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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의 순정'은 절대 새로운 영화가 아니다
2005년 5월 4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문근영의 <댄서의 순정>이 첫 주 스코어 50만을 가볍게 넘기며 흥행가뭄에 시달리던 충무로에 단비를 뿌렸다. 국민의 여동생 문근영의 가공할 만한 티켓파워에 힘입은 결과라 볼 수 있다. 누구나 다 예상했던 일이고 감독 역시 어느 정도는 가늠했던 일이다.

허나, <중독>이후 오랜 만에 메가폰을 잡은 박영훈 감독은 스타마케팅의 걷잡을 수 없는 파급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걷잡을 수 없이 영화의 모든 것이 매몰되는 현상은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한 그의 의지가 영화의 밀도를 높이는 데 생산적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감독으로서 부족함을 느꼈다”고 말하듯 연출력도 그러하지만 “상업영화의 편집권은 더 이상 감독의 고유권한이 아니다”는 그의 말마따나 공공연히 다 알고 있는 기획(상업)영화의 전반적 제작과정의 문제점 역시 은근슬쩍 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그렇다. 어찌할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긴 하지만 냉혹하게 말하자면 이 또한 감독의 역량과 완전 동떨어진 문제는 아니다.

팍팍한 현실에서 재밌으면서도 의미 있고 찰기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자신의 소신을 현실에 맞게 밀고 나가는 박영훈 감독은 시대의 풍파와 상관없이 변해서는 안 될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아는 감독이다. 그래서 그는 “영화는 감독의 취향과 무관할 수 없다"며 점점 사그러져 가는 ‘그리움’을 테마로 새롭진 않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휘말려 우리가 잊고 사는 그 무언가를 담아 <댄서의 순정>를 연출했다. 박영훈 감독의 단단하면서도 심지 굵은 의지를 알기에 그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 스타마케팅, 그래 그거 인정해!

서대원 기자(이하 서): 본 기자한테도 어제 메시지 때리셨다. 영화 어땠냐고? 아는 기자나 영화관계자들한테도 물어보거나 들어봤을 텐데. 영화에 대해서 뭐라 하던가?
박영훈 감독(이하 박): 사실, 첫 장편 <중독> 만들고 나서는 굉장히 궁금했다. 오랫동안 준비했고 늦깎이 데뷔작이라. 그런데 그때만큼 궁금하지 않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개봉해봐야 알 거 같다. 일단,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기대치는 상당히 높더라. 그래서 한편으론 부담된다.

서:문근영이라는 배우의 힘이 아니겠는가?
박: 그럴 거다. 문근영이라는 배우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기대치가 너무 높다. 제작사 역시 마찬가지고. 배우들한테 이 애기는 한다. “우리 제작비가 이 정도다. 우리 영화에 투자한 사람들한테 원금은 돌려주도록 서로 노력하자.”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저러한 나의 마인드는 변하지 않을 거 같다. 손익분기점 이후로는 기대도 안하고 예측도 안 한다. 아직 이런저런 리뷰나 글도 제대로 한 번 못 봤다.

서: 일부러 안 봤다는 말인가?
박: 그렇지는 않다. 사실 인터넷이 끊겨서리...(웃음)

서: 그렇다면, “이번엔 감이 잘 안 잡힌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다.”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중독>은 감독이 끌어가는 부분이 그래도 나름 컸다. 그래서 예측이 맞았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문근영이라는 배우가 캐스팅된 기획영화이기에 확실히 잘 모르겠다.
박: 물론, 그런 점도 작용이 된다. 기획 단계부터 한국영화가 스타마케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걸 인정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스타가 흥행이랑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관객 저마다의 평가가 다 다른 게 요즘이다. 그래서 잘 감이 안 잡힌다는 거다. 한국영화를 폭발적으로 사랑하는 현 상태가 좋긴 하지만 관객 개개인의 취향 성격에 다 부합하기는 힘들다.

관객의 입맛과 취향이 인스턴트 식으로 변한 게 아닌가 싶다. 강한 웃음, 강한 자극을 많이들 원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영화는 장르 나름의 영화적 재미가 다 있다. 예술 영화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단편적으로 이 영화 웃기냐? 재밌냐? 그렇게 재단하는 측면이 강하니까 감독들로서는 부담이 많이 된다.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헤아려 봤을 때 예측하기 힘들다는 거다.

