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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처럼 신경질적인 상상 몬스터 하우스
jimmani 2006-08-07 오후 1:39:10 1314   [3]
 

"나뭇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배잡고 구른다"는 사춘기 시절은, 생각해보면 아마도 감정의 낭비가 가장 심한 때가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에는 잘 몰랐던 여러 얼굴의 감정들이 비로소 고개를 들고 수면위로 떠오르다보니, 그런 많은 감정들의 모습에 적응을 못한 나머지 그저 나오는대로 감정을 표출하는 시기이니 말이다. 따지고 보면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비단 웃길 수만 있는게 아니라, 오지게 슬플 수도 있고 극도로 화가 치밀어 오를 수가 있는 게 사춘기다.

이런 많은 감정들과 함께 찾아오는 중요한 감정이 바로 "두려움"이다. 차마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신체적 변화에, 점점 눈에 들어오는 복잡한 세상의 모습에, 이전에는 몰랐던 형언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에 지레 겁을 먹기도 하는 것이 사춘기 때 우리의 모습이고, 나도 그랬다. 별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혼자 질겁하기도 하고, 평소 때는 별거 아니던 것이 어느 한순간 뭔가 무서운 속내를 갖고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들었고. 이 영화 <몬스터 하우스>는 그런 사춘기 시절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이웃집에 귀신이 들렸다"는, 지극히 전통적인 괴담에 꽤 재미있게 적용시켰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목소리도 수시로 삑사리를 일으키는 철부지 소년 디제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지라 곧 있으면 다가올 할로윈 데이도 지루하기만 하다. 옛날처럼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사탕받는 것도 한없이 유치하게 느껴질 뿐이고, 집안에서는 부모님이 안계시면 성격 완전 변하는 베이비시터 지(매기 질렌할)의 횡포(?)도 짜증만 돋군다. 그의 집 바로 맞은 편에는 잔디만 밟았다 하면 사람 죽일 듯 달려드는 괴팍무쌍 할어버지 네버크래커 씨(스티브 부세미)가 살고 있는데, 그 할아버지의 그런 괴상한 행동들이 유일한 관심거리일 뿐. 어느날 함께 놀던 디제이와 그의 절친 차우더는 실수로 농구공을 네버크래커 씨 집 앞 잔디 한가운데에 떨어뜨리는 참사를 일으키고, 예상대로 할아버지는 마당으로 뛰쳐나와서는 죽일듯이 아이들을 혼낸다. 그런데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혈압으로 인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고, 그 문제의 집은 잠시 주인이 자리를 비우게 된다. 그런데 정작 주인이 떠난 사이, 이 집이 본색을 드러내니, 집 주변을 지나는 어떤 것이든(물건, 동물, 심지어는 사람까지) 거침없이 잡아먹는 것이다! 디제이와 차우더는 두눈으로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지만, 어른들은 이 말을 믿어줄 턱이 없다. 결국 디제이와 차우더는 하마터면 집에게 잡아먹힐 뻔한 소녀 제니까지 합류한 체제 하에서 그 공포의 집을 탐구하기 시작하는데.

일단 이 영화가 외형적으로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지니고 있긴 하나, 혹시나 갓난아이도 함께 데리고 영화 나들이를 오실 관객분들을 위해 말씀드린다면, 이 영화는 그저그런 가족용 애니메이션처럼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기존의 가족용 애니메이션에 비해 상당히 "까칠하다". 교육적인 측면을 찾아보자면 음... 그리 많지 않다. 등장인물도 그렇고 영화의 중요한 캐릭터인 귀신들린 집에 이르기까지, 이들 모두가 어딘가 살짝 비뚤어져있다.

