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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소중함.. 이별의 안타까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ldk209 2009-02-16 오후 3:11:20 905   [2]
사랑의 소중함.. 이별의 안타까움..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에이리언 3> <세븐> <더 게임> <파이트 클럽> <패닉 룸> <조디악>의 데이빗 핀처가 만들었다고는 언뜻 연결되지 않을 만큼 그의 작품 이력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할 것 같다. 주로는 어두운 범죄의 세계를 묘사했던 데이빗 핀처가 이토록 잔잔하고 따뜻한 톤의 영화를, 그것도 충분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만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니.

 

영화는 F. 스콧 피츠레럴드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 - 단편이라기보다는 거의 소품에 가까운 - 에서 노인으로 태어나 거꾸로 살다 죽은 한 남자의 삶만을 모티브로 가져온 것이다. 즉, 원작소설과 영화는 크게 다르다. 원작소설의 벤자민이 1860년에 태어났다면, 영화의 벤자민은 1918년에 태어났다. 왜 벤자민이 노인으로 태어났는지 소설에선 아무런 이유를 제시하진 않지만, 영화에선 거꾸로 가는 시계가 마치 원인이 된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원작소설의 아버지는 벤자민을 버리지 않고 정말 아이 키우듯이 책임을 다했다면, 영화 속 아버지는 벤자민을 한 양로원에 버렸고, 흑인 퀴니의 보살핌 아래 성장한다. 전반적인 색채도 영화와 달리 원작은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가장 큰 차이는 아내와의 관계다. 원작소설에서 벤자민은 한 무도회에서 나이가 든 남자를 좋아하는 힐데가드(이름도 다르다)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점점 어려진 벤자민은 자신과 달리 나이가 들어가는 아내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자 군에 입대했으며, 제대 후엔 사교 활동에 치중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점점 젊어지는 그의 삶도 아내와 아이들에겐 ‘비효율적’인 것으로 정의되어 공격(!) 당한다. 반면, 영화는 기본적으로 멜로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벤자민(브래드 피트)과 데이지(케이트 플란쳇)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영화에서 80세 노인의 얼굴과 신체 나이를 가지고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 벤자민은 어린 소녀 데이지를 본 순간 사랑을 느낀다. 선원이 되어 세상을 떠돌면서도 데이지와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던 벤자민은 전쟁이 끝난 후 성숙해진 데이지와 재회하게 되고, 둘은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며 사랑을 이어나간다.

 

허리케인이 곧 들이닥칠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데이지가 딸에게 벤자민, 즉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 것으로 시작한 영화는 166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 사람의 삶을 천천히, 차분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그려 나간다. 각각의 나이 대에 겪게 되는 에피소드 - 물론, 벤자민은 보통 사람들과 반대로 겪게 된다 - 가 펼쳐지고 그 속에서 벤자민이 겪게 되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들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분명히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만큼 많은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고 많은 인물들이 들고 나감에도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간의 흐름은 리드미컬하며 등장인물들의 역할도 적재적소에 배치된 듯하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꿰뚫는 브래드 피트의 연기(당연하게도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도)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것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 특수 분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체 나이를 거꾸로 먹게 되면 어떤 삶이 펼쳐질 것이며, 거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영화와 관계없이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말해 보면, 특별한 사고가 아닌 이상, 언제 죽을지 지금보다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삶을 더욱 열심히 살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반대로 더욱 낭비하는 삶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에서도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다양한 상징들(벌새의 날개짓 같은 것들), 약간은 과도한 교훈적 대사들이 등장함에도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영화다. 벤자민은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했고, 수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같이 나이를 들어간다면 경험하지 않았을 이별까지 경험하게 된다. 이 점에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불행이라고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좋은 연기, 좋은 연출력에 바탕을 둔 좋은 영화라고 생각은 하지만, 자칫 지루하게 느낄 여지는 분명 있다. 단순히 상영시간이 길기 때문은 아니다.(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길다는 느낌도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기본설정이 굉장히 강력한 흡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굳이 나이를 거꾸로 먹지 않는 일반적 삶을 그린 영화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들이며,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는 보통 사람들처럼 나이를 먹으나, 벤자민 버튼처럼 거꾸로 먹으나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 희로애락이란 결국 똑같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도 느껴진다. 물론 그럼에도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나중에 다시 늙더라도 내 외모와 신체가 앞으로 한 20년은 점점 젊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200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어차피 영화라는 게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긴 하지만, <다우트>가 작품상 후보에서 빠지고, 이 영화가 후보라는 건 좀 의아하다. 만약 작품상 후보가 다 결정되고 <다우트>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두 작품 중 한 작품만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다우트>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9 15:10
powerkwd
잘 읽고 갑니다 ^^   
2009-05-28 15:20
mulggogi214
브래드피트가 점점 젊어질 때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습니다..ㅋ
굉장히 신선하고 깊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긴 러닝타임과.. 약간의 단조로움으로..
영화중간부분에서 잘뻔했어요..^^;   
2009-02-20 09:52
jhee65
왠지 아련할 거 같아요   
2009-02-19 17:07
sdwsds
진짜 너무 좋은 영화다   
2009-02-17 16:43
1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제작사 : Warner Bros., Paramount Picture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benjamin200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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