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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어선 기자들의 안티질
 
기자들이 뿔이 났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6월 9일 용산 CGV에서 가졌던 팬 대상 레드카펫 행사와 다음날 오전 기자 회견장에 마이클 베이 감독과 두 주연배우인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가 이틀 연속 지각을 한 것이 이유다. 10일 오전에 있었던 기자 회견에서는 지각에 불만을 표한 기자들이 취재 거부 보이콧을 하며 행사장을 떠났다.
 
당근 몰상식한 감독과 배우, 주최 측에 대한 까대기식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예의 없음에 대한 당연한 조치다. 헌데 지나치다 못해 저질스럽다. 기사들은 점점 바람잡이 역할을 하면서 삽시간에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안보기 운동으로까지 몰아갔다. 평소에 기자들이 쓰는 연예 기사에 대해서 씨발, 개발하던 일부 네티즌들은 뜬금없이 분개를 하며 키보드 워리어로 변신했다. 영화 안보기 서명 운동에, 포털 사이트 영화 섹션에선 보지도 않은 영화에 최악의 점수를 던졌다. 영화 평점을 누군가는 참고할 수도 있다는 건 관심 없다. 왜? 그냥 놀이니까.
 
놀이가 시작되면 기사는 점점 분위기를 띄워가고 동참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아진다. 왜 이런 쓸데없는 기사에 낚이는지를 모르겠다. 레드카펫 행사가 있었던 6월 9일 비를 맞으며 기다린 팬들이 열을 내고 분노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화가 나서 영화를 안보겠다고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도 그날 레드 카펫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들을 기다렸다. 원래 일정보다 1시간을 훌쩍 넘긴 뒤에야 마이클 베이와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를 볼 수 있었다. 비를 맞고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빗속에 방치된 채 행사를 기다리던 이들을 지켜보면서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행사 취소를 하던 실내로 옮기던 재빠른 조취가 취해졌어야 했다.
 
기자들은 직업인의 자격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기자가 할 일은 독자가 원하는 것을 취재하고 그것을 기사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 의무다. 9일 행사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문제 제기는 당연하다. 하지만 10일 오전에 있었던 기자 회견에 지각을 했다며 취재 거부를 한 것은 팬들과는 상관이 없다. 취재를 위한 기다림은 기자들에겐 익숙한 일이다. 헌데 발끈해서는 ‘기자를 무시했다’가 아닌 ‘한국을 무시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써 포털 메인을 장식한다. 무슨 놈의 기자가 앉아서 날로 받아먹는 기사만 쓰겠다는 건지. 취재를 못해서 분한 게 아니라, 기다리게 만들었다며 화를 내는 기자들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되는 걸까?

 
한국영화 기자 시사회를 가보면 감독, 배우들이 제 시간에 무대 인사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늘 의문스러운 일이다. 외국에서 날아오는 것도 아니고 서울 안에 있으면서 매번 늦는 이유가 뭔지를. 지난 6월 15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있었던 <킹콩을 들다> 시사회만 하더라도 감독, 배우가 무대에 오른 시간은 예정시간을 넘겨서다. 하지만 누구도 “우릴 무시하냐!”며 항의하지 않는다. 기다림에 익숙한 탓이다. 하지만 마이클 베이와 샤이야 라보프, 메간 폭스가 지각을 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을 무시한다. 돈은 다 벌면서... 국민감정..." 식으로 덤벼든다.
 
이들이 토해내는 기사들은 선동적이다. 그게 먹혀들면 재빠르게 후속 기사를 쓴다. 낚시질에 걸린 네티즌들은 의도했던 그대로 욕을 퍼붓고, 그 가운데 일부는 집단행동에 들어간다. 기자들은 큰일이나 난 것처럼 액션을 취한 소수의 네티즌들을 언급하면서 더 자극적인 기사들을 토해낸다. 감히 기자인 자신들을 기다리게 한 행위에 대한 보복이나 하듯이 말이다.   개별 인터뷰 신청을 해서 안 해주면 욕을 하고, 광고라도 달면 개처럼 질질 끌려 다니면서 지각 두 번에 ‘보이콧’을 행사하는 기자들. 그들이 과연 보이콧의 의미가 뭔지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공식 행사 지각은 이유를 막론하고 분명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것은 마땅히 지적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곤란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질 사건은 수두룩하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모른척하면서 왜들 난리들인가. <트랜스포머>를 보지 말자고? 그럼 안 보면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