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람료가 1000원 오른 지 두 달이 됐다. 인상 발표 직후, 일부 네티즌은 불경기에 관람료마저 오르면 비교적 저렴한 오락거리인 영화 관람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심지어는 “오르는 즉시 불법 다운로드 받아 보겠다”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인상된 관람료를 문제 삼거나 탓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당초 멀티플렉스는 극장 수입 감소와 시설보수 및 확장에 따른 비용 증가, 물가상승률을 이유로 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1년 이후 8년 동안 물가는 21.4%가 올랐는데, 관람료만 제자리걸음이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당시 한 극장 관계자는 “관람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라며 “소비자물가지수는 매년 오르는데 왜 유독 관람료 인상에만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물가상승만은 아니다. 극장 측은 관람료를 올리지 않는 대신 1만원에 달하는 팝콘-콜라 세트 메뉴나 영화관 곳곳의 현란한 광고물, 영화 상영전 광고 등으로 영화계 전체의 불황에도 ‘나홀로 흑자’를 기록해 왔다. 영화는 싸게 보여주는 대신 팝콘을 팔거나 광고를 보여줘서 수익을 얻은 셈이다.
이에 대해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고정비, 투자비 등의 증가로 영화를 상영해 나오는 상영매출만으로 극장의 PP(수익분기점)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광고나 매점영업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의 관람료 현실화로 어느 정도 손실을 메웠지만 이는 다시 극장의 서비스 질을 좋게 하기 위해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근 영화전문사이트에는 관람료는 올랐는데 서비스는 나아진 것이 없다는 불평이 많다. 아이디 ‘bhun’는 “가격이 오른 것도 맘에 안 드는데 어찌나 광고를 많이 틀어대는지…. 광고를 그렇게 많이 틀 것이라면 가격을 내리던지” 아이디 ‘novio21’는 “15분간 광고를 보니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돈 독이 오른 극장 측이 얄밉다”고 말했다. 아이디 ‘mvgirl’는 “관람료 인상 이전보다 상영 전 광고가 더 많이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매점 팝콘값이나 지나치게 긴 상영 전 광고를 불만사항 가운데 1순위로 꼽았다.
이에 대해 한 극장 관계자는 “영화 상영시간 이후에 방영되는 광고는 거의가 예고편이나 극장대피 안내이며 상영시간 전의 광고도 4~5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매점의 경우도 운영비, 임대료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많은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비스트 서대원 편집장은 “관람료 인상에 대한 관객들의 저항이 약해진 것은 영화도 설탕이나 밀가루처럼 보편적인 생필품 물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극장은 관람료 인상 수익만큼을 극장 서비스 개선 등에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 극장, 부율문제에는 눈감아 -
관람료 인상 덕분에 극장은 더 많은 수익을 올렸지만 제작사는 여전히 허덕댄다. <해운대> <국가대표> 등 몇몇 영화는 양지를 봤지만 상대적으로 소리없이 사라진 한국영화도 많다. 이 때문에 제작자들은 관람료 현실화 외에도 부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율이란 관람료를 제작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 비율이다. 통상적으로 한국영화는 5대5, 외화는 4대6을 가져간다.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외화처럼 극장 4, 제작 또는 배급이 6을 가져가길 원한다. 이 부율제도는 1990년대 초 한국영화 점유율이 15%를 형성하고 있을 때 불평등하게 도입됐다. 그러나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어 할리우드 영화를 앞서고 스크린 당 좌석 점유율도 평균 7~10% 정도 높아 극장 측에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낮은 수익률을 분배받고 있다.
극장이 부율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극장 측은 “지금은 시기적으로 부율 문제를 꺼낼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전보다 더 많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제작자협회 이승태 사무처장은 “관람료 현실화와 부율은 오랫동안 제작자들이 주장해온 화두였다”며 “불공정한 부분을 시정할 수 있도록 극장 측과 계속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영화 제작자는 “극장 쪽이 이번 기회에 부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관람료 인상분이 제작사에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가 나와야 관객들이 극장으로 올 것인데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율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를 읽으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생각을 안하고 가격만 올리는 극장가를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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