서: 얼마 전 <엄마>에 출연한 탤런트이자 영화배우인 그리고 당신에게 부인인 김예령씨는 <댄서의 순정>을 봤나?
박: 당연 봤다. 난 그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머니 생각을....

ㅎㅎㅎ 고두심의 <엄마>가 아니라 문근영의 <댄서의 순정>을 말하는 거다.
박: 아............ㅋㅋ
사니리오조차 안 보여줬다. 그러다 촬영이 거의 다 끝난 후 가편집본 2시간 10분짜리를 보여줬는데 딸과 부인은 되게 좋아했다. 눈물 쭉쭉 흘리면서 “영화 괜찮아 잘 나왔어!” 그러더라. 주로 난 일차적으로 영화를 만들면 식구들을 대동해 모니터를 한다. 처제도 오라고 하고....

서: 뭐, 사실 가족이니 당연 좋게 봤다고 할 거다.(웃음) 그나저나 부인으로부터 영화작업에 있어 많은 부분 도움을 받나? 박영훈 감독의 뮤즈라거나 뭐 그 정도로 말이다.
박: 그 정도는 아니고 기본적인 범위에서 서로 조언을 구하거나 얻는 편이다. 그 사람은 배우고 난 연출자이다 보니 서로의 입장에서 약간의 코멘트 정도만 해준다.


● <중독> 표절시비, 정말 열받지! 그래서 이번엔 준비작업 많이 했어!

서: 기자회견 때 들어보니 박정우 감독의 <바람의 전설>이 <댄서의 순정> 연출 모티브가 됐다고 하던데.
박: 그건 아니다. <중독> 끝나고 난 다음에 이춘연 사장이 날 부르더니 이거 하나 더 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그 시나리오가 바로 <댄서의 순정>이다. 읽어보니 멜로드라마로서의 장점이 많았다. 근데, 그걸 맞닥뜨리는 순간 <쉘 위 댄스>가 딱 생각나더라.

서기자도 알겠지만 난 <중독> 때 표절시비에 휘말려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 그래서 내가 다른 핑계를 대고 안 했다. 물론, 준비하던 작품 중간에 엎어졌다. 그러다 다시 전화가 와 그거 어떻게 됐냐고 물었더니 “감독님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더라. 그래서 하게 됐다. 그때 마침 <바람의 전설>이 개봉 중이었다. 궁금해서 보러갔고 보고 난 후 댄스 스포츠를 소재로 한 그 어떤 영화와도 표절시비 안 걸릴 자신감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박정우 감독이 먼저 선보여 <댄서의 순정>을 할 수 있었다. (웃음)

서: <중독> 표절시비가 상당히 마음에 상처로 남은 모양이다.
박: 말할 것도 없다. 정말이지 <중독>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요즘처럼 대중이 엄청 영화를 많이 보는 세상에 어떻게 남의 작품을 베끼고 표절하겠나?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때는 네티즌 반응에 굉장히 민감했다.
그리고 사실 <댄서의 순정> 초고는 <바람의 전설>과 유사한 구석이 적잖이 있었다. 자꾸 고쳐나갔으니 망정이지 이번에도 까딱했다간 끔찍한 악몽을 다시금 겪을 뻔했다.

서: 그렇다면 <바람의 전설>을 보러 간 이유는 <댄서의 순정> 준비작업이었다 볼 수 있겠다.
박: 그렇다.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으니 어떻게 나왔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 이왕이면 감독 자신이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소재를 택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말리는 지인들은 없었나?
박: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그리고 난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장르를 선택하든 또 어떤 오브제를 취하든 내러티브에 잘 녹아나면 된다고 본다. 칼을 쓰든 총을 쓰든 스토리가 엉망이고 드라마투르기 엉망이면 그 드라마 안 본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며 확실한 답을 얻었다 볼 수 있다. 그 영화들은 새롭거나 스타일리쉬한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드라마 구조에 딱딱 말려 들어와 다들 눈물을 흘리는 거다. 다양한 세대가 포진돼 있었는데도 말이다. 저렇게 만든 동력이 뭘까?

