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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물과 신파의 불균질한 결합... 카운트다운
ldk209 2011-10-04 오전 11:31:04 450   [1]

 

범죄물과 신파의 불균질한 결합... ★★★

 

철두철미한 채권추심원 태건호(정재영)는 자신의 빚을 갚던 날, 간암 판정을 받는다.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은 간 이식. 자신에게 이식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다보니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 ‘숨 쉬는 것 말고는 거짓말’인 사기꾼 차하연(전도연). 다행이도 그녀는 감옥에 있고, 며칠 후면 석방될 예정이다. 차하연으로부터 간 이식 수술 동의를 받은 태건호는 대신 그녀를 감옥에 들어가게 한 조명석(이경영)의 위치를 확인해 준다. 그러나 석방된 차하연을 기다리고 있는 건 태건호 만이 아니었다. 차하연으로부터 돈을 사기 당한 연변흑사파 두목 스와이(오만석) 역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차하연은 복수를 위해 조명석을 쫓고, 태건호와 스와이는 차하연을 쫓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 영화는 마치 <별주부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 영화 중간에 직접 이런 부분을 언급하는 대사도 등장할 정도다. 물론 영화에서의 거북이는 용왕이 아니라 스스로 간이 필요해 토끼를 찾아 나선 것이다. 어쨌거나 <카운트다운>을 보고자 마음먹었을 때 스토리보다는 정재영과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먼저 눈에 띄어 결정했던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2001년 <피도 눈물도 없이>에 같이 출연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조우한 작품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배우만을 보려고 한 것이라면 이 영화는 충분한 값어치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대게의 작품에서 약간 코믹한 이미지를 품고 있는 정재영은 <카운트다운>에선 일체의 웃음기 한 번 흘리지 않는 서늘하고 묵직한 역을 맡아 영화의 중심을 튼튼하게 지탱한다. 사기꾼과 팜므파탈 캐릭터의 전도연은 한 마디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저 미스 춘향 출신이에요) 전도연을 보는 것 자체로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전도연은 중심이 아니라 주변, 서브로 내내 느껴진다. 이건 그만큼 영화가 정재영을 축으로 하는 이야기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카운트다운>은 묘하게 불균질한 매력이 있다. 영화는 중후반부까지, 영화 전체의 약 2/3 지점까지는 하드보일드한 범죄물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상황이 관객이 지루할 틈도 주지 않고 휘몰아치고, 그것들을 돌파해내는 과정도 매끄러운 편이다. 여기에서의 연출과 편집은 <범죄의 재구성>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부산 롯데 백화점에서의 추격 장면 도중, 차하연의 계획이 짧은 플레시백으로 보여지는 장면 같은 것들.

 

그런데 전체적으로 진행은 스피디하고 연결은 매끄럽지만, 장면 자체로만 보면 어딘지 어설퍼 보이고 창의성도 떨어지는 편이다. 시골 시장골목을 헤치고 나가는 카체이싱 장면은 너무 소박해 알뜰하다고 느껴질 정도고, 백화점, 항구에서의 격투 장면이나 추격 장면도 평이한 편이다. 특히 항구에서 돈가방을 사이에 둔 조명석 패거리와 연변흑사파의 대결은 정재영, 전도연이 같이 출연했던 <피도 눈물도 없이>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의도적일지도) 게다가 이를 돌파하는 계략이 머리에서 짜낸 수 싸움이 아니라 대체로 태건호의 육체적 능력에 의존한다는 것도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지점이다.

 

물론 그러함에도 앞에서 말했듯이 중후반부까지는 범죄물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문제는 영화 후반부의 신파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지점에서다. 해리성 정신질환, 그러니깐 충격으로 아들이 죽은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태건호가 아들이 남긴 카세트테이프(그런데 2007년 당시에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다운증후군 환자들의 경우 그러할지도 모르므로 패스)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되찾아 가면서 영화는 태건호의 부성과 차하연의 모성이 강조되는 가족애(愛) 드라마로 성격을 180도 변화시킨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범죄와 신파의 결합을 긍정적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나로선 중후반부까지의 매력을 갉아 먹는다고 생각했다.

 

신파가 등장하는 건 좋다. 그런데 왜 좀 더 드라이해지지 못할까? 왜 이렇게 질질 끄는 것일까? 영화는 30분간 과도한 플래시백과 처연한 음악으로 눈물을 강제하려 하지만, 내 몸이 일차적으로 반응했던 건, 지루함이었다. 영화는 태건호의 입을 빌어 내내 아이러니함을 강조한다. 빚을 갚은 날 간암 판정을 받은 것도 아이러니이고, 간을 이식 받아 살기 위해 목숨 걸고(?) 온갖 사투를 벌였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태도를 바꾼 것도 아이러니이지만, 신나게 달려와 놓고는 마지막에 내딛기를 주저하고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하는 영화의 연출과 편집이야말로 나에겐 가장 큰 아이러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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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 영화사 봄 / 배급사 : 싸이더스FNH
공식홈페이지 : http://www.countdown20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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