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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잘짜여진 스웨터. 입고 싶은 스웨터. 선생 김봉두
rose777 2003-03-20 오후 2:28:24 1900   [21]

"내가 멜로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살아 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사랑이 표현되는 거지 누구하나만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보고 사랑해야만 한다는 설정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거예요. 입체적이지 않은 인물은 적어도 나한테는 재미없어요...KINO.3월호"



배우 차승원은 그렇다. 늘 그렇게 한가지 모습에서도 다양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그는 단면을 보이는데도 이상하게 양면이 투영되는... 마치 데칼코마니의 예상치 못했던 같은 양면이 주는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잘나가는 장르영화속에서 늘 그렇게 보여지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준 그가 코미디영화를 해온사유는 위의 인터뷰에서보여준 자신의 철학이 근거하는것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멜로가 되든 그렇지 않든 더욱 든든한 믿음이 간다. 세기말에서 차승원을 발견했을당시 나는 그가 차기작을 멜로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는 리베라메의 의외적 선택을 통과해 라이터를켜라와 신라의달밤 그리고 광복절특사까지 박정우작가의 시나리오와 김상진감독의 연출이라는 안정된 그물망을 선택해왔다. 여전히 그는 내가 기다려온 멜로를 하진 않았지만 나는 만족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가 연기하는 모든 인물들에서 "극적인"뉘앙스가 철저히 배제되어져 왔다는 사실을 어느순간 발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설경구가 연기해온 "특별한"인물을 차승원에게서는 발견할수 없다는 사실. 그러한 "일상성"이 확보될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배우 차승원은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늘 그렇게...그의 차기작은 매번 기다려진다.


그의 최근 종착역인 "선생김봉두"의 배우로서의 큰 보폭의 걸음걸이는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적이다. "선생김봉두"는 단 한올의 올도 풀리지 않은 막 짜여진 느낌 좋은 스웨터같다.

이정향의 <집으로>와 장이모의 <책상서랍속의동화>등의 영화들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는 "선생김봉두"는 어설픈 억지스러움과 작위적인 결과로 관객을 웃기고 울리려는 빤한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스럽다. (이것이 비록, 전략적인것이라해도, 그 전략이 촌스러운 방식으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의도"가 아닌 "진심"으로 다가온다.) 촌지를 밝히는 김봉두의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김봉두가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곁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 하는 한가정의 보통의 아들이라는 면을 영화는 노출시키면서도, 끝내 속세에 찌들지 못해서 악랄해진! 범상치 못한 교육자라는 면을 드러낸다.
완벽하게 이기적인 인간의 보기싫은 모양새만을 그려내는 아둔한 실수를 영화는 하지 않았다. 영화는 적절한 순간에 김봉두의 아주 사실적인 아주 평범한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권태를 지루하지 않게 그려냄으로써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부과시킨다. 촌지에 집착하던 김봉두가 시골분교로 내려간후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현대인의 잘못그려진 자화상이라 슬프다.
그가 그렇게 간절히 올라오길 원했던 서울에서 결국 그가 사랑했던 아버지가 사라지고 만다는 설정은 역설적으로 말해, 완벽하게 거부했던 시골분교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봉두에게 다가설수도 있을것이라는 가능성을 부여한다.





김봉두가 산골분교로 내려간후 일어나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인간을 정화시키고 현실을 부정하며 병폐를 비난하는 상징적인 사건들이다. 기승전결의 원칙에 충실히 따르는 플롯의 안정감은 빤한 스토리를 빤하지 않게 만드는 감동의 순간을 창조해낸다.
예를들어, 글자를 배우고 싶어하는 노인이 3년전에 받은 손녀의 편지를 읽는 모습을 보는 봉두의 바로 다음씬은 서울에 계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다. 이러한 평범한 씬연결은 자칫 작위적으로 보여질수 있는 순간의 여백을 뛰어넘어 인간 김봉두의 내면을 아주 평범하게 드러 냄으로써 여러모로 부족하기만 한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해낸다.



김봉두의 나약함이 사악함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그렇게 살아서만은 안된다고 꾸짖는 자리에 서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투명하다. 감동의 빛을 발하는 소석과 봉두의 강가장면은 손꼽고 싶은 명장면이다. 다섯명의 아이들을 서울로 전학시키기만 하면 자신의 목표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소석에게도 김병현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야구선수가 되어서 꿈을 이루고 돈을 벌어 효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김봉두의 발언과 소석의 물수제비 장면은 묘하게 어울려 관객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든다.