그건 감성적 휴매니즘 속에서 감정을 흔드는 드라마투르기를 잘 한 거다. 그래서 이번 영화 같은 경우 춤을 소재로 한 만큼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흥겨움을 스토리에 잘 녹여내 보여주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촬영 전 댄스스포츠 경기장을 찾았는데 백발이 허연 두 노인분이 앉아서 그걸 보시는데 너무 행복해보였다. 그 인상적인 광경을 보고 음성적이기는커명 참 괜찮은 스포츠라 생각하게 됐다. 어쨌든, 나한텐 소재가 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소재를 드라마와 엮어서 어떻게 관객에게 잘 전달시키느냐, 그게 나한텐 중요한 문제다.

서: 앞서 말했던 <실미도> <태극기...>가 <댄서의 순정>에 영향을 미친 점이 있나?
박: 그러니까 모든 장르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게 뭔지 답을 얻었다는 이야기다. 드라마투르기 그거 말이다.

서: 예전에 비해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댄스스포츠를 음성적인 춤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적잖이 있다. 혹, 그쪽 관련자들의 독려성 지지는 없었나? <바람이 전설>이 그러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으니 있을 법도 한데...
박: 안 그래도 그런 말 종종 들었다. 라틴 댄스 쪽 사람들을 만났는데 <바람의 전설>을 이야기하더라. 오히려 안 좋아졌다고. 그래서 <댄서의 순정> 같은 경우 시나리오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했고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만족한다는 답변으로 돌아왔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많은 도움을 그들이 줬다. 그 사람들은 춤을 작품이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댄스를 변형해 직접 만들 정도로 대다한 열정을 보였다. 그러니 난 감독이지만 액션이 좀 크고 화려하고 우아하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말 정도만 하고 그 외 부분은 그들에게 맡겼다.

서: 그런 점에서 영화의 무용 감독이었던 이건국 정은실 춤 선생의 가르침은 절대적이었겠다.
박: 당연하다. 두 말하면 잔소리다. 항상 내 옆에 있었다. 안무가 나오는 부분들은 팔 걷어붙이고 춤뿐만 아니라 그 느낌까지 지도를 해줬다. 너무 열심히 해줬다. 국가대표 선수권 대회 촬영 때도 자신의 동료들 다 알아서 일일이 불러주고.

서: <더티 댄싱>이든 <쉘 위 댄스>든 혹 모델이 됐던 참고가 됐던 영화는 없었나? 배우들에게 꼭 보라고 권해준 작품도 좋고.
박: 특별히 참고한 작품은 없다. 굳이 언급하자면 앞서 말했듯 어떻게 하면 딴지에 안 걸릴까...그런 차원에서 봤을 뿐이다.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니까.

솔직히,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넘는다. 비슷한 영화 찾으려면 끝도 없다. 그런 식으로 그물을 쳐 넣고 딴지를 걸면 안 걸릴 영화 없다고 본다. 그러니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치는 거다. 물론, 긍정적 기능도 있지만 말이다.

서: 문근영이라는 배우와 작업을 했는데 기쁘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부담도 됐을 거 같다.
박: 그런 거 없다. 난 예술가도 절대 아니고 또 남들 역시 그렇게 보지도 않는다. 난 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일 뿐이다. 때문에 아까 말했듯 손해 안 보게끔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스타마케팅, 안 할 수 없는 구조다. 내가 김기덕 감독도 아니고 로또 맞은 것도 아니고.

투자사는 어떤 배우가 캐스팅되느냐에 따라 투자를 한다. 영화사에서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고 스타마케팅을 한다고 할 때 난 이 배우 안 되면 안 된다, 이런 거 없다. 주연만큼은 영화사한테 맡긴다. 스타마케팅에 관해 신경 안 쓴다는 말이다. 근영이가 들어오고 이병헌이 들어오고 어떤 누가 들어와도 그게 흥행과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가 아무리 잘 나가도 재미없으면 관객은 안 본다. 어느 정도 작용이야 하겠지만 늘상 그게 맞아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이 영화가 흥행이 안 돼 욕을 얻어먹는다면 얻어먹어야한다. 그런 거에 부담 없다. 심재명 대표가 '흥행은 시어머니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른다'고 했듯 뚜껑을 열어봐야한다. .

