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수식어보다 중요한 건 ‘나, 변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변요한
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독립영화계에선 유명했지만 대중에겐 여전히 낯선 배우였다. 변요한은 독립영화로써 흥행에 성공한 <소셜 포비아>(2014)를 통해 서서히 인지도를 높이고, 케이블 TV드라마 ‘미생’(2014)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 후 영역을 확장하여 공중파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2015)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누군가는 그를 ‘대세 배우’라고 부르지만 변요한에겐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힘든 호칭이다. 그는 ‘대세 배우’보다는 그냥 ‘변요한’이고 싶다. 당장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찾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 믿고, 그런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초심의 ‘변요한’ 말이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어디서든 쓰임새 있는 배우가 될 거라 믿기에 성급히 완생을 위해 질주하지 않고, 미생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배우, 변요한을 만났다.

(해당 인터뷰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어떤가.
긴장해서 잘 못 봤다. 한 번 더 봐야 할 거 같다. 영화를 보니까 전에 감독님과 식사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정확히 어떤 장면인지 딱 짚어 말할 순 없지만 그 당시 감독님에 대해 받은 확신이 연출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있더라. 이 영화는 감독님 아니면 만들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하면서도 날카롭다.

출연 결정을 하고 감독님과 만난 건가.
대본은 받은 상태였고 ‘육룡이 나르샤’ 촬영 기간 중 갑자기 만나게 됐다. 쉬는 날 회사에서 식사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식사하러 가보니 감독님이 계시더라. 30~40분 동안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같이 밥 먹으면서 함께 잘 해보자고 했다.

‘육룡이 나르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시대극을 하다가 현대극, 게다가 감정연기가 중요한 캐릭터인데 힘든 점은.
사실 다 힘들다. ‘육룡이 나르샤’도 ‘헤드윅’도 힘들었다. 이번 작품도 힘들었는데 힘든 만큼 좋다.

선호하는 장르가 있는지.
아직까지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아서 어떤 장르를 선호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음에 또 칼을 잡았는데 이번보다 더 못 쓸 수도 있지 않나. 장르를 규정짓고 싶지 않다. 지금은 작품의 성격에 맞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군대에서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솔직히 소설에 대한 잔상이 남아있음에도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 소설이 원작인지 몰랐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 배경만 다를 뿐 너무 익숙한 느낌과 분위기인 거다. 감독님께서 한국을 배경으로 각색하여 원작의 정서를 너무 잘 살리셨다.

젊은 수현(변요한 분)의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는지.
음, 한수현은 스스로 유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유약한 사람이다. 유약함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나. 그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자신한테 소중한 사람이 생겨도 진심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데, 그건 자신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런 점이 마음 아프더라.

2인 1역이라 그 어떤 역할보다 상대역이 중요하다. 나이든 수현(김윤석 분)에 누가 출연하는지 알고 있었나.
윤석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된 상태였다. 어릴 때부터 내가 교과서적으로 생각했던 선배님이기에 너무 영광스러웠다. 보면서 꿈을 키운 선배와 함께 작품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실감나지 않았다.

걸음걸이, 담배 피는 모습 등 상대방의 제스처를 많이 연구했겠더라.
그게 대놓고 관찰할 수는 없어서.(웃음) 슬쩍 슬쩍 유심히 관찰했다. 사실 군대에서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는 참 재미있고 색다르다 였다. 그런데 막상 직접 연기를 하려고 하니까 막막하더라.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 많이 했다. 그래서 일단 행동부터 유사하게 하려고 했다. 걸을 때는 어떻게 걷는지, 담배를 피우실 때는 어떤 자세로 피우는지 등을 몰래몰래 현장에서 살폈는데 선배님도 나를 그렇게 관찰하고 있더라.(웃음) 서로를 살핀 거지.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기도 하고. 그런 시간이 참 재미있고 좋았다.

