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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영화의 진수! 오감도
monica1383 2009-07-05 오후 2:35:39 1021641   [0]
막장 무개념 에로 영화!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가끔씩 한국영화에는 이른바 ‘무개념 영화’가 등장하곤 한다. 도대체 기획의도가 무엇인지, 과연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돈을 댔는지 알 수 없는 영화 말이다. <오감도>라는 영화를 보고서 예의 그 무개념이란 말을 떠올렸다. 다섯 명의 감독들이 모여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었다. 제목처럼 뭔가 감각적이고 에로스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단편영화들을 만들겠다고 모인 것 같다. 뭐 다 좋다. 의도가 어떠하든 간에, 뭔가 볼만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 나온다면.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섯 편 모두 하나같이 그 다섯 감독들의 ‘졸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도 매우 드물지 않나 싶다. 다섯 편중에서 그래도 하나 정도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불행이라면 불행이다.
 
첫 번째 영화는 변혁의 <his concern>이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겉멋이 잔뜩 들어간 영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변혁은 프랑스 국립영화학교인 페미스(FEMIS)를 다닌 사람이다. 이 학교는 아무나 다닐 수 있는 데가 아니다. 프랑스인들도 많이들 가고 싶어 하지만,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닌 것이다. 아르노 데스플레셍 같은 페미스 출신 감독들은 지금 프랑스 영화계의 중심에 있다. 그런데 그 ‘좋은’ 학교를 다니고서도 영화를 이렇게 못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은 좋은 학교만 다닌다고 그 학생이 꼭 훌륭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진실의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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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민수(장혁)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는 출장으로 부산에 가는 도중 KTX 열차 안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그가 내뱉은 내레이션은 너무 길어서 소설의 문장들을 듣는 것 같다. 장혁은 그렇게 긴 내레이션을 하기에는 발음도 그다지 좋지 않다. 쉽게 말해 이 영화는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난 한 여자를 꼬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남자와 여자는 첫 데이트 후 섹스를 한다. 뭐 그것도 가능한 일이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섹스야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문제는 영화가 너무 영화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연애를 시작한 남녀에게 많은 생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변혁은 그것을 카메라로 보여주기보다는 그냥 대사로 설명해버린다. 그럼 뭐 하러 영화를 찍는가? 그러느니 차라리 소설을 써보려는 노력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두 번째 영화는 <나, 여기 있어요>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감독은 허진호이다. 이 단편은 영화의 전체 제목 <오감도>와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별로 감각적인 인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현우(김강우)와 안혜림(차수연)은 신혼부부인 것처럼 보인다. 아내는 불치병에 걸린 것 같고 곧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한다. 이 부부는 서로 매우 사랑한다. 그런데 의사의 지시로 부부관계를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이다. 그 애절함은 이 영화가 주장하고 있는 독창적인 에로스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어 보인다. 솔직히 이 허진호의 단편은 눈에 띄는 장점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전의 허진호 연출 스타일과도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과연 이 단편이 허진호의 영화라는 것도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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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33번째 남자>이다. 감독은 유영식이다. 이 사람은 2000년에 <아나키스트>를 찍고 어디서 무얼 했는지 알 수 없다가 이번에 이 단편을 찍었다. 이 단편은 영화를 찍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봉찬운(김수로) 감독은 박화란(배종옥)과 김미진(김민선)이라는 여배우들과 에로틱한 호러 영화를 찍는 중이다. 김민선은 연기를 못하는 신인배우로 나온다. 그녀는 연기를 못하다가 배종옥의 코치를 받고 연기를 잘하게 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연기를 못하는 배우를 연기할 때는 오히려 그 연기가 리얼한데, 연기를 잘 하게 되고 난 후의 연기는 뭔가 이상하다. 연기를 못하는 척 해야 하는 연기가 연기로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불행인가, 다행인가?
 