이런 영화의 "비뚤어질테다" 컨셉은 우선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영화는 요즘 애니메이션들의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3D 애니메이션"의 모양새를 띄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비주얼을 가만 살펴보면, 기존에 봐왔던 3D 애니메이션과는 뭔가 다른 빛깔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사실적인 표정 묘사, 세밀한 배경 묘사 등 요즘 3D 애니메이션이 가져야 할 필수 요소인 정밀함은 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표정 연기는 상당히 사실적이고 재치있다. 매사에 호기심이 많은 한편 소심하기도 한 디제이는 매사에 진지하고 걱정 많은 듯한 표정이 꽤 그럴 듯하고, 쿨한 척 하면서도 겁많은 티는 다 내는 뚱보 차우더의 시종일관 억울한 표정은 예술이며, 3인조 중 홍일점인 똑부러지는 성격의 제니 역시 도도하고 발랄한 표정이 애니메이션치고는 상당히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이뿐 아니라 디제이의 씨니컬한 베이비시터 지의 특유의 뭐씹은 듯한 표정과 그녀의 남자친구의 어딘지 모르게 싸이코틱한 능글맞음까지, 실사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이 영화 속 많은 캐릭터들이 사실적인 표정 연기에 힘입어 뚜렷한 개성을 가지게 됐다.

한편, 캐릭터와 물체의 움직임과 질감을 들여다보면 3D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마치 클레이 애니메이션(<월레스와 그로밋>처럼 찰흙으로 빚어 만든 애니메이션)이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크리스마스 악몽>처럼 입체적인 물체를 매초마다 일일이 손으로 움직여가며 한컷한컷 찍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거기다 "귀신들린 집"이라는 전통적인 괴담의 소재까지 갖고 있으니 영화는 3D 애니메이션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이거나 뭔가 화려한 느낌보다는 B급 호러영화같이 아기자기하면서도 거침없는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일부러 3D 애니메이션다운 반질반질한 질감보다는 좀 푸석푸석한 질감을 나타냄으로써 보다 독특한 "화면빨"을 추구했다고나 할까. 이는 거대한 "몬스터 하우스"가 이빨을 잔뜩 내보인채 스펙터클 퍼포먼스를 펼치는 후반부에서도 그 특색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실적이고 매끄럽기보다는, 일부러 좀 그로테스크하게 보인듯한 흔적이 보였고, 그래서 더 히스테리컬한 괴물집의 매력이 살아났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괴물집이 펼치는 온갖 만행(?)들을 보여주는 카메라워크 또한 럭비공처럼 이리저리 통통 튀는지라 정신없게 보일 수 있으면서도 꽤 속도감이 있다.

이 영화의 성격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이 괴물집과 같다. 어딘가 히스테리컬하고 예민하기도 한 듯하다. 마치 막 사춘기라는 일생일대의 변화에 발을 내딛은 영화 속 아이들처럼. 앞에서 얘기했던 등장인물들의 성격들만 봐도 이 영화가 그저 말랑말랑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과는 궤를 좀 달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디제이의 부모님이 있을 때는 한없이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다가도 부모님이 사라지는 순간 락음악에 맞춰 헤드뱅잉까지 하며 어두운 감성을 제대로 드러내는 지와 온종일 병나발만 불어제끼고 알코올에 쩔어 사는 듯한 그의 남자친구 같은 캐릭터는 디즈니산 애니메이션 같은 곳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캐릭터다. 그만큼 이 영화는 확실히 가족 관객층을 타겟으로 잡고 그들을 상대로 무난하고 말랑말랑한 이야기와 캐릭터들만 보여주는 여타 애니메이션들과는 좀 다른 맛이 있다는 얘기다.