감정적으로 초점을 맞춘 부분은.
가장 중요한 건 젊은 수현과 나이든 수현의 ‘연아’(채서진 분)에 대한 마음이 아닌 가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돌이키기 위해 돌아온 남자의 마음이 어떨까에 대해 윤석 선배의 대본을 보면서 고민 했다. 행동을 모두 똑같이 할 수는 없으니까 마음만은 똑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은.
누구나 젊었을 때 뜨거움이 있고 뜨거움에 대한 표현도 자연스럽다. 그 점을 젊은 수현이 보여줬으면 했다. 왜냐면 30년 후에 찾아오는 이유가 납득이 가야 되지 않나. 30년 후의 수현에게 그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연아를 뜨겁게 사랑했던 모습말이다. 6~7년이나 연애를 했지만 자신의 상처로 인해 아이를 낳자는 연인에게 오케이 못하고, 그렇게 대답을 회피한 후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담배를 태우며 김현식의 음악을 듣고, 그 후 겨우 용기를 내서 프로포즈를 하러 가는 남자. 그런 기억들을 만들어 줘야 30년 후 수현이 돌아올 거 같더라.
채서진과의 러브신이 인상적이다.
그 장면은 극 중에서 아주 중요한 장면이다. 긴 시간 동안 자신을 표현하지 못했던 수현이 그 순간 연아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연아는 왜 날(젊은 수현)을 떠나지 않을까, 나(젊은 수현)는 연아의 어떤 모습을 지키고 싶은 걸까, 연아는 왜 수현이 좋을까 등등. 나(젊은 수현)의 어떤 모습을 연아가 사랑해 주는 걸까 생각하니 연아는 나의 모든 모습을 사랑하는 거 같더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면서 사랑하는 게 아닌 서로 사랑하고 서로 희생하는 거다.

실제에서 이성을 사귈 때 본인은 어떤 편인가.
한 사람과 오래 만나길 원한다. 마음을 다 주고 싶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 수현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게 지금까지 연애를 할 때 조심스럽게 했던 거 같다.

나이든 수현과 젊은 수현이 함께 있는 모습이 어색할 수 있음에도 전혀 그렇지 않고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 순간 표정이나 대사의 울림이 좋더라. 개인적으로 초반 수족관 앞 장면이 좋았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김윤석 선배의 표정이 마음에 남는다. 그 표정이 단순히 기뻐서도 슬퍼서도 아니다. 어딘가 씁쓸한 느낌이다. 죽었다 살아나면서까지 풍선을 들고 오는 게 날 울리더라. 30년 전 프로포즈한 날을 기억하는 거 아닌가. 그 모습 그대로 와서 한결 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데 감동적이더라.

영화 속 ‘당신에겐 과거지만 나한테 미래다’ 란 대사가 좋더라.
그 대사가 좋은 이유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본질적인 생각이기 때문인 거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30년 후의 내가 진짜 온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 되지 않나. 뭘 묻고 싶고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을지에 대해.

실제로 가능하다면 어떤 질문을 하겠나.
처음 작품 시작하면서 뭘 물어볼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민을 하다 멈췄다. 그러다 촬영 시작하니 어차피 나의 미래는 나이든 수현이고 중요한 건 연아라고 생각하니까 물음이 의미 없어지더라. 촬영을 다 끝내고 다시 생각해 봤는데 결론은 ‘물어보지 말자’ 였다. 혹 죽더라도 모르고 죽는 게 나을 거 같더라. 한 마디로 ‘모르는 게 약’ 인 거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딘 가에 살아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은 나약하고 이기적이기에 옆에서 그 사랑의 실체를 느끼길 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감정을 어떻게 쌓아갔는지.
소설을 읽을 때 그들의 상황이 신기할 뿐이었다. 내가 연기를 한다고 생각 안 했기에 오히려 그 때가 더 상상력이 화려했던 거 같다. 아무리 영화화를 잘 해도 개개인의 상상력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에서 포커스를 맞춘 부분은 본질적으로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떠나면 어떻게 될까 라는 거다. 내가 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서 대본을 보며 상상력을 발휘했다. 진짜 연아가 죽는다면, 혹 내 친구가 죽는다면. 사실 누군가 죽는 다는 걸 상상하는 게 싫어서 이별이나 슬픈 상황들을 생각해 봤다. 예를 들면 친한 친구가 군대 가기 마지막 날 같이 놀다가 입대할 때 느끼는 이상한 감정 같은 거 말이다. 또는 누군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수술 날짜를 잡았다든지 하는 것들. 내 앞의 작은 감정들을 조금씩 쌓아가니까 현장에서 감정이입이 되더라.

