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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신데렐라
hongwar 2007-10-05 오후 10:37:35 1461   [11]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 사연을 보낸 이들 중에서 엄선해 얼굴 및 외형을 확 변신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안쓰럽고 삶에 큰 지장이 생길 정도로 자신의 외모가 많은 애로사항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런 모습들을 볼 때면 정말 삶에 자신감을 새로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저들의 소원을 들어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저것도 한편으론 세상에 너무 주눅든 채 외모에만 의존하려는 소극적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렇게 성형수술이라는 것은 "자신감을 되찾아준다"는 미덕과 "예쁜 얼굴이 인정받는 사회에 영합한다"는 문제점이 충돌하는 소재다. 영화 <신데렐라> 역시 이런 양면성으로 꾸준히 사회적 이슈가 되어오고 있는 성형수술이라는 소재에 정면으로 접근한다.(사실, 앞에서 언급한 리얼리티 프로 이름도 <도전! 신데렐라>다) 다만, 이 영화에는 성형수술이 갖고 있는 이런 도덕적, 사회적 문제에다가 "모성"이라는 요소까지 추가해 좀 더 복합적인 문제 제기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물론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외모가 어떻든 자식을 향한 사랑은 여전하겠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말이다,

 

성형외과 의사 윤희(도지원)와 그녀의 딸 현수(신세경)는 둘 다 아름다운 외모를 소유한 모녀로 단둘이 살고 있지만 늘 행복하고 밝은 일상을 꾸려가는 가족이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현수 주변의 친구들이 윤희로부터 성형수술을 받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윤희로부터 성형수술을 받은 수경(유다인)은 덕분에 달라진 외모를 갖게 되지만, 수술중 겪은 괴이한 현상을 시작으로 얼굴이 칼에 베이거나 흘러내리는 등의 환영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수경은 피부가 도려진 채로 숨진 채 발견되고, 이후 수술을 받은 재희(안아영)와 혜원 역시 미술학원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유독 윤희로부터 수술을 받은 뒤 의문의 죽음을 당한 아이들, 현수는 대체 어떤 비밀이 있는지 하나둘 캐나가기 시작하는데.

 

사실 올해 나온 공포영화들 중에서는 배우들의 유명세가 유독 두드러지는 건 아니지만, 연기력 면에서는 부족할 것이 없는 듯 싶다. 특히나 주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단연 윤희 역의 도지원이다. 어느덧 <여인천하>의 경빈 박씨 이미지로 강하게 남아버린 그녀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차갑고 이지적인 분위기에다 플러스 알파로 더 복합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성형외과 의사로서 냉철한 판단력을 소유한 인물이지만, 딸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지난날 있었던 비극적인 상처 앞에서는 회한의 눈물만 흘리는 복잡한 성격의 인물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어머니로서의 모성애를 소유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성애조차 때론 소름끼치는 모습은 기존에 갖고 있었던 냉철한 이미지 덕분에 더 구체화되지 않았나 싶다.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가는 후반부에 가서는 더 폭발적인 연기로 상당한 임팩트를 주었다.

 

딸 현수 역의 신세경이 보여준 연기도 신인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꽤 무난했다.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의 친구로 나온 모습으로 처음 봤었는데(이연희랑 참 헷갈렸었다), 그 때도 처음 보는 아역배우 치고는 무난한 연기를 보여준 만큼 이 영화에서도 10대 청소년 배우로서는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신비스럽고 어딘가 그늘진 듯한 이미지가 영화 속에서 본의아니게 비밀을 품고 사는 현수의 모습과 잘 맞아떨어진 듯 싶다. 예쁘장한 10대 배우라고 해서 무조건 아이돌스럽거나 발랄하게만 나가지 않고, 어딘가 그늘지고 어두운 이미지의 역할을 맡고 또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이 영화의 단점부터 말한다면, 공포영화이지만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다. 우리가 으레 공포영화에게 기대하는 무서운 장면이나 하다못해 놀래키는 장면도 몇번 나오지 않고 그 나머지 장면들에서는 좀 질질 끄는 구석이 없지 않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예고편에서 꽤 임팩트 있게 느껴졌던 재희와 혜원의 서로 얼굴 그어주기 퍼포먼스는 배경도 두 배우의 표정이 다소 희극적이어서 음산한 공포감을 느끼기가 좀 어려웠다. 영화가 후반부로 갈 수록 공포영화로서 극한의 긴장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사건의 진상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쉴새없이 심장을 부여잡는 공포감같은 것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꽤 인상적인 부분도 있었다. 일단 인간의 신체 부위에 있어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얼굴, 그리고 그 얼굴에 칼을 대는 일인 성형수술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소재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치환될 때의 파괴력은 꽤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나 영화 속에서 공포감을 조성하며 인물의 얼굴에 마취도 않고 칼을 대는 장면들이 몇 번 나오는데, 이 장면들을 보는 사람의 촉각까지도 제대로 자극하면서 소름끼치고 몸서리쳐지게 만들기에 충분한 효과를 보여준다.

