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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유해진입니다. 그리고 유해진의 <트럭>입니다.
2008년 9월 16일 화요일 | 김선영 기자 이메일


오늘 인터뷰가 벌써 6번째라고 들었어요. 상당히 지치셨을 거 같은데..
인터뷰가 많긴 하지만 무비스트는 영화 전문이잖아요. 그건 또 다른 것 같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부담 되는데요. 전문성 있는 질문을 드려야 될 것 같아서... 아휴~~
아니요~그러지 않으셔도 되요. 그래봤자 제가 전문성 있게 대답하지도 못하고요.
‘아마’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 (웃음)

그럼 저도 아직은 아마니까, 아마추어끼리 그냥 편안한 대화한다 생각하고 얘기를 나눠보죠.
네. 아마 나는(갑작스레 뜬금없는 유머 작렬!!)

얼마 전에 김수로씨가 이문세씨 대신 진행하셨던 라디오 프로에 나가셨잖아요.
네. 그렇죠.

그때 신청하셨던 곡 있잖아요. 좋아하신다고 했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OST. 사실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음반이라 그 음악을 들으며 인터뷰 하면 좋겠다 했는데, 결국은 음반을 집에 두고 왔어요. 제가 이래요.
아~~~~~~~~~~~~~~~~~~~~~~·그러면 참 좋은데. (그래서~! 결국 카페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
난 그거 들으면 너무 좋아요.~~~·

그럼 음악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대화를 시작해 보도록 하죠.
그러시죠.

자~ 그럼, 오늘 제가 <트럭>이라는 작품으로 유해진씨를 뵀어요. 첫 번째 주연에 첫 번째 스릴러 영화예요.
첫 주연? 저 <이장과 군수> 했었는데요.ㅠㅠ

아~ <이장과 군수>는 너무 잘 봤죠. 근데 유해진씨 에게만 완전하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건 이번 <트럭>이라는 작품이 처음 인 것 같아요.
맞아요.

완벽하게 유해진의 이름을 걸고 이끌어 가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고.
그렇죠. 근데 그게 스릴러여서 제가 느낌이 남다를 건 없는 것 같아요. 장르의 문제 보다는 영화 안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더 많고 커졌다는 거,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이 좀 커요. 개봉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좀 초조하기도 하고. 음... 그게 다예요.

그게 다예요? ㅋㅋ 오히려 특별하게 여러 가지 말 하시는 것 보다 요정도가 ‘아~ 이분이 많이 초조하신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 하하하하. 들켰다...

기자시사회도 그렇고, 영화가 아직 오픈이 안 된 시점이라 저도 아직은 영화를 못 봤어요. 유해진씨는 물론 보셨을 텐데, 완성된 영화를 보시고 나서의 느낌은 어떻던가요. 고생하신 만큼 만족스러운 영화가 되었다면 좋을 거 같은데.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보긴 봤는데, 어쨌든 프로가 아니라서 그런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못 보겠어요. 물론 기본적으로는 정말 열심히 했죠. 제가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의 느낌처럼 스릴러 영화니까 당연히 긴장되는 부분도 있고 좋은 장면들도 많이 있어요. 근데 저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지금 이게 홍보가 목적이다 해서 완전 당연하게 ‘긴장이 확~! 오구요’ 무턱대고 이렇게 얘기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로 처음 했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본 거에 대해서 냉정하게 얘기를 하기가 어렵다는 거.
(그 순간 갑자기 신청곡이 나오기 시작.) 아~~ 쪼금만 크게 해주시지~~ 여하간 찾으셨네요. (카페주인께) 고맙습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의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해 주고 싶었고 그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거든요. 정말로 그 느낌이 잘 전해 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보는 것보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 거니까.

그렇죠. 그 수많은 관객들이 한 편의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가 진짜 중요한 거죠. 근데 스릴러 영화는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어떤 식으로 또 얼마만큼의 깊이로 표현되느냐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맞아요. 사실 제일 힘들었던 게 그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어느 정도 수위로 심리를 표현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톤으로 해야 될 것인지. 그리고 이 인물이 굉장히 극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딸 수술비 그거 하나로도 너무나 힘든 지경인데 거기다 시체를 버려야 된다. 거기다 연쇄 살인범이 동행을 한다. 그때의 그 심정이 어떨까? 그 마음을 과연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거 생각하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두렵다고 해서 옆에 있는 사람한테 두려움을 티낼 수도 없고, 그렇지만 관객들한테는 분명히 보여줘야 되고. 거기에 기본적으로 딸에 대한 애정이 무지하게 있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봐요.