김윤석이 자신과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면이 닮았다고 하더라.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했다면 부끄럽고 감사하면서 후배 배우로서 희망이 생긴다. 나도 몰랐던 부분인데 그 점을 장점 삼아 더 발전해야겠다.(웃음) 작게 작게 준비했던 것들이 선배를 좀 편하게 해줘서 다행이다 싶다.
김윤석을 평소 존경하던 선배라고 했는데 이유는.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도 인가? 영화 볼 게 없어서 인천 문화예술회관 CGV에서 심야로 <추격자>(2008)를 봤는데 너무 신선해서 충격 받았다.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하지? 했다. 얼마 안 있다가 친구가 <타짜>(2006)를 보라는 거다. 죽이게 연기 잘 하는 사람 있다고. 그래서 찾아보니 정말 그 이미지가 뇌리에 박히더라. 그 후에 김윤석 선배 영화 개봉하면 무조건 보러 갔다. 사실 이번 현장에서 같이 작업하면서 더 존경하게 됐다. 선배님은 지금까지 좋은 작품도 많이 하셨고, 화목한 가정도 있으시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엄청남 외로움을 느끼려고 하면서 감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봤다. 그냥 지나다가 우연히 보게 된 건데 가족과 통화를 하면서도 혼자 구석에 가서 감정에 빠지시더라. 어느 정도 위치에 선 사람이 그렇게 까지 연기를 위해 감정을 잡아내려는 치열한 모습이 참 멋있었다.

엔딩 OST를 직접 불렀다.
OST에 참여하면서 내가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OST 부를 때도 작품에 도움이 되고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해서 참여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아마 나 혼자 부르라고 하면 안 불렀을 거다. 두 수현이 함께 부르는 게 좋았다. 영화 속에서 한 여인을 살리기 위해 두 사람이 싸우고 협력 하고 정말 고군분투하지 않나. 그래서 둘이 마음을 합해서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

독립영화에서 시작해 이제 규모 큰 상업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달라진 점이 있나.
부모님께서 많이 기뻐하신다. 나 스스로는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처음 독립영화로 영화제 갔을 때 하늘에서 별을 따는 기분이었다. 내가 출연한 첫 영화가 영화제에 갔고, 관객들 앞에서 상영을 한다는 사실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더라. 지금은 극장 수가 많아지고 규모도 더 커졌지만, 기쁜 걸로 치자면 오히려 그 당시가 더 컸던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첫 상업 영화인데 부담은 없나.
앞으로 내 생각이 바뀔 수 있고 내가 말하는 내용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얘기하는 게 조심스럽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내가 좋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 좋다. 내 스스로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안 드는데 관객수만 많은 건 별로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작품이란.
음, 어려운 질문이다. 개봉 당시는 관객수가 적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찾는 영화가 좋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런 작품에 참여한 배우가 되고 싶다. 물론 이번 우리 영화를 관객들이 내년, 내후년에 또 볼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소수의 인원이라도 다시 찾는다면 좋겠다. 그런 분들이 존재한다면 ‘할 만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 거 같다. 교과서적으로 얘기하는 거 같지만 정말 진심이다.(웃음) 사실 아직까지 인터뷰가 낯설고 힘들다.

상업영화를 하면서 관객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 다음 작품을 하기 위한 중요 요소이기도 하다.
지금까진 스코어가 어떻게 되고,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얼마나 많은 관객이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별로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좀 전에 말했듯이 관객수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관객수에 신경 쓰다보면 내 자신 자체가 변할 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의 메시지를 우선으로 작품을 하고 싶고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성 영화로 돌아가서 작품을 하려 한다. 드라마 ‘미생’ 이후에도 독립영화를 했었다.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거다.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희망이 생겨서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내가 모든 걸 다했는데 관객들한테 외면을 받는다면 연기를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이미 내 달란트가 아닌 거다.

대세가 되고 난 후 연기가 조심스러워졌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그렇게 말 한적은 없는데… 솔직히 ‘대세’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좀 생소하다. 드라마 ‘미생’ 이후 대세라는 표현을 받고 있는데 ‘이게 좋은 말일까’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대세 배우’ 이런 말보다는 그냥 ‘변요한’이고 싶다. 그런 수식어 없이 온전히 나로 존재했으면 좋겠다.

