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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뭐 별거 있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cropper]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cropper 2009-02-13 오전 10:10:08 1256   [2]

지금은 새벽 2시.  "하루가 참으로 길다".  
나도 모르게 벤자민 버튼과 똑같은 대사를 탄식처럼 내뱉는다.  어제 이른 아침에 눈을 떴으므로 
지금 나는 인간이 정해놓은 하루 경계선을 무심하게 지나쳐 이틀을 하루 삼고 있다.

오늘 점심에 절친한 Y가 나와 점심을 같이 하고 싶다고 하구선, 대뜸 인생을 물어온다.
내 나이 마흔.  인간이 그어놓은 하루의 경계를 이렇듯 단절없이 건너뛰고 있는 것 처럼,
나는 어느새 신이 그어놓은 인생의 중간지점을 지나고 있다.

Y가 말했다.  자신의 나머지 인생을 상상으로 그려보는 시간이 요즘은 많아 졌다고.
총기 어린, 아니 치기 어린 예전의 모습은 잦아들고 그에게도 죽음의 사자라는 흰머리가 한두개쯤
자랐을 것이다.  놀랍게도 그에게 오늘 건넨 나의 충고는 불과 세시간 전 내가 만난 벤자민 버튼
의 이야기와 닮았다.



2009년 아카데미 13개 부문(최다)에 오른 영화이자 영미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중에 하나인
'위대한 게츠비' 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중편소설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는 망측하게도 80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젊어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다 . 

마치 우리의 지나온 삶이 매우 짧게 느껴지는 것처럼, 벤자민 버튼의 출생부터 죽음까지를 관통하는
2시간 50분 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장에서 아들을 잃은 시계공이 만든 거꾸로 가는 시계,
그리고 그 시기에 태어난 벤자민은 그 시계속의 시간처럼 나이를 거꾸로 먹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그 시계를 만든 시계공의 바램과는 달리 벤자민 역시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3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벤자민버튼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이 영화는  남들과는 처음부터
다른 육신을 가진 그 라도 결국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결국 신이 인간
에게 준 결말은 누구나 다 똑같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러나 벤자민의 삶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천대받으면서도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삶을 항해하기 시작한다.  천한 삶을 예술가의 삶으로 바꾸고자 노력했던 선장을 만나
인생을 배웠고 또한 그 사람들의 '죽음' 을 목격하면서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비록 육신은 50대에 있었지만 그의 정신은 청년이었기에 보다 넓은 세상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을 남과 다른 것으로 만들어 나간다. 



벤자민은 후회없는 삶을 산다.  그에게 처음 사랑을 알려준 엘리자베스 조차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될거라고 믿었던 어리석었던 그 때로 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라고
말한다. 벤자민 버튼은 그의 딸에게 말했듯 "인생의 어떤 부분에서라도 아니다 싶으면 새롭게 시작할 용기"
를 가진 사람이었다.

데이지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 삽입된 영화 속 영화의 에피소드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생로병사
의 단순한 과정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뗄 수 없는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면서 그의 삶 또한 주변의 훌륭한 사람들로 부터 깊은 감명을 통해 수 없이 태어난다.

내가 Y에게 말했듯, 벤자민이 나에게 말했듯, 인생은 남들이 살아간 길과 똑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따라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인생은 누구나 한번 태어나고 누구나 죽는 것이지만, 그 속을 다시 들여다 보면 어떤 이는 여러번 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한번의 삶 조차 후회로 가득하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해마다 늘어가는 주름살을 보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에 주름살을 긋지만
벤자민 버튼은 거꾸로 가는 삶을 통해 육신과 정신은 결코 함께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낸다. 



비록 긴 상영시간에 비해 그다지 두드러질 것 없는 줄거리는 약점이지만 비쥬얼의 대가 답게
마치 신 처럼 빛과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한 남자의 인생을 아름답게 따라다니는 데이빗 핀처
의 연출력은 거의 절정에 다다랐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금은 새벽 4시.  잠시 후면 새로운 해가 뜨고 나는 다시 삶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나는 아직 반이나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10여년 정도 더 직장을 다니고도 40여 년을 더
살아가야 한다.  아직 삶은 반도 오지 않았다.

Filmania  cropper, 원성백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9 16:55
powerkwd
잘 읽고 갑니다 ^^   
2009-05-28 16:15
snoopdoggy
형 점심때 만나고 들어와서 평론 보고갑니다...

저는 이 영화 한 2주 전에 봤는데요, 마지막 부분에서 데이지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갓난장이 벤자민의 장면에서 울~컥 했답니다.

종종 와서 평론 잘 보고 가겠습니다.
훌륭하십니다~~
(김진태)   
2009-04-02 15:40
countcar
언제나 멋진 리뷰 잘읽고 갑니다...
  
2009-03-14 16:15
mina7359
어려질수록 멋있어져요후후   
2009-02-15 00:23
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제작사 : Warner Bros., Paramount Picture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benjamin200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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