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무언가를 남긴다.
그리고 이는 다시 영화를 보았던 이들과의 소통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이야기가 창출되기도 한다.
거기서 비롯된 것이 바로 평론가의 등장일 것이며, 영화는 그렇게 평론가들의 필요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연 영화평론가들의 글이 다수의 관객들에게 쉽게 읽히고 있을까?"
씨네 21을 비롯한 각종 잡지들과, 전문 영화 사이트들에 올라온 전문가들의 글은 말 그대로 '전문'적이다.
줄거리를 늘어놓은 리뷰야 당연히 평상적인 글에 불과할 뿐이며, 그냥 평범하다고 여겨질 뿐이다.
반대로 비평과 평론의 글들은 매우 세세하게, 치밀하게 짜여진, 잘 써진 글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평론은 영화 내적인 것들을 보다 외부적인 것을 이용해서 읽어낸다.
그것은 단순히 줄거리에 얽매이는 것도 아니며, 영화 외적인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너무도 치밀하게 잘 짜여진 내면의 이야기들이 '기호학'을 비롯한 다양한 도구들에 의해서 분해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
첫째는, '모른다'는 것에 있다.
영화평론을 함에 있어서 그들은 우선 다른 여타의 작품들과 다양한 지식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것을 늘어놓으며 비교하고 이야기를 펼치니, 그것을 모르는 이들은 어려울 수밖에!!
또한 그것을 아는 이들은 몇명 안된다. 제 아무리 많이 알아도 한계는 있는 법이니..
결국 그 영화평을 읽기 위해서 다른 지식들을 다시 찾아봐야만 할 지경이니, 차라리 안 읽고 말지!!
둘째는, '난해함'에 있다.
그러나 난해함은 결코 난해하지 않은 것들을 난해하게 만드는 것에 존재한다.
즉, 어렵지 않은 것임에도 그들은 그것을 어려운 말로 이어간다. 그래야만 뭔가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판타지 ; 자본주의와 국가의 관계'로 풀어내는 '괴물'의 비평이나,
'현실과 재현의 예술 ; 모방의 모방을 통해 드러나는 감정과 진실'로 이어가는 '왕의남자' 비평이나,
모두가 난해함 그 자체에서 난해하지 않으려는 노력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비평인지..
셋째는, '새로움의 시도'에 있다.
영화비평은 영화라는 틀에서 비롯되는 줄기여야만 함에도, 그것은 스스로 탈피를 꿈꾼다.
마치 소설과 영화, 만화, 음악, 미술의 장르가 각기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비평(평론) 역시도 그것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영화를 비평한다는 것이, 그 영화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이야기의 창출을 만들어내며, 평론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업그레이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직접 평론을 읽어보라! 그러면 뭔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도대체가 그 영화에 대한 비평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인지..'
(그러나, 나 개인은 평론을 하나의 장르로 보기도 한다. 문제는 그 출발에 있다. 먼저 해야할 일에!!)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도, 결국에는 하나의 부질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를 공부했던 이들이라면, 적어도 학교에서 영화 수업 하나정도 들어본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영화평은 결코 줄거리를 요약해서도 안되며,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가서도 안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금기가 결국엔 평론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차라리 그 영화에서 발견한 좋은 점과 나쁜 점. 혹은 특이한 점들을 나열하게끔 만드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을!
또한 중요한 것은 보는 시각의 차이에 있다.
평론가들의 글은 매우 '주관적'이다.
이는 누구의 글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며, 같은 작품임에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 당연함에 너무도 자유로운 나머지 독자, 관객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 덕에 가끔은 안드로메다에 갔다오는 경향도 있는데, 참내...
내 결론은 이러하다.
영화평은 우선 영화를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줄거리를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독자를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 자신만이 아는 얘기 열심히 떠들어봤자, 관심도 안생긴다.
그러니 멀어질 수밖에..
그리고 쉬워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용은 어렵더라도 쉽게 쓰여진다면, 충분히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입장을 명백히 밝혀야만 한다.
대개 평론가들이 좋은 영화 추천하면, 그 영화! 재미없다고들 한다.
반대로 추천을 하는지 안하는지 평론을 읽어봐야 아는데, 읽어보면 굉장히 중도적인 경향이 많다.
혹은 아예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영화를 추천하면, 그 이유 정확히 들어서 왜 좋은지 설명을 해야만 한다.
책임감!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것도 평론가들의 몫이 아니던가!!
하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난 '왕의 남자'를 재미있게 봤었다. 그러나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장생이가 눈을 다친 것과 공길이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왜 공길이는 자신의 눈을 찌르지 않았던 것일까? 기회가 있었는데, 손만 찌르고..
만일 눈을 찔렀다면, 그들이 했던 장님놀이가 복선으로 작용하고 좋았을텐데..
둘 다 장님으로 줄타기를 했다면, 장생이는 공길이의 눈이 어떤지 상황도 모르고!! 재밌었을텐데..
그럴거면 뭣하러 그 장면을 2번이나 넣었던 것인지.. (이상한가?? ^^)
옛날에 누군가 김기덕의 '파란대문'을 평론한 적이 있었다.
난 그 글을 읽다가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었다. 직접 영화를 봤음에도 몰랐던 사실을..
영화에 눈이 내리는 장면이 있었다. 헌데, 그들은 모두 반팔을 입고 있었다.
결국, 여름에 눈이 내렸던 것이다.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이 장면이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장면이었던지!!
이를 알려준 평론가, 정말 고마웠다.
평론가들이여..
어렵게 이야기 늘어놓을 바에야, 차라리 이런 사실 하나를 알려주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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