순수한 자신의 꿈을 욕심없이 이야기하는 아이와 그 아이의 꿈을 부추겨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김봉두의 시선은 보는이로 하여금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이중적인 의미가 덧씌워져 있다.
그렇게도 바랐던 촌지를 받는 순간 자신의 방문앞에서 욕설까지 감행하며 몸싸움을 하는 학부형을 바라보는 봉두의 씁슬함은 영화의 모든 것들을 내포한다. 누군가의 고통을 묵살하면서,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순간의 이기심이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자괴감으로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봉두는 서서히 깨달아간다.


영화는 아주 서서히 조금씩 봉두를 반성하게 끔 만든다. 봉두의 지나가는 말까지 받아쓰고, 선생이 이유 없이 시키는 자습의 의미조차 자신들을 위한것이라고 해석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은 봉두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의 힘. 바로 인간에 대한 "사랑" 이다.

선생김봉두의 가장 큰 미덕은 영화가 봉두를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바꿔내야겠다는 거대한 욕심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길고 긴 인생의 중간에 잠시 머무른 시골분교에서의 추억은 인간 김봉두의 삶을 온전히 송두리째 바꿔놓을만큼의 위력을 발산하는 것이 비록! 아닐는지 모르지만 그렇게만은 살아서는 안된다고 끊임없이 충고함으로써 한 인간의 삶에 일격을 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번의 일격을 통해 우리는 점점 인간답게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분명. 이것은 순간의 이야기이다.)
인간을 정화시키는 형무소프로그램이 아니고서야, 한인간을 의도적으로 바꿔놓는다는 의도는 애초부터 불가능한것일런지도 모른다. 특히나! 김봉두같은 인간에게는 말이다.^^ 즉, 영화는 이런 불가능을 가능케 하려고 몸부림을 치거나,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해 관객을 붙잡아 울리려는 상술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 인간답게 세상을 살아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주 진실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놀랍다.
최근 한국영화들이 보여줘왔던 상술로 채색된 만화적 표현이나 진중하지 못한 이야기 구조, 준비되지 않은 연기자들이 관객을 울리려고 애쓰는 여러모습등이 보여준 불쾌감을 "선생 김봉두"는 한방에 K.O시키고 있다. 정말 간만에 듣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차승원을 언급하지 않고 영화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두에 언급한것처럼 이영화에서 차승원의 보폭은 매우 컸다고 볼수 있다.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구석 구석의 인간적인(그는 인터뷰에서 이번 역할이 가장 실제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밝혔다.)인 자연스러운 모양새는 또다른 그의 가능성과 다양성을 보여준다.
너무도 뻔뻔하지만 너무도 속물스럽지만 봉두를 우리가 지탄할수 없는건 봉두가 우리를 너무나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욕하고 모두앞에서 반성하는것에 익숙치 못한 우리가 봉두를 미워할수 없는 이러한 떳떳하지 못한 사유는 배우 차승원에게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다.

혼자서 화투패를 뜨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차승원이 우리들의 배우라는 것이. 다시한번 자랑스러워진다. 영화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지는 언젠가 혹은 그이후까지. 아주 오랫동안 나는 차승원을 김봉두라고 부를것만 같다.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



봉두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봉두가 영화 이후, (첨으로 한국영화를 보고 속편이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매우 궁금해진다. 어떤 모습이건 적어도. 아이들의 꿈을 이용해서 욕심을 채우는 선생의 모습은 아닐 듯 싶다.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인, 엄청난 사랑을 받아본 봉두가 아닌가!
선생김봉두는 여러모로 손볼데가 별로 없는 아주 잘 만들어진, 근간 개봉한 한국영화중 가장 돋보이는 상업영화다.
그 상업성이 진심을 무기로 하고 있는데 어찌 박수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차승원과 장규성감독, 그리고 오지에서 고생한 모든 연기자와 스텝에게 아낌없는 애정과 감사를 보낸다.


한마디만 더 ! : 변희봉선생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그 역시 우리배우다. 그래서 다시 행복해진다.^^



http://www.onreview.co.kr
http://cinekim.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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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김봉두(2003, Teacher Kim Bong-du)
제작사 : 좋은영화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bongd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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