘 하에 꼼꼼하게 진행됐다. 그 덕분에 큰 수정사항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디테일에 신경 쓰면서도 카메라 구도, 움직임, 스토리텔링, 촬영 등 전체를 봤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아무리 힘들게 작업했다 하더라도 몇 십, 몇 백 샷을 빼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최종진 단연 수중 퍼포먼스 캡쳐를 활용한 장면이 아닐까. 배우들이 물 속에서 직접 연기를 하고 이를 수중에서 3D로 촬영하다니, 전에 시도된 적 없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이 장면을 위해 수중 3D 카메라를 개발해야 했다. (웃음) 그리고 물을 표현하는 데도 큰 발전이 있었다. 물은 99%가 CG 작업이었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2편에선 1편에 비해 물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 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1편에서 물을 표현하는 데 1PB(페타바이트=1024TB)의 데이터가 쓰였다면 2편은 거의 20배에 달하는 18.5PB가 들었다. 기술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은 만큼 훌륭한 퀄리티가 나온 것 같다.

작업 기간과 제작진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
최종진 영화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20년이다. CG 작업은 2년 조금 넘게 걸렸다. 보통 대작의 경우 CG 작업이 1년 이내인데 이 영화는 그 두 배가 소요된 셈이다. 웨타 직원 2000여 명이 CG 작업에 투입됐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에 비해 오랜 기간이 걸렸다.

황정록 캐릭터 얼굴 작업은 2019년부터 시작됐는데, 그래서 캐릭터의 외형에 대해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거 같다.

여담이지만 <아바타> 1편 때는 다들 어떤 일을 하고 있었나. (웃음)
최종진 13년 전에는 지금 웨타와 CG 분야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ILM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별장에서 열린 <아바타> 시사에 참석했는데, 영화를 보고 다들 말이 없어지더라. (웃음) 어마어마한 분량과 완성도의 CG, 그리고 스테레오 기술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후 <혹성탈출> 작업을 하면서 웨타에 합류했다.

황정록 나 역시 마찬가지로 당시 ILM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바타>를 극장에서 보고 감탄했다. 언젠가는 <아바타> 같은 작업에 꼭 합류하겠다고 마음 먹기도 했다. (웃음)

<아바타> 시리즈의 5편까지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과연 어디까지 기술이 발전할지도 기대되는 포인트다.
최종진 기술개발과 혁신은 계속될 거다. 0에서 90까지 퀄리티를 높이는 것보다, 90에서 100에 가까워지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웨타 또한 더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기술적 발전을 해나갈 것이다. 후속편에는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제공_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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