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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묵직한 느낌 ? 노리코의 식탁
bjp4596 2007-02-20 오후 12:57:14 1632   [4]

2시간 30분을 넘는 긴 시간의 이 영화.

난해하다는 주위의 평들 때문에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다행히, 저랑 코드가 맞았던 것인지, 그 긴 영화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영화를 봤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자신이 속한 가족, 회사, 사회..그 외에 기타 여러곳에서 현실에서의 모습이 아닌 조금은 다른 모습.

다른 역할을 기대해 보게 됩니다.

딸로서의 내가 아니라 혹은 아들로서의 나를 기대하거나.
착하고 순종적이기만 한 내가 아니라, 자신감 넘치고 반항적인 모습이거나.
소극적이고 부끄럼 많은 내가 아니라, 남들과 트러블없이 원만하게 잘 지내는 사교적인 모습이거나..등등.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해보곤 하죠.

 

"렌탈가족"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사회중 가장 일차원적이고 기본적인 사회, 즉 "가족"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조건하에서 원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으로 내가 느끼고 바라는 나름의 "행복"을 같이 보내주는 일종의 "날조된" 가족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거나, 또는 의도하지 않게 틀어진 가족들의 모습을 임의대로 조작해서,
그 속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것.
그 것은 또다른 나를 만들어 현실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란 인물로 살아가는 사이버 상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노리코는 즉 가상의 현실에서의 '미츠코'로서 살아가는 것이 본연의 자신이라고 느끼고.
현실에서의 '노리코'를 버린 채.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놀이에서 의미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 것은  단순히 새로운 형태에서의 가족의 모습일 뿐 아니라 혈연으로 맺어진 가장 기본적인 '가족'이란 사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혀 피한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생판 남인 사람들이 모여서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 연기하는 것.

'혈연'이라는 조건만으로도 결속력을 지니는 '가족'의 개념을 부정하는 것이죠.

그렇지만, 그 것은

 

" 그 곳에는 겉과 속이 없습니다..."라는 말처럼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가 없기 때문에
도리어 더 현실처럼 꾸며낼 수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렌탈가족"에서의 역할놀이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는 것인지도 모르죠.

 

"자살클럽은 없습니다. 도리어 세상이 자살클럽이죠. 우리들중 자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살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만이 자살할 뿐이죠.."

딸들을 잃었다고 억울하게 생각하는 '테츠오'에게 '렌탈가족'일원이 한 말.
마치 세상은 하나의 역할놀이와 같다는 의미일 겁니다. 지금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라는..

 

 

" 모두가 행복하려면, 누군가 꽃병과 잔을 해야만 해,
하지만, 모두들 꽃과 술을 하려고 하지. 꽃병과 잔이 있어야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누군가는 약하거나 또는 좋지 않은 모습을 연기해야만 평행이 유지되면서 모두들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말씀.

 

 

"모두들 다 이기적이야. 자기만 편하려고 해..!
..모두들 다 사자처럼 보여요..
우리 토끼로 돌아가요... 토끼로 돌아가요..."

딸들을 잃고 분한 마음으로 동반자살을 하려던 '테츠조'와 현실을 외면한 채 역할놀이만을 하며 본연의 모습을 잊고자 하는
'노리코', 수많은 역할놀이에 지쳐 이제는 편안해 지기 위해 "죽음"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자 하는 '쿠미코'에게 우카가 말합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죠.

모두들 각자의 욕심을 위해서 원하는 모습 즉 "사자"만을 연기하려고만 하죠.

세상의 먹이사슬은 분명 '토끼도 존재해야만 돌아가는 데 말이죠..

 

 

덧붙여 '우카'의 방황이 그리 오래되지 않길 빕니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노리코'처럼. 너무 멀리 돌아오지 않기를...

만약 삶이 역할놀이일 뿐이라면, 그 어디에서든 그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결국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역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본인의 모습과 조금 다른 모습일 뿐.
아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연기를 하기 위해선 마지막 '테츠조'가 한 말처럼
"죽고 다시 태어나 새롭게 시작하는 " 것뿐일 테니까요..

 

 

요즘들어, 내가 누군가와의 관계맺는 것에 대해 서툴다는 생각이 들어
나와 다른 사람들의 관계가 처음부터 다시, 애초부터 새롭게 다시 쓸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만난 이 영화는.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와의 관계를 단절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모든 것들이.
마치 이 영화에서 처럼 역할놀이를 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좀 더 문제를 가볍고 한 걸음 멀리 떨어져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내가 관계하고 있는 누군가..또는 나 스스로 나와의 관계맺음,
즉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내 자신의 역할이 옳은 것인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쉽게 선뜻 마음먹고 접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 만큼.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느끼는 바는 여느 영화보다 묵직하고 오래가지 않을까 싶군요.

줄거리까지 거진 두장 분량의 리뷰를 적었다가, 다시 잘라내는 이 마음이 아마도 소노시온 감독님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불연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한 내 역할, 내 연기에 대해서,
고칠 생각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 저역시도 "연기에 서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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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코의 식탁(2005, Noriko's Dinner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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