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역전에 산다’의 고호경 인터뷰
어리지만 옹골찬 배우 고호경를 만나다 | 2003년 6월 25일 수요일 | 서대원 이메일


얼마 전 개봉한 <역전에 산다>에 잠깐이기는 하지만 인상 깊은 캐릭터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고호경, 그녀를 무비스트가 어렵사리 인터뷰했다. 참으로 재밌는 사실은, 인터뷰어 상대가 절세의 미인이니 만큼 나름대로 이것저것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면접하러 가는 길 내내 필자의 머릿속에서는 <조용한 가족>에서 처음 그를 보았던 그 기묘한 느낌만이 끊임없이 요동을 쳐 다른 모든 단상들은 홀대를 받으며 쫓겨나야만 했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자리에 앞서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기에 살맛나는 고깃집에서 1차 접선을 한다는 통보를 뒤늦게 받고 행여나 고기 바닥날라 황급하게 음식점을 득달같이 뛰어 들어간 순간, 고호경 그녀와 감격스런 대면을 하는 찰나를 맞이하게 됐다. 아득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마냥 귀엽던, 그 모습과는 다소 다른 이미지였다. 헤어스타일은 단발머리가 아닌 찰랑찰랑 긴 머리, 그리고 맨 얼굴이 아닌 약간은 화장한 듯한 안면, 발랄하면서도 은근슬쩍 섹시 모드로 차려 입은 옷매무새, 또 이국적인 마스크.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라이처럼 큰 눈동자는 작지만 예리한 눈을 가진 필자를 한 없이 쪽팔리게 만들 정도로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물론, <조용한 가족>에서 스멀스멀 뿜어대던 기묘한 분위기와 털털한 웃음소리, <반칙왕>에서 신하균과 함께 담배 한 대 약 올리며 비행을 일삼던 일탈적인 모습 역시 그녀의 외피 곳곳에 녹아나 있었다.

흡사, 안방마님과 돌쇠가 한 상에 떨떠름하게 앉아 있듯 냉랭함이 좌중을 압도했던 서먹한 분위기는 이내 고기 한점 먹으며 한 마디 두 점에 두 마디 이런 식으로 슬슬 풀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기현스런 그녀의 매니저와 함께 우리는 2차접선 장소로 이동해 두어 시간 동안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담소를 스스럼없이 나눴다. 결과적으로 이날 인터뷰를 통해 느낀 점은, 고호경 그녀는 정말이지 솔직담백한 스타일의 배우이자 순진무구한 구석이 내면화 되어있는 아기 같은 성격의 여자라는 것이었다. 헌데, 희한하게도 이런 그녀에게서 인생을 적잖이 겪어본 여인에게서만 짙게 맡을 수 있는 여유로움의 넉넉함이 곳곳에서 풍겼다. 이는, 자기 전에 매일 일기를 쓴다는 그녀의 생활습관과 화목하다는 가정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6년여 전인 고딩 때 영화배우의 길로 들어선 그녀는, 분명 촉망받는 그 여느 신인배우 누구보다 영화관계자들과 관객들로부터 상당한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기대주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후, <반칙왕>, <하면된다>에 단역으로 영화에 출연했을 뿐 기이하리만치 스크린에 얼굴을 투영시키지 못했다. 그래선 그런지 몰라도 그녀는 자신의 배우로서의 역량을 TV 드라마와 시트콤 그리고 음반 2장을 발표한 가수로서 각각의 영역에 분산시켜 발휘했다.

