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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지 못하는 연애의 가벼움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kharismania 2006-08-30 오후 3:40:43 901   [4]

 언제나 시작과 끝은 동일한 선 위에 놓여있는 양면과도 같다. 시작은 언젠가 끝을 기다리고 끝은 또다른 시작을 갈구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우리의 삶은 어쩌면 시작과 끝이라는 굴레안에서 쳇바퀴 돌듯이 돌아가는 지긋지긋한 무한반복의 백태일지도 모르겠다.

 

 연애라는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그 짧은 순간에 꽂히는 호감에서 출발하는 남녀의 특별한 만남은 달콤하게 피어나지만 그 끝의 참담함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단지 그 지속성이 그런 위기감을 불식하지만 지속성의 유효기간은 일정하지 않기에 어쩌면 연애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다.

 

 연애와 결혼은 비슷한 감정을 모태로 하지만 현실의 개입측면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요구한다. 연애는 순수한 감정만을 밑천으로 요구하지만 결혼은 그 감정이 현실적인 여건안에 단단하게 뿌리내려야만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연애는 사랑을 매개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지만 언제 전복할지 모르는 기관차와 걑다. 그래서 연애는 그만큼 가볍다. 언제라도 그 마침표를 찍어도 상관없을 듯이 연애는 그 예상치 못했던 시작만큼이나 끝도 예상할 수 없으니까.

 

 시작부터 영화는 당돌하다. 깔깔거리며 비오는 밤거리를 소란스럽게 걸어오던 세여자는 멀뚱하게 밖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앉아있는 고깃집으로 들어선다. 영업이 끝났다는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 주문을 하는 당돌함을 보이는 여자들 중 한 여자가 남자에게 동석을 요구하고 당돌한 대사마저 던진다. '저기요.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요.' 그렇게 영운(김승우 역)과 연아(장진영 역)의 로맨스는 출발한다. 아무런 예감도 기척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거침없이.


 문제는 영운은 약혼녀까지 있는 남자. 그리고 그런 사실조차 알면서 그와 교제하는 연아는 밤업소의 여자. 상당히 위태롭고 무의미해보이는 이 커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애무하듯 감정을 지속시키고 키워나간다. 격정적이면서도 서로를 끌어안으며 둘은 현실안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바라보고 그 방향을 향해 함께 내달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내일을 보지 않고 오늘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사랑은 결국 보장된 미래라는 장작을 공급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사랑이 쉽게 간과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참을 수 없는 연애의 가벼움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들이 속삭이던 사랑이 결코 영원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현실은 비참하게 와닿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감추지 않고 포장하지 않음에 있다. 마치 사랑이 장난이나 되듯 툭 내던지듯 시작해버린 남녀의 로맨스는 씬이 거듭되고 영화의 끄트머리에 다다를수록 지독하게 변절되면서도 그 포석은 간절하고 애석해진다. 영화속 사랑은 언제나 끔찍하게 아름답거나 혹은 쿨하게 깔끔하다. 하지만 이영화의 사랑은 그리 아름답지도 않고 깔끔하지도 않다. 지극히 속물스러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게 징징거린다. 잠깐의 행복이 가리던 예정된 파국은 현실로 드러나지만 그들이 지녔던 감정의 애틋함까지도 가려지지 않는다. 마치 철부지들의 덧없는 장난처럼 몰상식해보이는 그들의 연애담은 어리석은 감정의 제자리찾기가 아닌 제자리를 찾지 못한 감정의 안타까움으로 승화된다. 그것이 그들의 가벼울듯한 사랑에 무게감을 얹고 비상식적인 상황에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품게 한다.

 

 이 영화는 '파이란'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김해곤의 감독데뷔작이다. 그는 각본가로도 유명하지만 영화에 단역으로도 종종 출연하곤 했다. -'달콤한 인생' 중 선우(이병헌 역)에게 총맞아 죽는 총기밀수판매원 태웅을 기억한다면- 어쩄든 얼굴조차 맞대지 못하고 서로에게 아련한 존재감만을 각인하던 남녀의 이야기인 '파이란'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이름은 상당히 인상적일 듯 하다. 이 영화는 사실 '파이란'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낯선 인상일지도 모르지만 영화에 몰입되는 순간 두 영화가 그리 다른 국면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면 그건 두 영화가 지닌 진실된 감정의 솔직한 발언에 있다는 것일테다. 그의 이야기는 현실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로맨스는 없다. 현실이라는 벽안에서 부딪쳐 마주보지 못하는 감정떄문에 고민하고 좌절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묵묵하게 펼쳐진다. 사실 영화속의 사랑은 항상 아름답고 처연하기만 했다. 어떤 운명도 사랑을 가로막지 못하거나 혹은 운명앞에서 무너지는 사랑에도 그 자태를 잃지 않고 폼을 잡곤 했다. 하지만 그의 영화에서 사랑은 비굴해도 상관없고 구걸이라도 하고 싶은 욕망이다.  비루함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도 상관없을 정도의 간절함이 그가 말하는 사랑의 진정함이고 이 영화는 그런 뉘앙스를 거침없이 역설한다.

 

 사랑은 감정 그 자체로 숭고하지만 그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행위는 때론 천박하다. 서로의 감정이 맞물려도 현실을 고민하고 현실적 조건을 우대하며 감정의 솔직함을 외면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은 예쁘지만 그 사랑의 행위는 고통스럽다.

 

 연아와 영운은 재회한다. 하지만 영화는 둘의 거리를 좁히지 않은 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감정은 여전하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선을 넘어선 둘의 미래에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감정의 끈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버거움은 연애를 종식시키고 결혼이라는 현실을 무겁게 강요한다. 단지 감정만으로 영원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실한 사랑이겠지만 우리는 그런 순수한 사랑만을 매개로 하는 연애를 행하기엔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는 성인에게는 사랑이라는 감정조차도 조건에 맞추어 행해야하는 자격을 필요로 하는 것만 같다. 눈물짓고 바라보는 영운의 눈과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연아의 눈은 서로를 갈구하고 있지만 좁혀지지 않은 두사람의 거리감만큼의 여운은 결코 좁혀질 수 없는 현실의 장막처럼 막막해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둘의 특별했던 인연, 연애라고 명명된 그 추억을 지속되지 못했음에 가볍게 비하시켜버리는 버거운 현실의 무게감이 아닐까.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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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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