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훈 감독의 <소나기>는 남녀노소가 알고 있는 바로 그 걸작 황순원의 소나기를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간단히 말하면 시한부 소녀가 시골로 내려와 한 소년과 짧은 시간을 같이하고 정서적 공감을 함께하다가 떠나다는 내용이다. 이 간단한 스토리는 수십 년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아무래도 누구나 느꼈을 10대의 정서를 너무나 세심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여전히 사랑받는 거 같다.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를 다른 매체로 특히 애니메이션화 했을 때 전략이 필요했을 것인데 이 작품에선 인물보다는 배경의 작화에 더욱 더 신경을 썼다. 실제 있는 공간을 참고로 그린거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뭇잎 하나까지 신경 쓴 너무나 아름다운 작화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제대로 표현한 국내 애니메이션이 여태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아름다운 작화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인물의 묘사였다.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과장된 얼굴로 표현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해 동안 봐왔던 다른 애니메이션의 인물들과도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소년 소녀의 목소리 연기도 조금 아쉬웠다. 특히 정체불명의 사투리와 표준어를 섞어 쓰고 있는데 캐릭터의 혼동을 줄 정도였다. 배우들의 문제라기보다는 디렉팅의 문제였다.

최근 우리 고전을 애니메이션화 하는 작업이 많아지고 있는데 조금씩의 시행착오를 거쳐 양질의 장편 애니메이션도 꼭 만들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