● 내 나이가 40대인데 내가 트렌디하게 만들면 얼마나 잘 만들 수 있겠어?

서: 그나저나 사실 이 정도로 트렌드를 배제한 복고적 취향이 물씬한 영화인지는 몰랐다.
박: 나라는 감독의 스타일이 원래 내 생각에 이렇다 하면 그냥 그렇게 간다.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감독들의 작품을 보면서 항상 느끼고 의문시 됐던 게 생활이 없다는 거다. 왜 멜로영화는 늘상 트렌디해야 하고 쿨해야 하는지....물론, 나름의 장점도 있겠지만 난 그 점이 늘 걸렸다. 시쳇말로 영화는 감독 취향대로 나온다고, 불행히도 내 나이가 40대다. 그러니까 내 생각이 많이 들어갔다는 거다.

그런데 언론은 왜 신파를 꼭 나쁘게 보는지 모르겠다. 신파는 결국 감성적인 휴머니즘이라는 건데. 왜 그게 나쁜가? 요즘 멜로를 보면 정말 저렇게 살어?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나도 사랑을 했지만 그렇게 안 했걸랑. 물론, 멜로드라마는 관객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줘야 하고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난 억지로 넣고 싶진 않다. 관객들이 이 복고풍에 얼마나 호응하고 감정이입을 할지 걱정되긴 하지만 말이다.

서: 결국, 복고를 의도했다.
박: 내 나이가 40대인데 내가 트렌디하게 만들면 얼마나 잘 만들 수 있겠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 삶의 생각들이 그렇게 쿨하고 트렌디 하지 않다. 나름 연구했지만 잘 안 되더라 그게 나의 한계다. 하하하

.
서: 그런데 문어체 대사, 채린의 복장 매무새, 오픈세트가 별로 없었다는 것 등등 본의 아닌 설정들이 복고풍 분위기에 일조했다는 거다.
박: 물론, 의도된 건 아니다. 본의 아닌 의도로 비출 수는 있지만.
연변처녀들 가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옷 안 입는다. 생각보다 화려하다. 근영이의 캐릭터 구축에 있어 자신감이 좀 있었는데. 문근영이라는 아이콘이 가지고 있는 느낌. 맑고 순수함 혹은 귀여움. 그야말로 10대의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 영화에서는 10대를 넘어 20살에 들어서면서 사랑을 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그 외형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거다. 그럼 당연 의상이고. 그래서 남한 사회와는 좀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말을 의상팀에 주문했을 뿐이다.

세트 역시 춤 영화다 보니까 선생과 제자가 연습하는 공간이 주를 이룬다. 관객과 공감을 줄 수 있는 장소를 찾다보니 집이 생각나더라. 그래서 영세 집으로 정하게 됐다. 처음에는 물론 연변에서 온 소녀가 휘황한 건물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는 장면도 넣으려고 했는데 시간상 문제가 많았다.

서: 그렇다면, 윤찬씨의 문어체적 대사는?
박: 감독으로서 윤찬에게 제일 미안하다. 처음에 의도한 거는 그러니까 우리 영화의 캐릭터를 다 실패한 인생들로 설정을 했다는 거다.

서: 사실 그렇다. 알고 보면 윤찬 캐릭터, 상당히 불쌍시러운 인물이다.
박: 말하자면, 입체적이고 디테일한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살리에르 같은 인물. 그런데 영세와 채린의 관계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찬의 비중이 줄어들고 나쁜 놈적인 측면만 부각되게 된 거다.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서: 야비한 캐릭터 속에 프로로서의 근성 비스무리한 걸 넣어보고자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긴 했다.
박: 캐릭터 구축에 실패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대사를 주고받는 느낌에 있어서는 일차적으로 나름의 스타일을 주고 싶었다. 보기에 문어체가 나온 건데. 찬이가 굉장히 심성이 착한 배우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자유스러운 건형이와는 반대로 FM적이다. 그런 모습에서 다른 걸 요구할 수 없었다. 그러한 그 둘의 차이 때문에 윤찬은 어쩔 수 없이 전형적으로 가도 되겠다 싶었다. 여튼, 찬이에게 제일 미안하다..

