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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적군파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 바더 마인호프
ldk209 2010-11-27 오후 8:53:37 626   [0]
독일 적군파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 ★★★★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블록버스터 액션영화 같기도 하다. <바더 마인호프>는 다큐멘터리적 느낌을 주기 위해 당시 자료 화면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으며, 반대로 테러 장면이라든가 체포 장면의 연출에 있어서는 액션 영화적 기법을 활용해 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묘한 줄타기로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주의적이고 상당히 진지한 영화 그것도 150분이 되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힘들지 않게 영화를 관람하도록 배려한 것 같기도 하다.

 

<바더 마인호프>는 한 마디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걸쳐, 자국 정부를 상대로 도시 게릴라 전술 등 각종 테러 행위를 벌였던 독일 적군파의 탄생과 성장, 소멸의 과정을 세밀하게 담고 있는 극 사실주의적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간략히 여성 언론인이었던 마인호프(마티나 게덱)의 활약상(?)을 얘기하자면, 그녀는 백화점에 방화를 한 바더(모리츠 블라입트르)를 감옥에서 구해내면서 본격적인 무장투쟁의 길로 들어선 이후 은행강도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정부 요인을 암살한다. 그녀와 그녀의 동지들은 곧 체포되지만, 독일 적군파는 대사관 점거, 비행기 납치 등의 테러를 통해 독일 및 세계혁명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를 포함한 독일 적군파는 왜 그토록 무자비하고 무모했을까? 영화는 이에 대한 해답을 일단을 제시한다.

 

영화는 연대기순으로 진행되며 이는 독일 적군파의 연대기와 일치한다. Janis Joplin의 <Mercedes Benz>, Deep Purple의 <Child In Time>, Bob Dylan의 <Blowing In The Wind> 등 당시의 노래들이 화면을 장식하며 앞에서도 말했듯이 실제 자료 화면을 이용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이란 팔레비 국왕 방문 항의 시위 중 학생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학생운동 지도자 루디 두취케에 대한 우익 단체의 피습 사건 등으로 인해 점점 과격화되는 학생운동과 여성 언론인 마인호프의 가담, 그리고 요르단에서의 군사훈련 수행 및 미군부대, 경찰, 판사 등을 상대로 하는 연이은 테러공격과 검거에 이르기까지를 한 단락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독일 적군파의 핵심이었던 바인, 마더호프 등이 감옥에서 벌이는 단식 등 투쟁과 감옥 밖에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발생한 테러를 다룬 후반부를 역시 한 단락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부분은 단지 스토리 전개에 따른 부분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상이하며, 특히 적군파의 지위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하는 지점을 계기로 나눠진다고 할 수 있다. 무슨 얘기냐면, 잠깐 얘기한대로 독일 적군파의 태동은 경찰 및 우익단체에 의한 학생운동 탄압과 관련되어 있다. 권력의 부당한 탄압이나 과도한 탄압은 과격한 학생운동을 불러왔으며, 일정 부분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정당성을 얻는다. 영화는 이 부분을 매우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우호적 시선이 개입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검거된 이후 감옥에서의 투쟁 및 점점 과격화되어 가는 적군파의 테러를 다룬 후반부는 나열하듯 무심하게 다뤄지고 있다. 감옥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감정 대립 및 사상 투쟁이라든가 적군파 잔존 세력에 의해 벌어지는 스톡홀름의 독일 대사관 점거 사건, 연방 검찰총장 처형, 드레스덴 은행가 협회장 살해, 고용주 협회 회장 납치 및 살해, 루프트한자 여객기 납치 등의 테러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전반부의 우호적 시선 대신에 냉담하게 바라본다.

 

이러한 변화는 적군파의 고립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굿모닝, 나잇>에서 그리고 있듯이 전직 총리를 납치한 붉은 여단이 스스로의 신념에 갇혀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 채 점점 과격한 방향으로 치닫다가 끝내 전직 총리를 살해하는 과정은 독일 적군파가 대중과 멀어지고 고립되면서 점점 과격화되어 가는 방향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립의 원인은 무엇보다 스스로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도그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더는 절대로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며, 조금의 차이도 용납하지 않는 폐쇄성을 보여준다.

 

<바더 마인호프>는 적군파의 핵심 인물이었던 바더와 마인호프 등을 우호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니며, 이들의 행동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지도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에 대한 이해는 적군파 검거의 총책을 맡고 있는 연방경찰국장인 호르스트(브루노 간츠)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어쩌면 그의 말이 이 영화가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호르스트는 테러리즘의 발호는 기본적으로 “변화를 반대하는 정치권력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제3세계에 문제에 대한 이해” “중동문제, 베트남 전쟁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없이는 테러를 근절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호르스트의 지적은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지적으로도 차용할 수 있다. 도시빈민 문제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비정규직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제2, 제3의 용산사태, 현대자동차 파업투쟁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사회적 이해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력의 노력 없이 지금처럼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다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는 단지 과거가 아니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그건 여전히 현재의 문제다.

 

※ 독일 적군파는 명맥을 유지하다가 1998년 4월에 해체를 공식 선언한다. 묘한 건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스트의 정권이 수립되었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서 유독 폭력적인 적군파 운동이 발생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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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더 마인호프(2008, The Baader Meinhof Complex / Der Baader Meinhof Kom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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