표정을 보니까 정말로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네요.
네. 그리고 또, 이런 건 핑계지만 어쨌든 여유 있는 시간을 통해서 여유 있게 많은 얘기를 하고 그래야 되는 건데, 그런 것이 좀 부족했던 것도 몰입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요소가 됐죠.

제작기간이 되게 짧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짧았죠. 그런 여유롭지 않은 제작환경도 좀. 근데 뭐, 어째든 관객은 그런 걸 안보니까요.

사실 관객의 입장에선 보기가 어려운 부분이죠. 과정이 아닌,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몰입을 하는 거니까. 어쨌든 이런 극한 상황은 쉽게 겪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공감을 통한 관객의 몰입을 쉽게 이끌어 낼 수 없기 때문에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을 듯 싶은데.
관객한테는 저 사람이 저기 놓여 있다는 안심을 시켜줘야 하고, 저 상황에 있는 사람이지 하는 믿음을 줘야 하기 때문에 어려웠던 거죠. 저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는데 그게 잘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잘 전해지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오히려 영화를 안 보시고 인터뷰를 하시는 게 다행이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하네요.(웃음)
다행히(?) 영화를 못 본 덕분에 예고편 영상을 몇 번씩 봤어요. 마지막에 생존본능과 살인본능이라는 카피가 그 두 사람이 각각 뭘 얘기 하고자 하는지 잘 보여 주고 있더라고요. 근데 요즘 스릴러 영화를 보면, 어떤 반적적인 요소들로 인해서 원래 주인공이 갖고 있던 본능의 본질이 자기가 얼마만큼 급박한 상황으로 치닫느냐에 따라서 바뀌는 경우도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트럭>에서의 철민은 어떨까 궁금했어요.
그래요. 솔직해요. 그거 맞는 거 같아요.

그래요? 사실 이런 질문은 영화를 못 본거라서 가능했거든요. 혹시 다른 본능으로 넘어가시는 건지 뭐 그런.
뭐? 식욕본능이랄까? (웃음)

아니 그런 거 있잖아요. 영화의 마지막을 위해서 말해주면 안 되는, 혹시 모를 반전의 여운 같은 거.
그냥 생존본능이 맞는 거 같아요. 그 카피가 사실 좀 솔직한 거 같아요.

유해진씨의 대답도 지금 굉장히 솔직하셨어요.
(웃음) 그런 대립되는 본능을 가진 두 사람이 과연 어떻게 살려고 어떻게 해 나갔을까에 대한 궁금함. 아니면 어떻게 죽이고 어떻게 끌고 나가느냐에 대한 궁금함. 그런 과정을 그린 거고 그런 것들에 집중을 하면서 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나저나 잔잔하고 감동적인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연출했던 감독님이 어느날 스릴러 하자고 하셨을 땐 어떠셨나요?
그 점에 대해서는... 권형진 감독님이 조감독 시절이 많으셨죠. 여러 작품을 하셨는데 감독으로 입봉 해서 한 영화는 전작 한편이 있죠. 그런 분이 스릴러를 하자고 했을 때 어떠냐 하는 거는, 만약 제가 두 작품 짼데 전에 코미디를 했어요. 근데 스릴러를 한다고 해서 유해진 확~! 변신 이게 아니잖아요. 그것처럼 아직은 그 분이 어떤 색깔일진 모르는 거죠. 만약에 그 분이 호로비츠 같은걸 한 10편하다가 11편째 가서 이런 작품을 한다면 그게 어우~ 이러지만, 그 분의 색깔을 표시하기에는 아직 더 다양한 색깔이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어색함이나 그런 것들이 전혀 없었어요.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유해진 씨를 많이 염두해 두셨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점 때문에 그랬다. 뭐 그런 얘기를 해 주시던가요?
(대답을 할 찰나. 갑자기 지나가던 할머니 세분이 그를 알아보고 싸인을 해달라고 했다. 감명 받았다. 유해진 매력 있다. 잘생겼다. 생각보다 젊으시네. 심지어 시동생 닮았다...까지. 인터뷰 중이었음에도 참 친절하게 농담을 섞으며 일일이 싸인을 해 주었다.)

