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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흔들리는 초점, 어리석은 스릴러 극락도 살인사건
bloodapril 2007-06-16 오전 3:55:04 1640   [5]

<고립된 섬 극락도 : 갇힌 공간>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스릴러 영화에서 기본무대가 되는 장소, 즉 배경은 아주 중요하다. 그 영화의 배경은 살인사건과 맞물려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섬이라는 장소는 스릴러 영화로서는 아주 매력적이고 관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최적의 소재라 할 수 있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은 갇힌 공간으로서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관객들에게 공포감과 심리적 압박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극락도 살인사건>은 영화적 장치인 섬이라는 장소가 갖는 이점을 안고 시작하는 영화이다.

<3일간 사라진 17명의 주민들>
아시안 게임이 한창이던 1986년 목포 앞바다에서 토막난 시체의 머리통이 발견되고 그 시체가 극락도 주민이라는게 밝혀지게 되어 특별조사반 형사들이 섬으로 급파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섬으로 형사가 급파되기 전 불과 3일간 17명의 사람들이 사라진다. 단 3일, 사라진 17명의 주민들, 이 사라진 17명의 주민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고 이 섬에서 일어난 비밀이 무엇일까? <극락도 살인사건>은 시작부터 관객들의 흥미를 끈다. 스릴러로서 아주 필요한 긴장감과 물음표를 안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미스테리는 없고 공포만 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 강도가 서서히 약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초점은 17명의 섬 주민들이 사라지게 된 사건과 그 이유에 있다. 이 미스테리한 사건에 대해 관객들의 추리를 유도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지까지의 과정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해야 하는 것이 영화의 본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극락도 살인사건>은 이런 미스테리를 십분 활용하지를 못했다. 사라진 주민들에 대한 의문점이나 섬의 비밀은 뒤로 한 채 공포감을 안기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물론 공포감도 필요한 요소였겠지만 지나쳤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지나친 공포감으로 인하여 영화의 주된 목적인 섬의 비밀과 의문의 사건에 대한 몰입도를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점점 미궁속으로 빠지며 미스테리적인 요소가 더욱 더 심화되어야 할 시점에서 매번 나오는 공포는 오히려 관객들에게 미스테리에 대한 궁금증을 무디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은 것이다.

<임팩트가 없는 피비린내>
<극락도 살인사건>류의 영화에서 피비린내는 반드시 필요하다. 범인에 대한 긴장감과 심리적인 압박감을 심화시킬 수 있고 영화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다. 처음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만 피냄새가 날 뿐 영화가 진행될 수록 피비린내는 부족하고 곳곳에 퍼뜨려놓은 플롯을 수습하기에만 급급하다.

<예상되는 범인, 흔들리는 초점>
공포감으로 인하여 영화를 달리다 보면 범인은 쉽게 윤곽이 잡힌다. 예상되는 범인, 그것 또한 이 영화의 맹점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 영화에서 초점은 범인은 누구인가? 그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할 수 있다.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는 범인의 정체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릴러이고 영화는 아니지만 드라마 <마왕>같은 경우는 범인을 미리 드러내놓고 그 이유와 과정을 쫓는 스릴러이다.
물론 두 가지를 다 잡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처럼 영리한 스릴러도 있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두 가지 모두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다. 범인은 누구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초점을 균형있게 맞췄다면 아주 영리한 스릴러가 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를 못했다. 범인을 너무 쉽게 드러내놓았고 극적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그냥 죽어나갔다. 그 이유에 대한 것도 스크린을 가득 채운 장면으로 관객들 스스로 인지하게 하지 못하고 잡스런 해설로 대체해버렸다.
처음 카메라 렌즈의 초점은 커다란 A라는 사물을 향해 패기있게 선명하게 향하고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A 옆에 B라는 사물로 지나치게 관심을 돌렸다가 다시 A라는 사물을 향했으나 있는 그대로 향하지 못하고 두 개의 작은 A로 심하게 흔들려 버린 것이다.

<반전 요소에 불필요한 잡스런 해설>
앞에서도 말했듯이 결말 부분에 이르러 불필요한 잡스런 해설도 이 영화의 문제점이다. 영리한 스릴러는 굳이 불필요한 해설이 없이도 장면만으로도 관객들에게 반전이라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긴장감을 내내 유지해 오다가 결말 부분에 이르러 최고조로 터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극락도 살인사건>은 최고조로 터뜨려야 할 결말 시점에서 잡스런 해설로 궁금증까지 분산시켜 버리는 악효과를 발생시킨다. "헉!" "아~" 라는 반응이 아닌 "음" " 그랬구나" 라는 뜨뜨미지근한 반응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기대만큼 큰 아쉬움>
이 영화도 봉준호 감독의 <괴물>처럼 감독 본인이 직접 겪은 일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고 한다. 고향에 내려갔다가 12명의 섬주민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영화의 시나리오를 짰다고 하니 감독으로서는 "심봤다"를 외치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소재였을 것이다. 영화의 전체 틀만 놓고 아주 영리한 스릴러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매끄럽지 못한 연출과 전체의 틀을 받치는 구성요소가 부족하여 걸작이 될 수 있는 영화가 평작이 되버린 아쉬움이 크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을까?

<빛나는 배우들의 호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주연을 맡은 박해일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다. 특히 주연을 맡은 제우성(박해일)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배우라는 평가답게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을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제우성(박해일)과 이장(최주봉) 그리고 주민들 사이에서 아주 중요할 역할을 하는 한춘배역을 맡은 성지루의 호연은 흙속의 진주라 할만큼 빛이 난다. 그와 더불어 주민들 역할을 한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극중에서 아주 자연스러우며 각자의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여 빛나는 호연을 보여주었다.

 
 
<극락도 살인사건>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아주 큰 틀에서 잘 지어놓은 설정에도 불구하고 큰 틀을 받치는 작은 틀이 곳곳에 부족해서 걸작이 될 수 있는 영화가 평작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범인이 누구인가? 이유가 무엇인가? 에 대한 두 가지 초점이 균형되지 못하고 지나치게 집어넣은 공포와 불필요한 해설이 영화의 몰입도를 분산시키고 역효과를 낳은 셈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필요한 것들을 잘 활용했으면 영리한 스릴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를 못해서 이 영리한 스릴러는 어리석은 스릴러로 남고 말았다. 마치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지 못하고 필요한 것을 인식하지 못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어리석은 극락도 주민들처럼...
 

(총 0명 참여)
ysj715
한국영화란 점을 감안하면 재밌었음^^   
2007-06-16 08:25
1


극락도 살인사건(2007)
제작사 : 두 엔터테인먼트 / 배급사 : MK 픽처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mkpictures.co.kr/paradise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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