그 결과 고호경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아득히 저 멀리 잊혀진 인물로 위치되며 간간히 그들의 기억 속에서 소환될 뿐이었다. 그리고 현 시점의 신세대에겐 영화배우로서보다는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 풍의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로서 각인돼 있는 상태다. 이처럼 그녀는 허망하게도 또는 기쁘게도 동시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는 분명 하나지만, 각각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두 존재로 인식돼 있다. 짐작하건대, 이러한 현 상황이 그녀에게는 불편함으로 와 닿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의기소침하지 않고 당당했다. 노출신 때문에 그간 안타깝게 놓친 작품이 매우 아쉽고, 가수보다는 배우로서의 길을 걷고 싶고, 입만 뻥끗뻥끗하는 붕어(이 표현은 고호경이 했던 언급을 필자가 치환한 말이다)들이 설쳐대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 가요계에 많아 솔직히 나서기가 부끄럽고, 쇼프로에 나가 개인기를 발휘하고 싶지도 않다며 자신의 입장을 거침없이 대신 예의바르게 밝혔다. 배우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서도 아직은 이렇다할 가치관이 잡히지 않았노라며 자칫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답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고호경이 얼마나 영화에 대한 애착이 강한지를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 석자 앞에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이 붙박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고자 영화 작업에 몰두 하고 싶다며 실타래처럼 얽힌 자신의 심사를 무겁지 않고 생기발랄하게 틈틈이 드러냈다.

<역전에 산다>로 근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고호경은 자신의 느낌과 포개어지는 부분이 있는 작품을 만나면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실로 그 뜨거운 배우로서의 의지와 잠재력을 맘껏 길어 올려 필름위에 고스란히 실을 준비가 되어있는 배우다. 하지만 아무리 원샷 원킬의 명사수라도 총이 없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는 법. 하니, 이 땅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생, 유력 영화사 및 감독들은 고호경이라는 배우를 필히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가공할만한 심미안과 혜안을 가졌다고 소문이 자자한 필자가 보기에 고호경, 정말 옹골찬 배우에 다름 아니라 자부하기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프로포즈 드린다.

여튼, 생동감이 흘러넘치는 영화배우 고호경 그녀의 앞날이 정말이지 한국의 아우토반이라 불리는 자유로 마냥 시원스럽게 뻥뻥 뚫려 많은 이들에게 살가운 흐뭇함을 배우로서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참고로 이날 인터뷰를 매끈매끈 식용유스럽게 진행시켜 많은 도움을 준 온리뷰의 이익형 기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고, 흔쾌히 장소 협찬에 응해주신 엔돌핀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정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물론, 또박또박 성심성의껏 귀를 쫑긋 세우며 질문에 답해준 고호경씨, 함께 대동한 설기현스런 매니저 그리고 코디 언니께도 무지하게 감사드리는 바이다.

그리고 그녀의 아리따운 자태를 담은 동영상 역시 며칠 뒤 업데이트될 예정이니 많이들 기대주시길 바란다.

Q: <하면 된다>이후 3년 만에 <역전에 산다>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물론, 우정 출연에 가까울 정도로 몇 장면 안 나왔지만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었을 텐데..
고호경: 재밌기도 했고 만족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열심히 찍은 장면이 좀 잘려 속상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Q: 많은 사람들이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으로 당신을 기억한다. 자료를 찾다보니 97년 오디션을 통해 이 영화에 캐스팅 됐던데 그땐 어땠나
호경: 물론, 기뻤다. 그리고 그 당시 고등학생 신분이라 수업 후 명필름에 가 연습했다. 감독님이 잘 못하면 바꿔버린다고 겁을 줄 때도 있었다. 어쨌든, 좋은 감독님이다.

Q: 결국 <조용한 가족> 때문에 유명해졌는데.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호경: 일단, 뭔가 일을 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 또 지금 생각으론 늙어서도 <조용한 가족>의 타이틀이 계속 따라다닐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렇게까지 나의 비중이 클 줄은 몰랐다. 또 그렇게까지 관심을 많은 분들이 가져줄지도 몰랐고. 항상 느끼지만 <조용한 가족>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이 쪽으로 발을 들여놓게 됐나
호경: 중학교 때 소풍을 갔다가 우연히 케이블 방송 PD가 VJ를 해보지 않겠니, 하고 제의를 해 하게 됐다. 그래서 안양예고도 가게 됐고. 그때는 다분히 TV에 나온다는 게 무척이나 기뻤던 것 같다.

Q: 최근에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호경: <장화,홍련>이다, <조용한 가족>과 비슷한 점이 있어서 인지 너무 무섭고 재밌게 봤다.

Q: 존경하거나 또는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호경: 예전에 김혜수를 좋아했다. 웃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장백지도 마찬가지 이유로 좋아했고. 아마도 어두운 면이 내게 조금 있어 밝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라디오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 중인 컬트 삼총사를 되게 좋아한다. 현재 존경하는 배우나 좋아하는 배우는 아쉽게도 없다.