그건 잘은 모르겠지만 보는 분들이 이 영화가 스릴러라고 해서 유해진이 가지고 있던 코믹함에 대해서 어색함이나 거부감을 갖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제가 영화 안에서 서민적인 트럭운전사로 출발을 하고, 또 처음부터 너무 진지한 얘기가 아니라 초반엔 가족이 살아가는 것들을 편안하게 담고 그렇게 편안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고를 당하고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유해진의 모습으로, 이렇게 흡수가 되지 않을까. 감독님은 그렇게 생각을 하셨던 거 같아요. 거기에 주인공이 익숙한 모습에 트럭운전을 하는 우리 주위의 인물인데 제가 주로 그런 역을 해 왔잖아요. 그런 서민적인 면을 염두 해 두시지 않았을까. 근데 <혈의 누>나 정극에서 보여줬던 그런 정극 연기를 염두 해 보셨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작업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되게 좋으세요. 얘기를 잘 들어주시고 현장에서 편안하게 해주시고.

타이트한 스타일은 아니시군요.
잠바 같은 느낌이 있으시죠.
(언제나 조용한 삼청동 거리가 그날따라 유별나게 시끄러웠다. 간혹 대화가 안 들릴 정도로. 유해진: 트럭이 많이 왔다 갔다 하네. 아~ 트럭이라 그런가 보다.(웃음)

상대배우인 진구씨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실제 나이차가 좀 있으신데 대립되는 살인본능을 가진 진구씨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밀폐된 공간에서 촬영을 한 만큼 좀 더 상대 배우를 깊게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떤 때는 다른 작품이랑 다르게 조금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했던 부분도 있죠. 촬영 들어가기 전에 괜히 시시덕거리다가 서로 확~! 어색한 거 찍긴 그렇잖아요. 그리고 진구씨는 참 눈이 묘한 사람 같아요. 후배 연기자 진구가 아니라 그냥 연기자 진구로서 보면 뭐라고 얘기할 수 없는... 되게 뛰어난 집중력이 있을 때도 있고, 그래서 같이 상의해서 할 때도 많았고. 배역이 그래서 본인이 거기에 동화 되려고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장에서 보면 참 묘한 사람이다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영화상에서 운전을 많이 하셨잖아요. 스틸 컷들 보니까 비오는 장면도 되게 많고. 저게 하루 안에 일어나는 일이면 저러다 사람 죽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더군요. 촬영 중에 위험한 순간이 있지 않았나요?
저나 연기자보다는 스텝 분들이 위험한 상황이 더 많았죠. 저희가 트럭 앞부분만 똑 띄어서 촬영차 위에 얻어 놓고 위에서 조명하고 뭐하고 그렇게 이동하면서 찍었거든요. 물론 트럭을 직접 몰 때도 많았지만. 비오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감전의 위험도 있었고 실제로 비 올 때 찍은 것도 있고. 되게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었어요. 제작여건이 좋지 않으니까 촬영시간이 많아서 서로 피곤해 있고. 한번은 촬영차에 스텝과 배우들이 타고 있었는데 브레이크가 파열이 되어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과속으로 가지 않고 저속으로 갈 때 확인이 돼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진짜 위험 했겠네요.
정말 큰일 날 뻔했죠.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찍으셨는데 부디 잘되시길...
아휴~~... 그랬으면 좋겠어요~~~~ 진짜.

