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요인은 기본적으로 도쿄영화제는 경쟁 영화제인 데 비해 부산영화제는 ‘뉴 커런츠’는 경쟁 부문이지만 주축은 비경쟁 영화제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75편의 영화들은 다른 경쟁 영화제에 초청될 수 없다. 따라서 경쟁영화제인 도쿄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를 걸어야 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하지만 부산은 여기에서 자유롭다.
둘째는 기획 단계에서 제작자, 감독과 투자자가 만나는 PPP(부산프로모션플랜)의 안착이다. 완성된 영화를 매매하는 필름 마켓은 칸영화제는 크게 성공했지만 도쿄영화제는 대패했다. 그래서 PIFF는 이 틈새를 겨냥해 기획 단계에서 투자자와 아시아 감독을 이어주는 ‘프로젝트 마켓’을 구상한 게 주효했다. 세계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질 좋은 아시아 영화를 입도선매하려면 우선 PPP로 가야 한다는 말이 정설이 됐다.
셋째는 관객의 역동성이다. 찜질방에서 자면서 하루에 5~6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PIFF 광장에서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는 영화팬의 모습은 오로지 부산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지난해 관객만 거의 20만명에 달한다.
자발적 영화애호가들은 부산영화제를 키운 자양분이다. 칸영화제도 권위는 인정받지만 ‘영화귀족’들만 넘쳐난다.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관객이라는 점에서 부산영화제의 내실은 매우 튼튼한 셈이다.
이 밖에도 김 프로그래머는 아시아 영화제로서의 특성을 우선 강조한 후 비(非)아시아 지역으로 시선을 넓혀간 점과 ‘감독과 영화 보고 대화하기’ 등 영화인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다양한 기획, 개ㆍ폐회식과 리셉션 등 각종 영화제 행사에 정치인과 관료 등의 쓸데없는 연설이 없다는 점 등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사진설명=부산국제영화제가 8일 막이 올랐다. 개막 전야인 7일 부산시청 대강당에서는 자원봉사자 발대식이 열렸다. 이들 711명은 16일까지 9일간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 등지를 누비며 관객 안내와 초청인사들의 의전 등 각종 궂은 일을 도맡게 된다. 부산=이상섭 기자/babt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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