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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의에 다가서는 비상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kharismania 2006-09-07 오전 2:41:44 1066   [7]
행복의 정의는 무엇인가? 혹자는 부와 명예를 짊어진 이들에게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은 물질적인 소유 유무에서 판단되어질 수 없는 추상성이다. 분명한것은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정해진 모양새로 다가오진 않지만 어느 불분명한 흐름을 타고 어느 순간 각자의 삶을 미소짓게 한다.

 

 이 영화는 공지영의 동명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소설로부터 인용된 극중 대사는 이 작품이 소설로부터 절대적인 영향력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활자로 늘어뜨린 감정을 영상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소설이 독자의 상상력안에서 부풀어가는 감정을 내면으로 스며들게 한다면 영화는 관객의 시선을 타고 주입되는 감정을 응집시킨다. 물론 둘 다 비슷한 감동의 질감을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질감을 보여주는 밑그림은 엄연히 다르다. 동일하지만 화법이 다른 두 작품은 같은 밑그림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영화다.

 

 시작부터 관객은 한남자의 섬뜩한 사연과 맞닥뜨린다. 그가 저지른 살인이라는 것이 확실한 그 현장의 혼란스러움은 석양빛처럼 따스한 기운과 함께 어지럽게 시선을 돌리다가 페이드 아웃된다. 그리고 영화는 비로소 그 행복한 시간을 향해 한발씩 내 딛는다.

 

 윤수(강동원 역)는 가진 게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고아원으로 버림받은 뒤 다시 찾아간 어머니에게 다시 외면당하고 그뒤 동생을 잃는다. 그리고 홀로 살아가던 중 그가 믿었던 사랑과 우정에 배신당했다. 그리고 그에게 남은 건 사형수임을 증명하는 빨간 명표 위에 찍힌 '3987'이란 죄수번호. 그는 자신을 위한 행복따위는 세상에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을 동정하는 사람들따위를 보느니 하루라도 일찍 죽게 만들어달라고 절규한다. 그런 그 앞에 유정(이나영 역)이 나타났다.

 

 유정은 가진 게 많았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잔인한 배신을 느끼고 15살의 나이에 손목을 그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2번의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그녀는 어머니가 미웠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부와 명예에 빌붙어 사는 자신이 미웠고 자신을 빌붙게 만드는 세상이 미웠다. 그녀는 가진 게 많았지만 정작 가질 것이 없었다. 집착할 것 없는 세상속에서 그녀는 죽지 못해서 괴로워한다. 그런 그녀가 윤수를 찾아간다.

 

 윤수와 유정은 닮았다. 윤수는 삶의 종착역을 기다리는 자이고 유정은 삶의 종착역을 갈구하는 자이다. 둘에게는 자신의 인생에 미련을 가져다 줄만한 가치가 없었다. 행복이 결핍된 인생. 어떤 것도 그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줄 수 없으면 남은 생애를 채우는 건 원망과 회한 뿐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둘은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타인들에게 곧잘 세우던 감정의 장벽은 그런 동질감의 생성으로부터 붕괴된다. 아니,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사연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한발씩 걸어들어가기 시작한다. 서로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던 비밀의 공유. 그 공유로부터 유정과 윤수는 깊은 응어리의 해소를 느끼고 그 응어리의 빈자리에 침착하는 행복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다.

 

 공지영의 소설은 대중적인 감성을 표면에 심고 그 내면에 철학적 사유를 곁들인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은 페미니즘적이고 현실적인 불평등에 대항한다. 또한 시대의 어둔 과거를 상기하듯 풀어내는 후일담 형식의 작품들은 그 세대를 거쳐온 이들에게는 아련한 추억같은 아픔을 공유하게 한다. 이 작품은 그녀의 작품들 중 대중적인 취향에 가깝다. 하지만 대다수의 가난앞에서 도출되는 비극적 인생을 살아가는 윤수의 모습이나 여성으로써 부당한 행위앞에 모욕을 참아야했던 유정의 모습에서 부당했던 과거의 그릇된 관습적 태도가 은연중에 노출된다.

 

 행복은 비범한 경험으로부터 우러나는 특별한 감정처럼 느껴지지만 실상 행복은 우리 주변에 산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기에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누군가가 꽃을 선물해주어야만 행복이 아니다. 주변에 피어있는 작은 들꽃이 행복이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 존재의 의미를 탐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그럴만한 여유를 마음속에 비워두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학대하고 비관하는 이들에게 그만큼 행복은 염원의 대상 아래로 내려서지 않는다. 소박한 일상속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웃음, 혹은 자질구레한 인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작은 미소가 바로 행복의 본질이자 힘들일 필요없는 무게감이다.

 

 윤수와 유정은 상대방이 지닌 상처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불어 상대방의 상처를 치유시켜주고자 한다. 그리고 아무런 미련도 없던 인생이 살아보고 싶은 삶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변화를 깨닫는 순간 행복이 찾아온다. 자신의 주변을 맴돌지만 항상 외면해왔던 행복의 내음을 느끼고 두 사람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행복했던 시간안에서 약조된 이별이 성큼 찾아온다. 자신의 삶이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 윤수는 예정된 시간을 맞이한다. 비로소 행복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던 찰나에 덧없는 이별은 찾아온다. 삶에 미련이 스며들자 그렇게 자신의 생의 마지막 시간이 도래한다. 그래서 그 순간은 슬프다. 비로소 행복으로 가는 길목을 발견했지만 그 길목앞에서 주저앉아야 하는 윤수의 서글픈 애국가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유정의 모습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건너버린 인물들의 오늘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런 아쉬움이 영화의 엔딩에 눈물을 머금게 한다. 때를 놓쳐버린 깨달음에 대한 연민.

 

 삶에 예정이란 없다. 그것은 비단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한치앞도 알 수 없는 인생앞에서 오늘의 행복을 꿈꾼다면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삶의 욕구다. 하지만 행복의 열쇠는 자신에게 있다. 예정되지 않은 인생에 후회가 남는다면 그것은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행복에 대한 아쉬움이 아닐까.

 

 우리는 각자의 일상을 간과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외면하는 행복들은 가치없이 버려진다. 알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쩌면 그런 버려지는 행복은 언젠가 주워담고 싶은 후회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행복은 항상 주변에 존재하지만 알아주지 못하면 뒤늦은 한탄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인생은 짧다. 그만큼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시간도 짧다. 그런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 더 마음의 문을 열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행복의 정의로 다가가는 비상구일지도 모른다.

 

                          -written by kharismania-



(총 0명 참여)
rhtnrdud
너무 읽기 힘들어요..-_ㅠ   
2006-09-17 04:59
1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제작사 : 엘제이 필름, (주)상상필름 / 배급사 : (주)프라임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happytime2006.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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