많은 관객들은 유해진에게 ‘국보급 조연이다’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셨어요. 그런 분의 주연 영화기 때문에 기대를 하는 분들도 있으시고. 유해진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기대하는 분들도 있을 테고. 여하간, 이러한 주변의 기대감이 부담되지는 않으시나요?
남들이 배우 유해진 이라고 하잖아요. 배우라는 말을 붙이는데 거기에 대한 책임감은 있죠. 그래서 한쪽 코드로만 가도 이상하죠. 저 사람은 코믹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여러 색깔을 보여 줘야 하잖아요. 물론 진지한 제 모습에 예전에 그 모습이 아니라며 실망하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그렇죠.
근데 만약에 저를 좋아 하신다거나 저에 대한 기대가 조금이라도 있으시다면, 그리고 또 제가 제 스스로 배우라는 것에 책임을 지려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론 그게 어떤 분들은 어색 하네 그렇게 느끼시더라도 필요한 과정인 것 같고. 저도 배우라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진지한 작품도 하고 때로는 재밌는 작품도 하고.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면을 역으로 생각을 해 보면 그런 부담감이 해가 갈수록 점점 커질 거 같은데.
사실 그렇긴 하죠. 근데 사실 요번작품도 이런 작품을 해야 되겠다 해서 이런 작품을 한 게 아니라, 이런 작품이 들어와서 읽었더니 재밌어서 한 거거든요. 어쨌든 들어오는 게 먼저인거 같아요. 물론, 좀 더 다양하게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좀 전에는 새로운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드렸어요. 새로운 역할이나 등등 해서. 근데 이번 장르가 스릴러이긴 해도 기존의 관객들이 유해진씨가 나온다고 하면 어느 정도 예상하는 느낌 이 있잖아요.
코믹함?

네. 코믹함이나 털털한 웃음 같은 거. 이번 장르가 스릴러이긴 하지만 그런 유쾌한 소통을 조금이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혹 있나요?
음 그러한 기대감을 품고 오시는 분은 많지 않을 거라 봐요. 이미 약간의 정보가 있기 때문에. 제 생각에 그런 부분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고. 그렇다고 해서 무지하게 무겁게만 가냐 그런 것도 아닌 거 같고, 초반 정도가 이제까지 봐 오셨던 제 모습과 좀 겹쳐지는 않나 생각돼요.

제가 알기로는 <트럭>이 2007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촬영하고 후반작업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개봉 날짜가 <추격자> 때문에 미뤄 졌다고 들었어요.
제가 찍은 거, 연기한 거 외의 작업들은 사실 다른 분들이 하시잖아요. 영화사나 뭐 이런데서. 아마 저만큼 고민을 한다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만큼 텀이 필요하니까 그 텀을 두고 하는 걸 테고. 물론 먼저 개봉했으면 하는 그런 게 있었죠. 근데 그렇지는 않았고, 그건 또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결과적으로도 그렇게 됐고. 정말 많은 분들이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 헤아리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해요.

어쨌든 <트럭>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면서 <추격자>의 얘기가 많이 나오는 건 사실 이예요. <추격자> 때문에 한국 영화 안에서 스릴러라는 장르가 인식이 높아 진 것도 사실이고.
너무 잘 만든 작품이죠.

그렇기 때문에 스릴러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높이와 기대하는 수준치도 상당히 높아 졌고요. 그런 시점에 영화가 개봉되는데, 내외적으로 <추격자>의 흥행이 <트럭>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비교들을 많이 하시죠. 근데 사실 전 모르겠어요. 아휴~

왜?
사실 제가 말 주변이 없고 되게 구체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서 똑떨어지게 얘기를 잘 못하거든요. 뭐...비교하시면 비교 하셔야죠. 어찌되었건 속상했던 건 우리 영화가 늦게 개봉을 하게 된 제공을 했다는 것이고, 고마운 점은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해 관객들의 기대심을 불러 일으켜 줬다는 거죠.

그냥 그 정도?
더 사실대로 말하면 ‘<트럭>이라는 스릴러 영화를 왜 선택했죠’ ‘읽어보니 재밌어서 했다.’ 사실 그거 말고는 다른 게 없거든요. 저는 덧붙이는 얘기들이 만들어진 얘기들인 것 같고, 본인들도 알게 모르게 자꾸만 덧씌우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싫거든요. 뭐 어쨌든, 제가 말 주변이 없어서 죄송해요.
집에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저 기자 뭐야! 왜 자꾸 이런 걸 물어.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웃음)
아니에요. 이불 벗고 할거 예요.