Q: 또 그렇다면 존경하는 인물은 있나
호경: 엄마를 존경한다.

Q: 이순신 장군도 나이팅게일도 신사임당도 아닌 엄마를 존경하는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호경: 존경도 사랑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한다. (필자, 이 순간 무지 감동 먹었다)

Q: 한 동안 배우 생활보다는 가수 쪽에 더 전념했는데 어땠나 그때가
호경: 굉장히 바빴던 것 같다.

Q: 그럼 가수활동을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호경: 솔직히 요즘 나오는 가수들, 너무 잘하는 것 같다. 라이브은 물론이고 실력도 좋고. 가수활동을 한창 활발하게 할 때를 생각해보면 막연한 마음에 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리고 또 개인기를 부리는 쇼프로에도 나가야 되는데 그런 거 잘하지도 못하고 하기도 싫다. 하지만 그 시절이 재미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Q: 립싱크 하는 가수들을 비하해 붕어라고 하는데, 그럼 결국 실력이 문제란 말인가
호경: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단지 하고 싶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너무 비교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나를 가수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한 사실이 지금은 힘들게 작용한다.

Q: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가수와 배우 중 진짜하고 싶은 게 뭔가
호경: 배우를 하고 싶다. 하고 싶은 데 기회가 많이 없었다. 물론, 있긴 있었다. 하지만 노출신이 있어서 안 했다. 그래서 한 때는 연기 공부도 할 겸해서 사극도 했었다. 그때 많이 울었다. 너무 힘들어서.

Q: 노출신이 있어 못한 영화는 어떤 작품이었나
호경: 안성기 선배가 주연했던 <진실게임>, 임상수 감독의 <눈물>, <질투는 나의 힘>, <바람난 가족> 등이다. 시나리오를 보니 생각보다 노출신의 강도가 컸다. 지금 결과물을 보면 많이 하향 조정됐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벗는 거에 대한 부담이 컸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기회였다.

Q: 지금은 그러한 강박에서 벗어났나? 다시 말해, 노출신이 있어도 작품이 좋다면 출연할 용의가 있나
호경: 작년까지만 해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놓친 좋은 작품이 많아서 그런지 지금은 아니다.

Q: 맛배기 질문 하나 드리겠다. 눈이 무지하게 큰데, 혹 그게 콤플렉스로 작용하거나 하진 않나
호경: 절대 아니다. 나의 큰 눈이야말로 지금 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Q: 시나리오는 직접 읽나
호경: 물론이다. 주로 새벽에 읽는다.

Q: 연기공부는 어떻게 하나
호경: 책을 많이 보는 게 나름대로의 방법이다. (이 지점에서 그녀는 근래에 독파한 책들의 제목을 언급했지만 필자를 포함한 주변의 인간들, 갑자기 과묵니즘으로 돌변했다)

Q: 작품을 같이 하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호경: 전에 <폰>의 안병기 감독님과 TV 작품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 분과 하고 싶다. 물론, 지금까지 같이 작품 활동을 한 감독님들, 모든 분과 하고 싶기도 하다.

Q: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가 있다면
호경: <반칙왕>, <조용한 가족> 때의 캐릭터도 좋았고, 밝고 순수한 백치미의 캐릭터도 괜찮을 것 같다. <소름>에 나온 장진영의 배역도 너무 좋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호경: 영화배우로서의 길을 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니 꾸준히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취재: 서대원
촬영: 이기성

12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21
moviepan
재밌었던   
2009-11-16 18:40
jazzmani
재기는 가능할까..   
2009-08-30 16:33
highpjh0207
안뜨네요~~   
2008-01-06 21:58
qsay11tem
이쁘네요   
2007-08-09 20:56
kpop20
기사 잘 읽었어요   
2007-05-27 11:45
ldk209
자금 나름의 독특한 세계가 있을 것 같은 배우.... 눈이 몽롱해서...   
2006-12-27 18:24
js7keien
고호경, 안뜨던 배우 중 하나였다는   
2006-10-03 14:09
1 | 2

 

1 | 2 | 3 | 4 | 5 | 6 | 7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