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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점점 더 거리를 좁히는 이윤기 감독.. 아주 특별한 손님
ldk209 2008-09-29 오후 10:35:04 1791   [1]
대중과 점점 더 거리를 좁히는 이윤기 감독..★★★☆

 

이윤기 감독의 신작, <멋진 하루>를 이미 관람한 터라, <아주 특별한 손님>에 대한 느낌이 조금은 달라졌으리라. 전반적으로 이윤기 감독은 4편의 장편 영화를 내 놓으면서 점점 대중과 거리를 좁혀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자, 정혜>는 김지수의 영화 데뷔작으로 최선의 선택이었다. 왜냐면 흥행의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작품성으로는 인정받기 쉬운(?) 영화였기 때문이다. 김지수와 같이 오랫동안 TV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Top은 아니지만 나름 인기 배우의 위치에 오른 연기자가 선택할 수 있는, 그리고 계속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영화는 별로 없다. 자칫 흥행성 있는 영화를 노리다가 실패하면 ‘TV용 배우’라는 이미지를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흥행과는 무관한 영화의 출연은 어떨까? 작품성만 인정받는다면 흥행에 대한 부담을 덜고 배우의 이미지, 거기에 연기력 있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 같이 흥행이 안 되는 영화에 나름 잘 나가는 배우들이 낮은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원하는 건 그런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이윤기 감독의 경우에도 그렇다.(목적이라고 하니깐 약간 폄하하는 듯한 느낌인데, 결코 부정적으로 쓴 단어가 아니다. 난 오히려 이들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정체성에 박수를 보낸다)

 

<여자, 정혜>로 시작한 이윤기 감독의 작품 세계는 <러브 토크>를 거쳐 <아주 특별한 손님>에 이르러 확실히 대중과의 교감에 성공적으로 착근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멋진 하루>에 와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윤기 감독의 성과가 긍정적인 건 대중과의 교감이 단순히 오락적인 대중성을 가미함으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그는 기존 작품에서 인정받은 장점에 덧붙여 더욱 다층적이고 다면화된 스토리 전개와 인물 묘사를 시도하고 있으며, 그것이 대중적으로 충분한 호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의 모든 영화가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 두 편에 비해 후반 두 편이 관객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유지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 그의 발전을 입증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주 특별한 손님>은 일본의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고, <멋진 하루> 역시 그러하다. 다음 작품도 그 소설집에 실린 단편을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하니 둘은 이미 단순한 원작자와 감독의 관계를 뛰어 넘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아주 특별한 손님>의 긴장 구조는 일단 거리에서 만난 남자들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보경(그녀의 이름은 후반에 가서야 알게 된다)은 낯선 사내들이 죽어가는 한 아저씨의 임종을 봐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부탁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알고 보면 이야기는 단순하다. 보경은 남자들을 따라 마을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좌충우돌하는 소동을 지켜본다. 그러다 얼떨결에 아저씨의 임종을 지켜보고 서울로 올라온다.

 

마을 사람들의 소동에는 죽은 사람의 재산을 둘러싼 인간들의 물욕, 이기심의 추함을 적나라하게 내비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보경이라는 한 여성의 정체성, 또는 자아 찾기에 관한 얘기다. 아까도 말했듯이 핵심은 도대체 보경은 왜 무리한 요구를 수용했는가 이다. 나중에서야 우리는 보경이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요구를 수용할만한 심리적 기제를 가지고 있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보경은 자신을 닮았다고 하는 명은의 방에서 명은의 체취를 느끼며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명은이 실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은의 성장에 따라 마련되어 있는 속옷들. 거기서 느껴지는 애닮음.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서 보경은 비로소 자신의 감추고 싶은 얘기를 꺼내 놓으며, 눈물을 흘린다. 일종의 정화. 그녀는 이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본다. “제 이름은 보경이에요”

 

※ 이윤기 감독은 전편의 주인공이 다음 편에 특별 출연하는 전통을 만들고 있다. <아주 특별한 손님>에는 <러브 토크>의 주인공인 배종옥이 마지막에 보경과 핸드폰 통화하는 어머니 목소리로 특별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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