그래요. 어쨌든 <추격자>는 <추격자>고 <트럭>은 <트럭>이니까.
그렇죠~!!!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추격자>는 <추격자>고 <트럭>은 <트럭>

사실 이 말을 하려고 했거든요. 다른 매체들이랑 인터뷰한 거 보니 <추격자>에 대한 질문이 너무 많다 라는.
아니~ 나는 대체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그래서 안하고 넘어가면 왠지 안 될 것 같아서 했는데 어쨌든 우리들의 결론은 <추격자>는 <추격자>고 <트럭>은 <트럭>이다.
맞아요~~ 그게...!!! <추격자>가 잘 됐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득을 보고 싶지도 않고, 그게 어떻다고 해서 거기에 뭐~ 그러고 싶지가 않아요. 그냥 저의 작품은 저의 작품대로.

저도 그런 기사 볼 때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데 유해진씨가 어렵다고 말을 하시니까 저도 모르게 속에 있는 말이 나왔네요.
답을 알고 있으면서 물으셨구나.(웃음)

가끔은 그럴 때도 있죠.
지금까지 출연한 유해진씨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서 살짝 놀랬어요. 생각지도 못한 영화들에 나오셔서...결국 오랫동안 영화에 발을 담구고 계셨다는 얘기인데. 그런 점에서 유해진씨는 자신의 경계를 조금씩 넓혀 가며 대중에게 인식돼 왔다 생각해요. 본인 말처럼 보조석에서 운전석으로 오는데 11년이나 걸리셨고. 처음 <블랙잭>으로 영화에 데뷔했던 시기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보며 굉장히 많은 것들이 변했을 거 같아요.

변했을 거 같다고요?

그러니까 연기관이라고 할까. 배우로서의 자세나 신념 같은 거요.
그런 건 별로 변한 게 없어요. 연기관 이런 거 세울 뭐 그런 것도 안 되고. 단지 그냥 하나. 열심히 하자. 그거 하나예요.

내가 뭘 하든 그냥 열심히 하자.
거창하게 연기관 그런 거 세운다고 해서 연기관대로 살 거 같아요? 사실 그렇게 살기 힘들죠.(웃음)

근데 그러시는 분들도 실제로 있잖아요.
그래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열심히 살고 배우라는 말에 책임 느끼면서 살자 라는 정도죠.

그럼 배역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똑같아요. 그거 또한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이제는 유해진씨가 많이 알려졌으니까 뭔가 이전과는 다른 시선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커리어가 쌓이고 유명해지면 소위 말하는 고르는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번 작품처럼 내가 코믹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런 장르를 하면 어색해 하겠지? 라는 건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죠. 일단 중요한건 시나리오를 보고서 내가 하고 싶냐 안하고 싶냐 라는 거예요. 내가 이 작품을 하고 싶은데 배역이 생각보다 작다. 이거는 주연이 아니니까, 이런 부분이 안할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런 기준으로 선택했던 캐릭터 스타일이 죄송스럽긴 하지만 음...우선 오늘은 안 그래요.
?? 무슨 말씀인지

유해진씨 나오는 걸 보면 ‘참 저분은 뭘 해도 촌스럽네.’ 그런 생각이 든다는...
맞아요. 저는 그 느낌이 좋아요. 어차피 촌놈이고.

예를 들어 <이장과 군수>에서도 처음에는 당연히 이장이겠지 했는데 군수더라고요. 양복을 즐겨 입는 데도 참 촌스럽고, 가르마 탄 모습은 말할 것도 없구요. 영화상에서의 그런 말투나 촌스러운 모습들은 주로 본인이 의도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디테일하게 의도적으로 요구되어지는 건가요.
맛있는 말을 찾다 보니까, 제가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사실 많죠. 글 쓰는 거 하고 말하는 거 하고는 다르잖아요. 기왕에 하는 말이면 사람들에게 쏙쏙 박히고 웬만하면 살아있는 말을 많이 쓰려고 하죠. 그래서 조금 더 살아있고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을 찾아서 쓰다 보니 그게 더 촌스럽고 정감 어리게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라는 사람의 태생에 좀 촌스러운 구석이 있는 거 같아요.

그렇게 맛있는 말을 찾으려는 스스로의 노력 덕분에 많은 분들이 유해진씨를 보면서 유쾌한 생각을 하게 됐죠. 근데 관객들 말고 본인 스스로 유쾌해 지는데 있어서도 많은 노력을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그랬죠. 아직도 그렇고.

예전에 모 방송 PD께서 연기강의를 하면서 무릎 팍 도사에 유해진씨가 나온 걸 봤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콤플렉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아.. 그 얘기...

