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방법이 극장에 가는 것 외엔 없던 시절이었다면, 영화를 판다는 것은 당연히 극장 상영권을 넘기는 걸 의미했겠죠. 하지만 TV에서 영화를 틀기 시작하고, 비디오와 DVD가 등장하며, 영화를 볼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판권의 개념도 함께 다양해졌습니다. 여기서 종종 접하셨을 'All Right Reserved'라는 것은, 해당 국가 내에서 그 영화에 대한 모든 권리를 파는 것이죠. 당연히 그 영화에 대한 판권 중 가장 비싼 것이고요. 하지만 모든 영화가 이런 방식으로 판매되는 건 아닙니다.
한국영화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07년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디 워](2007)는 11개국에, 김기덕 감독의 [숨](2007)은 14개국에 'All Right Reserved'로 팔렸습니다. 칸영화제 여자배우상 수상작인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은 7개국엔 'All Right Reserved'로, 에스토니아엔 TV와 비디오 판권만 팔렸고요. 그리고 'Emphasis'라는 회사는 [밀양]의 전세계 비행기내 상영권을 사갔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비디오 판권만 사가기도 하고, DVD 판권만 사가기도 하고, 비디오와 TV 판권을 묶어서 사가기도 합니다. '비디오그램'(videogram) 판권이라는 표현도 사용되는데, 이것은 DVD와 비디오 판권을 합친 개념입니다.
[가족의 탄생](2006)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극장 상영권을 제외한 모든 판권'을 팔기도 했습니다. [거룩한 계보](2006)는 일본에 'Pay TV' 판권을 팔았고요. 위성 TV와 VOD 서비스만을 위해 판매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영화는 교민 사회만을 대상으로 판매되기도 하는데요, [마이 파더](2007)가 그런 경우입니다. 미국에 있는 동성프로덕션이라는 곳에서, 교포 사회용으로 'All Right Reserved'로 구입했습니다.
조금 희귀한 경우를 소개하자면, 인터넷 상영용이나 IPTV용으로 판매되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은 영화제 같은 곳에서 아카이브 개념으로 구입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판매 방식은, 수입업자들이 각 나라의 영화 문화와 시스템에 맞추어 가장 '효율적인' 판권을 구입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들이죠. 한국도 한때 비디오 대여점이 몇만 개였던 시절엔, 바이어들이 외국 마켓에 가서 비디오용 장르영화들을 싸게 사서 톡톡히 재미 보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러더군요. 요즘처럼 소프트웨어 시장이 고사 직전인 상황에선, 비디오나 DVD 판권에 그다지 구미가 당기진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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