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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비평문 오페라의 유령
dlellove 2006-09-11 오전 5:31:03 1313   [4]

오페라의 유령

 

얼굴을 반만 가린 하얀 가면, 빨간 장미 한 송이. 아무리 뮤지컬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이 두 가지를 들으면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 있다. 지금까지 이 뮤지컬을 감상한 사람이 전 세계에 8천만명 이상, 뮤지컬 음반을 구입한 사람은 4천만명 이상이라고 하며, 입장 수입이 3조원 이상이라고 하는, 가히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찬사가 어색하지 않은 그 주인공,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다.

 

그 [오페라의 유령]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다른 사람이 아닌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하니 더욱 기대를 모은다.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수많은 히트 뮤지컬을 만들어낸 주인공인 로이드 웨버가 직접 영화에 관여했다고 하니,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진 팬텀의 "마력"에 기대를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국내에 가장 먼저 개봉되는(미국 개봉보다 2주가량 빠르다고 한다) 혜택까지 덤으로 얹어있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한 마디로 뮤지컬을 영상으로 담아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시카고] 등의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문자 그대로 뮤지컬(정확히 말하면 뮤지컬의 내용이 되는 오페라)이 영상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대부분의 대사는 노래 형식으로 읊어지고, 시종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과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 반대로 영화적인 문법의 영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고, 대사보다 노래의 분량이 더 많은 것부터가 이미 영화적 문법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 마디로,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의 세트를 영화의 세트로 대체하고, 한정된 무대에서의 연기를 보다 확장된 공간에서 펼친다는 차이점만 있을 뿐, 뮤지컬을 영화로 리바이벌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난 작품인 만큼, 뮤지컬을 영화가 아닌 뮤지컬의 문법으로 리바이벌했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다만 굳이 한 가지 문제를 꼽는다면, 일반적인 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다는 점은 언급할 수 있겠다. 로이드 웨버는 16년 동안이나 미뤄두었던 영화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데 있어 [물랑루즈]나 [시카고] 등 뮤지컬 영화의 성공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정작 [오페라의 유령]은 [시카고] 등의 뮤지컬 영화와는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따라서 [시카고]처럼 "영화 속에 춤과 노래가 삽입된" 형식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다소 생소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화려한 세트가 눈을 자극하고, 화려한 음악이 귀를 자극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오페라의 유령]이 갖는 매력은 충분하고도 남음이다.

 

그런데 [오페라의 유령]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기대 반 우려 반'을 가지게 하는 것이 있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는 사라 브라이트만을 대신해 누가 크리스틴을 연기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누가 연출을 할 것인가보다 더 궁금증을 갖게 할 정도로 그만큼 크리스틴의 존재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절대적인 것. 로이드 웨버는 영화를 위해 직접 오디션을 치렀고, [미스틱 리버]와 [투모로우]를 통해 얼굴을 갓 알린 17세의 신예 에미 로섬을 영광의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보컬을 전문적으로 수학한 경력에 걸맞게 에미 로섬은 안정된 노래 솜씨를 선보이지만, 불행하게도 비교의 대상이 "신이 내린 목소리"다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그저 브라이트만과 이혼한 로이드 웨버를 탓할 따름이다).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의 어쩔 수 없는 차이는, 대표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의 사라 브라이트만 버전과 에미 로섬 버전을 차례로 들어본다면, 아마 그 차이에 대해 수긍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에미 로섬 외에 극을 이끌어가는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인 팬텀과 라울 역할은 각각 제라드 버틀러와 패트릭 윌슨이 맡았다. 제라드 버틀러가 작년에 [툼레이더 2]로 얼굴을 비추었다고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신예 연기자이고, 에미 로섬과 그 외 출연진 모두 얼굴이 덜 알려진 배우들이다. 하지만 로이드 웨버가 노래 실력을 중점으로 공들여 배역을 선정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모두 뛰어난 노래 실력을 뽐내었고, 이들이 부르는 새롭게 편곡된 명곡들의 퍼레이드는 [오페라의 유령]이 최대 매력이다. 단, 아쉬움을 든다면, 촬영은 거의 립싱크로 한 것 같은데, 대한민국 붕어 가수가 아니어서 그런지 립싱크 시 표정 처리 등이 부자연스러운 면이 언뜻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노래하는 시간이 가장 긴 에미 로섬이 가장 심한데,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러한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의 유령]은 호사스러운 고급 음식과도 같은 풍족함을 안겨준다. 뮤지컬을 미처 관람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뮤지컬을 이미 관람한 이들에게는 다른 볼거리의 뮤지컬을 보여주는 것이니, 이래저래 영리한 기획임도 분명하다. 혹 다음 영화화의 기회가 있다면, 그 때에는 문자 그대로 영화로서의 [오페라의 유령]을 만나보고 싶은 소망은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소망이 있다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꼭 보고 싶다는 것. 이 쯤 되면, 로이드 웨버의 영리한 기획은 성공 아닌가?

 

ps. 가면을 벗은 팬텀의 얼굴 반쪽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 그런데 팬텀이 가면을 썼을 때 가면 사이로 보이는 눈은 지극히 멀쩡해 보이는데, 가면을 벗었을 때에는 눈까지도 흉한 모습이다. 이러한 세심한 부분을 보다 신경 썼더라면 좀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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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2004, The Phantom of the Opera)
제작사 : Warner Bros. / 배급사 : (주)팝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그린나래미디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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