유해진씨가 그때 자신의 입이 나온 게 배우가 되는데 있어서 콤플렉스였고 그런 점이 싫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더 활짝활짝 웃었다. 그래서 결국은 그런 부분을 극복한 것 같다. 그렇게 얘기를 하셨어요.
그랬었죠.

그런 유해진씨 얘기를 PD께서 하시면서,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스스로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스스로가 원하는 진정한 배우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첫 번째 갈림길일 수도 있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맞아요. 사실 콤플렉스를 넘어서기 위한 그런 것이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많은 에너지가 됐을 거예요. 예전에 어딘가 에서도 콤플렉스는 나의 원동력이 됐다라고 얘기했는데, 사실 저는 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적인 콤플렉스도 많아요. 그런 게 없었다면 그렇게 막 악착같이 하고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 부분이 진짜 에너지였죠. 부족한 부분을 연기로서 더 많이 넓히자. 그런 마음이요.
아직도 남아있는 콤플렉스가 있나요?
물론 있죠. 하지만 이제 외적인 거는 제가 조금씩 안기 시작한 거 같아요. 제가 사춘기는 아니니까. 근데 내적인 부분은 아직 남아있죠.

실제로 제 주변에서 연기를 하는 친구들 중 유해진 씨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가장 닮고 싶은 배우라는 질문에 유해진이라는 이름을 꺼내는 친구들.
저를 롤 모델로 삼는 친구들을 보면, 음... 더 좋은 사람을 모델로 삼지. 사실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 사람이 나를 왜 자신의 모델로 삼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맙고...

쑥스러우신가요?
그렇죠. 좀 이상하기도 하고.

저는 오히려 유해진씨의 반응이 더 이상해요.(웃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굉장히 수긍을 하거든요. 그만한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모르죠. 모르겠어요, 뭔지. 얘기를 많이 못해드려서 죄송한데 만들어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하면 정말 고맙죠. 저에게도 어떤 모델이 있어요. 살아가는 데에 대한 모델. 제 친한 친구요. 직업이 아니라 삶에서의 모델인데 어느 날 내 뒤를 봤더니 누군가 보고 있는데 내 친구더라. 그런 얘기가 있어요. 사실 저는 다른 젊은 친구들이나 그런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도 되게 많거든요. 그러니까 만약에 날 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가 있다면 자기를 보는 누군가, 혹시 내가 그 사람을 보고 있을 수도 있는 거예요. 스스로가 자기 안에 큰 게 있다는 걸 알고 그렇게 자신을 믿고 쭉 나갔으면 좋겠어요.

새겨들을 만한 말씀이네요.
(웃음)

이제는 좀 더 편안한 얘기를 해볼게요.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유해진씨 나오는 라디오를 들었더니, ‘아유 저는 잘 모르구요.’ 하시면서 OST 추천을 하셨는데 굉장히 생각외의 것들이었어요. 찬찬, 굿나잇 문, 님은 먼곳에 등등 OST에 관심이 많으신가보다 생각했어요.
저는 OST에 대해 관심이 많다기 보다 음악을 전반적으로 되게 좋아해요. 그렇다고 프로수준은 아니구요. 또 누구의 무슨 노래 제목도 모르구요. 그냥 좋아해요.

그래서 노래제목이 친친인줄 알았는데 다시 봤더니 찬찬이었다고 하셨군요.
네 맞아요.(웃음) 제목이 뭐가 됐든 그 음악이 그냥 좋은 거죠.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음악을 들으면 가고 싶은 어딘가가 막 그려져요.

어제 하루 종일 비가 왔잖아요.
아·~~~비오는 날. 진짜 좋은데.

화양연화도 좋고.
아~~ 완전.

그럼 본인이 나온 영화중에서 이 영화의 음악 좋더라.
저는 공공의 적 1편이요. 전체적인 음악이 정말 영화 색깔에 맞게 되게 잘 나온 거 같아요. 그리고 왕의 남자, 타짜. 타짜 음악감독님이 전우치도 하실 건데. 아~ 놈놈놈도 하셨고. 그 음악도 너무 좋아요.

씬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나도 말 타고 달려야 할 거 같았어요.
맞아요. 사람을 너무 설레게 하잖아요.