김민선과 함께 연기를 하는 배종옥의 연기도 뭔가 좀 석연치 않다. 연기를 못하는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했기 때문인가? 배종옥은 뱀파이어다. 그녀는 김민선을 뱀파이어 파트너로 만든다. 이 설정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토니 스코트의 <악마의 키스>(Hunger)가 떠오르지 않는가? 신인여배우는 노골적으로 감독을 유혹하려 한다. 지금 한국의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단어를 사용하자면 ‘성접대’를 하려는 것이다. 이것도 장자연 사건을 은유적으로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이 단편은 결국 어설픈 호러 코미디에 머물고 만다. 배종옥, 김수로, 김민선 등이 만들어내는 그 언밸런스한 연기를 보면 슬퍼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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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는 민규동의 <끝과 시작>이라는 단편이다. 사실 이 영화에 참여한 다섯 감독들 중에서 민규동만은 뭔가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역시 다른 감독들처럼 이상해지고 말았다. 이 영화는 민재인(황정민)과 강나루(김효진)의 카섹스로 시작한다. 민재인의 아내는 이정하(엄정화)이다. 그런데 카섹스를 하던 차가 움직이게 되고 그만 사고가 난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민재인은 그 사고로 죽는다. 그러자 강나루는 이정하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서 하녀 노릇을 한다. 죄의식 때문인가 보다.

영화는 그 두 여성 사이가 레즈비언 관계가 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디 알렌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 대한 오마주인가? 영화는 뭔가 이상한 이미지들로 가득차고, 나중에 죽은 남편도 나타난다. 허진호의 단편에도 죽은 아내가 나타난다. 유령이 살아 있는 사람처럼 등장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인가 보다. 이 단편 역시 배우들이 아깝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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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장 가관인 영화가 남았다. 마지막 단편인 <순간을 믿어요>이다. <작업의 정석>과 <두사람이다>를 만든 오기환은 여기서 말 그대로 ‘막장’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단편에는 고등학생 여섯 명이 등장한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이들은 사귀는 사이다. 그러니까 고등학생 세 커플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신수정(신세경)이라는 여고생은 남자친구와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그 여고생은 서상민(정의철)이란 남학생과 바닷가로 여행을 간다. 거기서 모텔에 들어가 섹스를 한다. 즉, 이 세 커플은 체인징 파트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고등학생들의 체인징 파트너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이게 독창적인 에로스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말인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고 와서 신수정이라는 여고생은 원래 남자친구에게 ‘고맙다’라고 한다. 도대체 뭐가 고마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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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은(이시영)이라는 여고생은 한지운(김동욱)이라는 남학생과 데이트를 한다. 물론 이들도 각각 다른 이성 친구가 있다. 정세은이라는 여고생은 미술선생과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인 것 같다. 이게 지금 고등학생들의 현실인가? 그럴 수도 있으리라. 보도자료를 보면, 감독은 “각 커플이 순수하게 보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을 믿고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내 작품 속 캐릭터들이기도 하고 현재 고등학생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나는 그저 말없이 그 커플들의 뒷모습을 쫓아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연출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현실’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 체인징 파트너를 하고, 다른 친구의 애인과 섹스를 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감독이 우기는 대로 그 현실은 별로 도발적이지 못하다. 그냥 갈 데까지 갔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 오기환의 단편은 전혀 에로스적이지도 못하다.
 
과연 한국영화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참 암담하기 이를 데 없다.

(2009년 7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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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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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림무비 편집위원
(총 3명 참여)
wizardzeen
관객들 우롱하는 처사     
2010-09-16 10:02
hoya2167
관객들 우롱하는 처사     
2010-04-25 00:06
nampark0209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였군요     
2010-04-15 09:46
l303704
잘읽었습니다     
2010-03-18 10:22
goory123
잘읽었습니다..     
2010-03-18 08:55
kwakjunim
ㅎㅎㅎㅎㅎ     
2010-01-30 19:05
mal501
저만 그렇게^^     
2010-01-25 14:23
wizardzean
재밌어 보이던데     
2010-01-06 13:12
sarang258
잘읽었습니다     
2009-12-26 19:31
peacheej
흠...     
2009-12-01 10: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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