서: 어쨌든, 본의 아닌 설정들이 복고풍에 이바지 한 건 사실인 거 같다. 그렇다면 당대의 아이콘 문근영이 복고풍 물씬 풍기는 영화에 나온 걸 관객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봤나? 참고로, 본 기자 경우는 상당히 묘~~했다.
박: 이런 생각을 했다. 내 감성대로 영화를 만들면서 문근영이라는 아이콘이 <댄서의 순정> 주인공으로 들어오면 복고풍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많이 상쇄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근영이가 가지고 있는 느낌들 앙증맞고 트렌디하고 귀여운 이미지, 그런 요소가 있어 의도적으로 영화를 트렌디하게 만들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자칫 위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밀고나갔다. 근영이 역시 복고풍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고. 내가 원하고 그려왔던 채린의 감성을 잘 표현해 해줬다. 그다지 위험스럽게 느끼지는 않았다. 관객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더 이상 편집권은 감독의 고유권한이 아닌 거 같아!

서: 출입국관리 사무소 직원으로 나온 이대영 김지영 커플, 초반엔 꽤나 흥미롭고 재밌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좀 뜬금없다 싶더니 나중엔 아예 안 나오더라. 뭔가 더 있을 거 같은데 혹 시간상 덜어낸 건가?
박: 그것도 사실 많이 날라 갔다. 생각해보니 그 친구들한테도 정말 미안하다.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그 둘은 결국 나중에 결혼한다. 그들의 결혼은 채린과 영세가 다시금 만나는 데 적잖이 도움을 준다. 그런데도 들어내게 돼 안타깝다. 세 번째 작품 할 때는 러닝 타임조절을 잘해야겠다는 생각, 이번 기회를 통해 정말 절실하게 느꼈다.

서: 나중에 DVD로는 볼 수 있나?
박: 회사에다 DVD 편집할 때만큼은 잘렸던 장면을 잘 살려보자 말을 전한 상태이긴 한데 명확하게 답은 못 얻었다.

이번 영화 하면서 참 많이 느낀 게 더 이상 편집권은 감독의 고유권한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로 밀어붙이지 않는 한 어렵겠다 싶더라.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서: 듣다보니 장면을 꽤나 들어낸 거 같다. 어쩔 수 없이 버린 필름 중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뭐가 있겠는가?
박: 채린이와 영세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져 있을 때 서로의 빈자리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 한 장면들이 있는데 다 아깝다. 그렇지만 어떡하겠는가? 멜로 영화 같은 경우 2시간이 넘으면 관객에게 굉장한 부담을 주게 되니 아깝다고 안 자를 수도 없고. 하지만 결국엔 내 탓이라 본다.

덕분에 공부는 됐다. 수많은 신을 좀 더 치밀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것. 그럼 제작비도 절감되고 여러 모로 일석이조다. 그것 말고도 멜로드라마는 감정선이 굉장히 중요하기에 배우의 감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영화의 관권이라면 관권이다. 그걸 이번 기회를 통해 충분히 배웠다. 세 번째 작품에서는 이러한 깨달음을 꼭 실천해 볼 예정이다.

서: 아 그나저나 베드신이 있었다 들었다. 영화에는 없지만서도
박: 그것도 좀 안타깝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그 신을 덜어낸 이유를 말하는 거조차 좀 그렇다. 옷도 입고 있고, 키스도 안 한다. 그런데 투자, 제작사에서는 관객들이 오해한다는 것이다. 난 이해가 안 가는 거다. 옷 다 입은 문근영이라는 아이콘을 두고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는 거다. 내 시각에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다.

서: 문근영이 롬싸롱에서 따귀 맞는 장면 역시 잘렸다. 기존 이미지 때문에. 솔직히 이런 거 좀 문제 아닌가?
박: 나 역시 그러한 심정이다. 드라마적으로 보면 그러한 과정이 생뚱맞는 신으로 드러난다. 따귀 맞는 신 찍는데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크게 반응하는 거다. 난 좀 놀랐다. 뭐 스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더 이상 근영이를 인형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언제까지 어린신부의 그 모습을 갖고 가겠는가?