주요 주인공인 세 아이들은 한창 사춘기라는 중요한 변화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주요 화자인 디제이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제는 해마다 할로윈 데이에 친구들과 해오던 사탕수집은 질렸다. 이젠 자기도 애가 아니라는 걸 알아가는지, 그런 놀이는 너무 유치하고 애같다는 생각만 들고 이전까지 해온 모든 놀거리들이 따분하기만 하다. 부모님은 집에 혼자 있다가 뭔일 생기면 경찰부르고 벽장에 숨으라는데, 이렇게 여전히 자신을 한참 어린 애로 취급하는 것도 귀찮기만 하다. 그런 상황에서 유난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괴팍한 집주인이 있는 건너편 집에 유난히 호기심이 가고 그곳의 비밀에 한발짝 씩 다가가는 것이다. 이렇게 뭔가 비밀스럽고 두렵기까지 한 것에 더 적극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덤벼들려고 하는 것이 사춘기 때의 특성 아니던가. 자신도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뭔가 아찔한 모험에 뛰어들어보고 싶고, 뭔가 금지된 것일수록 더 접근하고픈 그런 심리 말이다. 괴물집의 횡포 앞에 벌벌 떨면서도 맘에 있는 제니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차우더의 모습도 어쩌면 보다 어른스러워지고픈 사춘기 때의 이런 욕망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는 이렇게 어딘가 한없이 싱숭생숭하고, 솟구치는 온갖 감정에 주체할 수 없는 사춘기 때의 폭발적인 감성을 괴물집의 미스터리와 절묘하게 결합시킨다. 한참 어렸을 때 하는 동화나라같은 아기자기한 상상이 아니라, 어딘가 위험해보이면서도 신경질적인 상상이 괴물집을 무대로 펼쳐지는 것이다. 이 아이들 주변의 어른들은 이런 상황을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는다. 민중의 지팡이라고 다니는 경찰들 또한 아이들이 다급하게 "집이 사람을 잡아먹어요!!"라고 신고를 해도 함부로 장난신고하지 말라고 그저 타이를 뿐이다. 그만큼 이 아이들이 맞닥뜨린 상황은 현실과 많이 괴리된 유별난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기괴하고 유별난 괴물집을 둘러싼 모험은 뻔하고 잔잔한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 독창적인 일탈을 한번쯤 꿈꾸는 사춘기 때 아이들의 심리와 잘 버무려져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의 격한 상상력에 맞추어 모험과 비밀 또한 격하게 전개되면서 말이다. 이런 격한 모험 속에서 아이들은 걷잡을 수 없이 펼쳐지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상상력에 처음엔 당황하다가도, 나중에는 그것이 사춘기의 미덕인 듯이 웃어넘기며 즐기게 되는 것이다.

괴물집의 뒤에 숨어 있는 사랑의 비밀이라는 것도 그렇다. 이 영화 광고를 보면 "45년 사랑의 비밀"을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데, 이것이 가만 들여다보면 겉으로 들리는 것처럼 마냥 애잔하고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스포일러를 우려해 다 설명드릴 순 없지만)이 사랑의 비밀 역시 영화가 전체적으로 의도한 히스테리컬한 분위기에 따라서 어딘가 살벌하고 괴짜스러운 구석이 얼마든지 보일 수 있는 사연인 것이다.

이러한 영화의 전체적 특징에서 볼 수 있듯, 이 영화는 "교육용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유아들보다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에게 더 어울릴 법하고, 또 그들이 더 공감할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이 영화 속에는 사춘기 때 아이들의 예민한 감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낯간지러운 사탕 모으기는 집어치우고 "진짜 무서운" 존재인 괴물집의 비밀에 더 혹하게 되는 그런 감성 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버트 저멕키스라는 두 명감독(이들은 어디까지나 이 영화를 "제작"했다. "감독"한 게 아니라)의 이름값이 만만치 않게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제작자들의 이름값에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영화는 그 자체가 지닌 독특한 감성만으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가족적인 면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재기발랄함과는 또 다른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대책없이 난동을 부리는 괴물집의 괴팍함에는 비할 것이 못되더라도,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숨은 비밀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한창 사춘기 때의 감성처럼 어딘가 신경질적이고 반항적인 기질을 맘껏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어딘가 비틀린 듯한 감성을 지닌 것이 더 맘에 들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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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하우스(2006, Monster House)
제작사 : Amblin Entertainment, ImageMovers, Sony Pictures Animation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코리아 ㈜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코리아 ㈜ / 공식홈페이지 : http://www.monsterho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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