칭찬에 대해 쑥스러워 하는 거 같다.
칭찬 받으면 기분 좋고 칭찬이 고픈 날도 있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 받는 걸 좋아하지 잘 모르는 사람한테 받는 건 정말 한 순간일 거 같아서 달콤하지만 한편으론 맛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당연하다. 내 주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작품을 하면서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어서 더 깊이 다가가다 보면 진심인데도 거짓인, 혹은 거짓인데도 진심인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연기 철학이 확실해 보인다. 처음 연기를 하게 된 이유는.
순간 내가 얘기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오늘까지’의 변요한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해 보겠다. 내가 8살 때까지 말을 더듬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성격이 급해서인데 아버지께서는 아마 내가 너무 내성적이라 그렇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그래서 중학교 때 아는 분을 통해서 연극을 시키셨다. 그 이후 쭉 배우가 되고 싶었다. 처음에는 대사 하나를 말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연습을 수 차례 하니까 말을 더듬지 않더라. 친구들을 무대 앞에 두고 뭔가를 하다는 사실 자체도 짜릿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나.
없었다. 처음 연기를 배우러 갈 때 아버지가 앞에 걸어가시고 내가 뒤에 따라갔는데 인사를 하면서도 너무 쑥스러웠다. 말 한마디 하기 힘들어서 몸을 배배 꼬고 있던 기억이 난다.

아버님이 배우를 직업으로 하는 거에 대해 반대는 없었나.
엄청 하셨다. 그래서 예고로 진학을 하려다 일반고로 진학했다. 군대 다녀오기 전까진 쭉 반대였다. 아버지가 정해준 방향으로 맞춰 가고자 공부는 했지만 마음은 항상 딴 데 가 있었다. 당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중국에 3년 정도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로 ‘파파보이’는 아니다! (웃음) 그 당시에는 아버지가 무섭기도 했지만 내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이 약했던 게 아닌가 싶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 외에는 그 루트나 방법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당연히 부모님 입장에선 얼마나 불확실해 보였을까 싶다.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했나.
배우의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 방법에 대해 자신이 없었는데, 군대를 갔다 와서 아버지 몰래 입시를 준비했다. 그 결과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1차에 붙었다. 아버지가 같이 식사를 하면서 ‘네가 연기를 할거면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가라. 그러면 인정하마’ 하시더라. 아버지는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뭔가를 끈질기게 해서 이루는 걸 보고 싶으셨던 거 같다. 다행히 한예종에 붙었다. 그 후 잠시 학교를 쉬어야 할 시기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독립영화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하시더라. 그래서 독립영화를 하게 됐다. 어릴 때는 나를 반대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항상 응원해 주셨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까지 참 바쁘게 보냈는데 올해 목표한 걸 어느 정도 이루었는지 궁금하다.
음, 부모님과 지인들이 별 탈 없이 잘 지내서 너무 감사하다. 개인적으론 주변인들이 잘 지내는 게 가장 큰 목표였기에 그런 면에서 보면 목표 달성을 한 셈이다. 일적으론 이뤘으면서도 못 이룬 거 같다. 참 애매하다. 작품이 무사히 끝났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거기서 어떤 메시지를 받은 게 기쁜 일이지만 배우로서, 탐구하는 나로서는 아직까지 갈증이 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앞으로 고민을 계속해야 할 질문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갖고 있는 생각은 살면서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거다. 친구 사이에서 도움이 되는 친구가 되고 싶은 것처럼 배우로서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배우 그러니까 어느 자리든 어느 역할이든 이 역할은 변요한이 했으면 좋겠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이고 싶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영화 <하루>는 촬영이 끝났고 내년 상반기에 개봉할 듯하다. 그 이후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이번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보신 분들의 정서에 따라 받는 느낌이 다를 듯 한데, 이 이야기는 기욤 뮈소가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라고 쓴 책’인 거 같다. 관객들이 영화를 본 후 사랑하면서 살고, 소중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한다.

최근 인상적인 일이나 기쁜 일은.
결혼한 여동생한테 비숑 프리제 강아지를 선물해줬는데 그 강아지가 이제 예방 접종이 끝나서 산책을 다닌다. 여동생이 그 모습을 카톡으로 보내 주는데 그럴 때마다 행복하다.

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_김재윤 실장(Z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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