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감독들이 직접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비경쟁 독립영화제 인디포럼이
오는 12일 오후 6시 서울 명동 비어플러스에서 일일호프를 연린다고 합니다.
특이한 사실은 이번 인디포럼의 제목은 '인디포럼 채무변제파티'
대체 영화 감독들이 무슨 빚을 얼마나 졌기에 이렇게 일일호프까지 여는 걸까요?
<인디포럼 채무변제파티 포스터>
인디포럼은 젊은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를 관객에게 직접
선보이겠다는 취지에서 1996년 만든 영화제입니다.
올해 14회째로 국내 독립영화제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며
독립영화의 산실로 자리 잡았고 '고갈'의 김곡,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등
독립영화계의 스타 감독들도 속해 있습니다. 올해는 지난 5월 말 '주먹 쥐고 일어서'라는
슬로건 하에 극, 실험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아울러 총 65편의 작품을 상영했고
영화제 운영비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영화단체사업비(1500만원 상당)로 충당해왔습니다.
하지만 영진위가 지난 7월16일 발표한 '2009년 영화단체사업지원 대상'에
인디포럼을 제외하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2000년부터
해마다 타오던 지원금이 갑자기 끊기게 되었습니다.
영진위가 지원을 철회한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영진위의
색깔논쟁(진보성향 적대, 보수성향 확대)이 당연 큰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인권영화제, 국제노동영화제, 스크린쿼터연대 등 지난해 '촛불 집회'에 적극
참여했던 단체들이 대부분 지원대상에서 탈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디포럼도 같은 케이스에 걸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죠.
영화제를 치르며 이미 돈은 다 써버리고 빚만 남은 인디포럼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가 바로 이 '채무변제 일일호프'로써 인디포럼 관계자는
"파티를 통해 인디포럼을 비롯한 다른 군소 영화제들이 그간 정부 보조금에 길들어
자생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진위는 지난 2008년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고 기관장평가에서도
50점 미만의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서 결국 강한섭 위원장이 사퇴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한 정치색을 띠는 조희문교수를
위원장으로 앉힌 것입니다.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은 대표적인 뉴라이트 출신으로써 영화등급위원 시절
“예술이라는 말에 규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면서 지극히 보수적인 원칙을 내새웠고
‘영화 운동’이나 ‘문화 혁명’ 등의 단어로 영화와 영화인 전체에 이념적 갈등을 초래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MOVIST 스페셜에서 9월 10일자기사인
"영화진흥위원회 구원등판 조희문, 소방수인가 방화범인가?"
이 기사만 읽어도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의 색깔을 확실이 알 수 있죠.
<무비스트 9월 10일자 기사 http://www.movist.com/article/read.asp?type=24&type2=2&id=16794>
영화는 상업성과 예술성이 공존하는 장르입니다. 가장 이념에서
때가 타지 않아야 할 문화계에서 색깔전쟁을 하는것은 암울한
현재 한국의 영화계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예전에는 예술성있는 작품들이
상업적 성공을 곧잘 거두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기적같은 일은 거의 없습니다.
지난 색깔논쟁과 함께 수많은 소위원회를 없애면서 소통을 거부한 리틀 이명박
강한섭 위원장의 1년 성적표는 F학점을 지나서 제작상태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강한섭 위원장에 이어서 내정된 조희문 위원장은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좌파적 색깔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독립영화 개봉지원을 철회함으로써
상업성만 쫒고 영화의 예술성과 다양성의 싹을 자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내정된 조희문 위원장>
<워낭소리>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독립영화 개봉 지원과 예술영화전용상영관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아직 빛을 못 보았을지 모릅니다.
극장들은 영진위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일처리가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다양성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가장 중요한 통로 중 하나는 소규모 영화제들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된 영진위의 2009 영화단체사업지원 심사결과는
이들 영화제를 지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인디포럼’과 ‘서울국제노동영화제’, ‘인권영화제’ 등 대표적인 다양성영화제들이 탈락했습니다.
각각 13회에서 15회를 맞는 영화제입니다. 이번에 논란이 되는
인디포럼은 부산국제영화제보다 더 오래된 독립영화제로써 웬만한
독립영화감독은 다 거쳐갔습니다.
이렇게 전통과 실적이 있는 영화제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영화문화를
풍성하게 할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이자 <워낭소리>를 제작한
고영재 프로듀서 역시 “관련된 독립영화단체들이 적은 예산으로 고생하며
이끌어온 영화제들이 소외되었다”는 점에서 영진위의 판단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기념사업’에 쏟는 영진위의 관심입니다.
지원하는 정책사업 5개 중 4개가 기념행사와 시상식으로써 ‘영화인 명예의 전당 헌액’과
‘대종상 영화제’, ‘춘사대상영화제’는 작년에 비해 지원금도 올랐습니다.
한마디로 다양성영화를 유통 배급하는 데에 큰 뜻이 없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워낭소리를 보면서 유인촌장관은 이런 영화를 어린이들이 많이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독립영화 개봉홍보를 지원하던 마케팅 예산 전액삭감을 해놓고
워낭소리같은 영화가 나오길 바라는것은 우매함으로 밖에 설명이 안될듯 합니다.
영진위의 지원 철회가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독립영화들의 가능성을 잠식하고
다양성의 싹을 자르는 일이라는 것을 빨리 알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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