 

사건의 일어나는 배경의 대비 방식도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윤희의 성형외과와 집, 그리고 현수가 다니는 미술학원 등은 모두가 현대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깔끔한 느낌을 주고 있다. 어디 음산한 구석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화사하고 밝은 느낌 말이다. 하지만 비밀이 숨겨져 있는 지하창고와 같은 곳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어둡고 낡고 습하다는 점에서 이중성을 부각시키고, 이는 예쁜 얼굴 뒤에 숨은 어두운 비밀, 저주라는 영화의 기본 설정과도 꽤 잘 어울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드라마적인 구성에서도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는 생각보다 공포감을 극대화하지는 못한 대신에 그 공백을 드라마로 나름 메우고 있는 편인데, 그 구성 방식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공포영화들이 시종일관 공포감 조성에 주력하다 후반 10~20분 정도를 남겨놓고 비밀을 풀어놓는 반면, 이 영화는 아예 영화 시작 이후 한 절반 정도 되는 시점에서 비밀을 하나둘 풀어놓기 시작한다. 주인공들의 현재 행동으로부터 과거 있었던 일이 플래시백되면서 실은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한꺼풀씩 벗겨내는 식이다. 이 영화가 상대적으로 공포감 조성에서는 다소 부족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억지로 공포감 조성에 끝까지 목숨거는 것보다 이렇게 일찌감치 사건의 비밀을 보여주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전환한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영화는 생각보다 일찍 사건의 진실을 꺼내놓으며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제인 "외모지상주의"와 "모성애"의 딜레마에 한걸음 더 다가간다.

 

주인공인 윤희의 직업부터가 성형외과 의사인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외모에 대한 집념이 생각보다 강하다. 어머니가 딸한테 이렇게 피부관리 해주는 집은 우리 집 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딸의 외모에 대한 관리에 있어서도 철저하다. 물론 영화 내용상 이렇게 외모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된 윤희에게는 그 동기를 제공하는 사건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의 얼굴이야 어떻든 자식을 향한 사랑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특히나 얼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을 경우에 본인은 물론이요 그 부모가 입게 될 정신적 상처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정도일 것이다. 외부와 바로 맞닥뜨리고 살아가야 되는 얼굴에 흉한 상처가 남게 되면 그만큼 개인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입는 상처도 클 것이고 그 상처는 본인과 그 부모의 가슴까지도 할퀼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부모는 자식의 외모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고, 윤희의 경우는 그것이 오히려 집착으로 어긋나 "빗나간 모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자식을 향한 사랑이 눈물겹지만 그 사랑을 위해 살벌한 방법을 이용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사회가 초래하는 외모지상주의의 섬뜩한 일면과 신성한 모성애조차도 거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의 딜레마를 조명한다.

 

개인적으로 성형수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성형수술이란 것이 어떤 가치를 목적으로 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복잡스럽기도 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 회복이라는 가치와, 보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외모를 추구함으로써 사회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가치 사이에서 그 경계를 확 가르기가 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아니면 자기애, 자신감이라는 가치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얼굴을 고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성형수술의 도덕적인 면을 합리화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말을 해놓고 보니 더 혼란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아무튼 이 영화 <신데렐라>는 성형수술과 외모지상주의라는 소재를 놓고 사회의 시선은 물론 부모의 시선까지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며 꽤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물론 대신에 공포영화가 가져야 할 최고 덕목인 "무서움"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 매우 아쉽긴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밍숭맹숭한 드라마를 추구하는 것 대신에 이렇게나마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남겼다는 것은 꽤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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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쿤요   
2010-03-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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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2006)
제작사 : 미니필름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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