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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하면서도 섬뜩한 폐쇄 공포... 알이씨
ldk209 2008-07-11 오후 4:39:10 5142   [20]
영악하면서도 섬뜩한 폐쇄 공포...★★★☆

 

스페인 호러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전, 우아, 품위.... 뭐 이런 느낌들이다. 그런데 처음 스페인 호러에 좀비가 출연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잘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점숏으로 구성되어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한 <REC>는 그 형식과 개봉 시기 때문에 <클로버필드>의 아류 내지는 따라쟁이 영화로 오해받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클로버필드>보다 조금 앞서서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어차피 두 영화 모두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에 빚지고 있는 셈이다) 이상하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형식 내지는 내용의 영화들이 동시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실제 기획과 촬영에 소요된 시간까지를 고려해 보면 예술가들의 영감이 비슷하게 작용했나 싶기도 하고.

 

<REC>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실제로 스페인에서 방송 중인 프로그램이라고 한다)의 카메라맨 파블로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다. 파블로는 화면에 단 한 차례도 잡히진 않고(잠깐 다리 부분이 비치는 정도) 내내 관객과 동일한 시선을 공유함으로서 놀라울 정도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리포터 안젤라(실제 발음으로는 앙헬라에 가까운 듯)와 파블로는 취재 중인 소방대원을 따라 사고현장으로 갔다가 미친 듯이 날뛰는 노파에게 습격당하고, 아파트는 ‘감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당국에 의해 폐쇄된다. 이렇듯 이러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기는 했지만, 좁은 공간 안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좀비를 풀어 놓아 도망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은 수 없이 많은 영화를 통해 반복되어 온 설정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설정이 새롭지 않고 구태의연하다고 해서, 최종 결과물도 구태의연하게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REC>는 호흡이 잘 짜인 공포영화다. 처음의 느슨함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서서히 조여드는 느낌이 서늘하고 섬뜩하다. 그러다 마지막에선 사정없이 휘몰아친다. 그리고 매우 영악하다. 아직은 뚜렷하게 사건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초반, 툭툭 던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얘기들이 중반 이후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단서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아파트 주민들 중에 한 아이는 아프며, 그 아이가 키우는 개도 아파 동물병원에 있다. 그리고 중국집 아버지도 아파서 누워 있다. 옥상방은 아무도 살지 않고 잠겨 있다...

 

시점숏을 활용하는 차원에서도 능수능란하다. 이를테면, 경찰관과 소방관, 그리고 파블로가 아이를 찾아 방으로 들어갔다가 없는 걸 확인하는 순간 카메라가 돌며 문 앞에 서 있는 아이를 발견하는 순간이라든지(그 아이의 등장은 객석이 술렁일 정도로 정말 섬뜩했다), 마지막 옥상 방의 다락 안을 살피기 위해 카메라를 돌리다가 습격을 받는 장면 등.

 

영화가 서서히 끓어오르다가 급격하게 공포로 전이되는 순간은 외부에서 들어온 정부 측 검사관에 의해 사건의 진상이 알려지는 순간이다. ‘어제 동물병원에 어떤 개가 들어왔는데, 개의 증세가 이상하다’ - 카메라는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로 시선을 돌린다. 순간 공포 분위기가 객석을 휘감고 도는데,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극장 측의 의도적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시원한 바람이 객석으로 불어왔다. 영화 분위기 때문에 서늘한 느낌이 객석을 휘감고 도는데, 정말 섬뜩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숨 돌릴 틈 없는 공포를 선사한다. 장르의 클리셰들이 난무하기도 하지만 교묘하게 파블로와 안젤라를 예정한 대로(?) 옥상방으로 몰아넣는데 성공한다. 옥상방에서 영화는 좀비 호러 영화에서 일종의 오컬트 영화로 변신한다. 영화의 오컬트적 분위기는 감독의 취향(<다크니스>)이기도 한 것 같고, 어쩌면 스페인 공포 영화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런데, 공포 영화는 어떻게 관람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보면, 공포영화는 사람이 거의 꽉 찬 극장에서, 그것도 중간 중간 소리 질러주는 여성이 바로 옆자리에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REC>를 감상할 때 조건이 그랬다. 양 옆과 앞뒤에서 제각각의 기묘한 사운드(“악!!!” “안 돼!!!” “제발!!” 어디선가는 거의 정신 나간 듯 “흐흐흐~~~”)를 터트려 주시는데, 영화가 끝난 뒤 감사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안 좋은 관람 조건은 무엇일까? 공포, 호러 영화를 보고 와서는 ‘정말 재미없다’고 얘기하는 주위 사람이 있으면 확인해보는 게 하나 있다. 어디서 관람했느냐이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도 다르고 감정의 수용 여부도 달라서, 아무리 무서운 영화도 전혀 안 무섭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로 안 무서운 영화도 무섭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재미도 없고 무섭지도 않은 공포영화도 많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곤란하다. 전철에서 PMP로 공포 영화를 보는 사람들. 가끔 실제로 이런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면 하나같이 표정이 심드렁하다. 당연하지. 그런 조그만 화면과 음향조건, 다른 거 신경 쓰면서 영화를 보는 데 무섭거나 재미있을 리 만무하다. 나는 꽤 징그러운 장면으로 기억하는데, 하나도 안 징그럽단다. 확인해보니, PMP로 봤단다. 확실히 다른 장르의 영화도 가급적이면 극장에서 보는 게 좋긴 하지만, 특히 공포 영화 장르는 극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는 것만큼 확실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총 0명 참여)
shelby8318
그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 방송했으면 좋겠네.   
2008-07-1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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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씨(2007, R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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