물론, 문근영이라는 배우의 이미지가 있는 건 안다. 나이가 19살이고 내년에는 20살이다. 국보급이라고도 하던데 내가 문근영이라면 그 부담감 엄청 날 거 같다. 그런 이미지를 계속 고수할 수는 없다. 배우는 변신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한번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근영아! 넌 니 나이에 비해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너는 스타다. 스타는 추락도 하고 상승도 하는 거다. 대신, 그러한 거에 대해 너무 부담 갖지 마라! 그러한 스트레스를 못 이겨 자살한 사람도 있다. 넌 배우다. 좋은 연기자 더 나은 배우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너의 갈 길이다.” 그랬더니 근영이도 평생 연기할 생각이니 당연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

● 새로운 영화는 아니지.

서: 본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닌 거 같다. 그건 그렇고 기자회견 때 당신은 <댄서의 순정>을 그리움에 관한 영화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테마로 볼 수도 있는데. 어떤 계기를 통해 이러한 테마를 잡았는지 궁금하다.
박: 특별한 동기는 없다. 멜로라는 장르 너무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종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라 본다. 사랑이 없으면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니까.

감독의 입장에서 멜로는 참 힘들다. 왜냐면 액션이나 멜로물은 그 어떤 장르보다 새로울 구석이 대단히 작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전에 수도 없이 많은 걸 시도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거다. 어차피 멜로의 결말은 해피이거나 언해피다. 답은 둘 중의 하나다. 스타일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내가 감독으로서 이 안에서 뭘 보여주고 싶냐? 이야기하고 싶냐? 그게 중요하다. 난 그리움을 택한 거다. 19살의 연변 여자가 한국에 와 산전수전 다 겪은 남자를 만나고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게 된다. 그러다 헤어지게 됐을 때 가질 수 있는 감정이 뭔가. 그리움이라는 거다.
<댄서의 순정>은 절대 새로운 영화가 아니다 스타일리시하지도 않고 말이다. 하지만 보시는 동안에는 가슴을 적시는 그리움 같은 감성들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으리라 본다.
박: 역시 난 현장 체질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또 근영이 같은 경우 어리지만 참 내가 많이 배웠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정말 깊고 예쁘더라. 하지만 무엇보다 아직 내가 내공이 부족함을 적잖이 느꼈다. 책도 많이 읽고 간접경험도 많이 하고 도도 닦고 할 일이 태산이다.

서: 태산 같은 일 중엔 차기작 준비도 있을 텐데.
박: 물론이다. 당장은 지금보다도 더 신날 거란 상상뿐이다. 보다 더 나의 장기를 살릴 예정이다. 2003년도 대학가에서 히트 친 작품이 원작인데 액션과 멜로가 섞여 있는 이야기다. 빠르면 올 10월쯤 촬영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서: 당신은 어떤 감독이냐? 낯선 사람이 이렇게 뜬끔없이 묻는다면
예술가는 아니고 내가 가진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 하는 감독. 상업영화로 시작했고 앞으로도 상업영화에 매진할 감독. 관객과 호홉할 수 있는 영화를 열심히 만들 감독.

서: 솔직한 답변 감사드린다. 그리고 차기작이 액션이든 로맨스든 스릴러든 지금보다 훨씬 ‘센’ 영화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인터뷰: 서 대원 기자
사진: 이 한욱

8 )
loop1434
그다지   
2010-05-30 00:11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30 15:53
qsay11tem
볼만했씨요   
2007-08-10 10:19
kpop20
재미있게 봤었던...   
2007-05-26 19:06
ldk209
절대적으로 문근영에 기댄 흥행...   
2006-12-30 08:09
js7keien
문근영을 팬시상품으로 내세운 신파   
2006-10-03 19:17
yutogirl
전 이 영화 넘 잼있게 봤습니다. 감독님 역시 영화처럼 영화에 대한 순정이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소신이 있으신 분 같습니다. 솔직하시기도 하고 겸손하시기도 하고 차기작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2005-05-05 22:23
hmj9
글쎄다.. 아무리 감독이 얘기를 해도 이 영화에 대한 정(?)이 가질 않는다.. 언론플레이로 만들어진 배우와. 그 배우가 찍은 영화라.. 전작 중독이 너무 좋아 감독이 좋았던 터라.. 더 실망할수 밖에 없었던듯....... 지금의 힘든 현실만 탓한다는것 역시 영화의 최 일선에 서있는 사람의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ㄴ음....   
2005-05-05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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