라디오에서 어떤 영화를 좋아하세요? 하니까 <화양연화>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김수로씨가 어느 장면? 그러니까 여러 장면? 그러셨는데, 저는 뿌연 연기에 대한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저는 연기도 좋고요. 색감도 좋고요. 평범하지 않은 앵글도 너~무 좋고요. 전부 다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저도 없는 살림에 DVD, OST 다 사서 집에 꽉꽉 눌러놓고 있는어요. 근데, <화양연화> 같은 멜로 작품을 좋아하시지만 아직 멜로가 없어요. 필모그라피에서 굳이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그 부분이에요.
근데 뭐~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고 싶은 작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보면 정말 우연찮게 들어오는 거 같아요. <트럭>의 경우도 제가 스릴러를 되게 하고 싶어 해서 들어온 게 아니고. 저는 장르는 잘 모르겠어요. 읽었더니 좋은 거. 멜로도 어느 날 불쑥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전혀 기대 안 했을 때.

그러면 현실에서 본인의 멜로는 어때요? <화양연화>에서처럼 마음을 꾹꾹 눌러두는 편인가요 아니면 <타짜>의 고광렬처럼 목표를 위해 적극적인 작업의 자세로 임하시나요. 참고로 제 주변의 지인들은 <타짜>의 고광렬을 형님이라고 부르거든요 작업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물론 본인들이 인용도 하면서.
(웃음) 음... 반반씩인 거 같은데... 내가 생각해도 참 애매한 대답이네.

상대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군요.
아 맞아! 그렇죠.

하긴 뭐, 누구나 상대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는 맞으니까.. 질문을 아주 심플하게 넘어가시는 군요.
(웃음)

<화양연화>의 의미를 아시죠?
뭐예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 영화를 하면서 유해진에게 그런 순간은 언제였어요?
요즘인거 같아요.
요즘?
개봉 앞두고 초조하고 긴장도 되고 그렇지만, 사실 요즘 영화경기가 되게 안 좋잖아요. 그럼에도 계속 영화 일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되게 행복한 거 같아요. 인터뷰도 영화의 간접적인 일이고. 또 인터뷰를 하면서 되게 많이 느끼고요. 그리고 지나가시면서 저를 보고 기쁘게 웃어주시잖아요. 저를 보고 어우~~ㅠㅠ 이러시지는 않으니까.

보면 먼저 웃어주시잖아요.
근데 그게 되게 큰 행복인거 같아요.

그때는요? <왕의 남자>로 상 받으셨을 때.
그때도 굉장히 행복 했죠. 물론 그게 목표는 아니었지만 저는 그 상이 조연상이라 되~~~게 좋아요. 평생 그 상 하나였으면 좋겠어요. 물론 주지도 않겠지만, 저는 이상하게 그 상에 애착이 가요. 그래서 나중에 그거만 안고 죽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왜요~~ 주연상도 받으셔야죠.
아니요. 저는 그런 욕심은 없구요. 진짜로 조연상 그 상이 너~무 좋아요. 상에 대해서 엄청나게 상 자체가 좋고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되게 좋아요. 음...생각해보면 제가 살면서 상을 못 받아봐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웃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지금인거 같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나 더 드릴게요. 다양한 작품들로 유해진이라는 인물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것이 과거이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씀하시는 <트럭> 개봉을 앞둔 지금 시점이 현재라고 쳤을 때 앞으로 유해진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요?
사실은 계획을 못 세우겠어요. 계획세운다고 그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열심히 살자. 후회하지 않게.

관객들은 그런 유해진의 모습을 진짜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구요.
제 앞에 붙는 배우라는 말에 책임을 지면서 열심히 할 거예요. 그 모습 그대로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정말로 감사하죠. ^^

2008년 9월 16일 화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2008년 9월 16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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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nwe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스타일의 영화인 듯   
2008-09-17 22:05
ehgmlrj
이 인터뷰에서는 다소 진지한 면도 있네욤..
늘 유쾌한줄 알았던.. 암튼 너무 멋있어욤..!!   
2008-09-16 22:41
joynwe
억지로 웃기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주는 배우...   
2008-09-16 22:01
bjmaximus
유해진 씨,앞으로도 주연으로 영화 많이 찍으시길..^^   
2008-09-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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