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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밤(2021, Chorokbam)
제작사 : 디파이언트 / 배급사 : (주)인디스토리

초록밤 : 런칭 예고편

[리뷰] 알 듯 말 듯 모호한 (오락성 4 작품성 6) 22.07.27
[뉴스종합] 보자마자 한마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작업” <초록밤> 22.07.15



영화만이 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가장 신비롭고 창의적인 응답
모든 영화적 요소가 세밀하게 구축되어 발현되는 매혹의 미스틱 시네마
올여름, 시네필의 영화적 갈증을 해소할 신예 작가주의 영화의 발견


영화 <초록밤>은 평범한 어느 가족에게 예기치 못한 죽음이 드리우면서 벌어지는 신비롭고 내밀한 이야기를 작가주의적 영화 언어로 세밀하게 구축해서 담아낸 매혹의 미스틱 시네마다.

신인 감독다운 패기와 작가주의적 태도를 두루 겸비한 윤서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초록밤>은 지난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시민평론가상, CGK촬영상 등 3관왕을 거머쥐며, 신예 작가주의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촬영, 조명, 미술, 음악, 사운드, 편집 등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매혹적인 미장센의 감흥은 이른바 첫 장편 연출작의 기대치를 크게 상회한다. 특히 일본의 뉴 웨이브 영화를 새로운 음악으로 이끈 거장 나가시마 히로유키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그야말로 미장센의 화룡점정을 선사한다.

장편 데뷔작인 <초록밤>에서 ‘이야기’ 너머의 ‘감정’을 파고들며, 영화적 언어로서 보다 과감한 시도를 감행한 데에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윤서진 감독의 심도 있는 고민에서 비롯한다. “영화와 영화가 아닌 것의 차이가 무엇일까 궁금했다”는 윤서진 감독은 본래 내러티브 중심의 드라마였던 70장가량의 <초록밤> 시나리오를 30장 분량으로 줄이며, 이야기의 빈 자리에 공간을 디자인하고 감정을 형상화하는데 공을 들였다. 가장 먼저 캐스팅되어 작품의 크루가 된 강길우 배우와 이태훈, 김민경, 오민애 등 연극과 TV에서 내공을 쌓은 중견 배우들이 대사를 비우고, 감정을 채우는 작품의 무드와 뉘앙스를 영리한 연기 앙상블로 뒷받침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덜어낸 자리에 영화의 모든 요소가 영화적 언어로 유기적으로 구축되어 <초록밤>은 감독의 전언 “그저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영화가 아닌 감정을 공유하고 퍼트리는 행위로서의 영화”로 완성되어 관객 앞에 도착했다. 이렇듯 <초록밤>은 윤서진 감독이 스스로 마주한 질문에 평범한 영화 문법을 과감히 벗어나 주목할만한 압도적 미장센의 구축으로 답한 작품이다. 그리하여 올해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소설가의 영화>, 하마구치 류스케의 <우연과 상상>,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을 잇는 올여름 다시 한번, 시네필의 영화적 갈증을 해소할 신예 작가주의 영화로 또렷한 인장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단순한 서사와 독창적인 형식이 탄탄한 만듦새로 구현된 그야말로 매혹적인 올해의 시네마틱, 미스틱 시네마 <초록밤>은 오는 7월 28일 극장 개봉한다.

이야기를 비워낸 자리에 구축된 ‘초록빛’ 공간으로의 초대
완벽한 공간의 세팅에서 비롯된 정교한 조명과 정확한 촬영!
한 번도 본 적 없고, 감각한 적 없는 압도적인 미장센과의 조우


삶에 지친 어느 한 가족에게 드리워진 초록빛, 잠 못 드는 여름밤을 그린 <초록밤>은 과장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를 장면으로 담았지만, 스크린 가득 초록을 비롯한 다양한 색이 주는 감정을 미장센으로 구축한 독창적인 디자인의 작가주의 영화다. 이는 OTT 시장의 성장과 범람하는 영상 매체 속에서 오직 스크린에 투사된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의 것에 대한 신예 윤서진 감독의 패기 넘치는 질문과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서사의 층위를 해체하고 이야기와 대사를 비워낸 자리에 오직 촬영과 조명, 미술을 통해 유기적으로 디자인한 정교한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관객 저마다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먼저 <초록밤>의 미장센의 축을 담당한 촬영과 조명은 20년 경력의 추경엽 촬영감독이 빚었다. 90년대 말 영화계에 입문한 추경엽 촬영감독은 <텔 미 썸딩>(1999), <동감>(2000), <광복절특사>(2002), <파수꾼>(2011), <암수살인>(2018), <이타미 준의 바다>(2019) 등의 촬영부와 B캠 촬영팀, <피에타>(2012), <지슬>(2013), <경주>(2014), <꿈의 제인>(2017) 등의 조명까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온 감독이다. 특히 촬영과 조명을 겸하는 이른바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을 관장할 수 있는 실력파 촬영감독으로 <초록밤>의 기술적 부분을 완벽하게 지휘했다. 특히 <초록밤>의 영화적 무드가 된 밤의 빛을 ‘초록’으로 물들이게 된 것도 추경엽 촬영감독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 그는 한 인터뷰에서 영화적 질감을 위해 때로 “기술을 상쇄시켜 정서를 찾아가야 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는데, 이는 그의 촬영과 조명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 또한 공간을 잡는 전경 숏을 많이 사용하고, 인물 사이의 거리 두기 또한 윤서진 감독과의 끊임없는 토론 끝에 도달한 촬영 원칙이다. 이렇듯 <초록밤>은 긴 시간 충무로에서 촬영과 조명을 컨트롤하며 쌓아온 추경엽 촬영감독의 DP시스템에 대한 철학과 영화적 고민의 축적되어 ‘초록빛’으로 발현된 작품으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K(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촬영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초록밤>의 신우정 미술감독은 단편영화 <미스터 쿠퍼>(2015)에서 윤서진 감독과 조감독과 미술감독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고, 넷플릭스 시리즈 <센스8>(2016)에서는 프로덕션 코디네이터와 미술팀으로 함께하며 신뢰를 쌓아온 영화적 동지다. <초록밤>은 감독과 미술감독으로 함께하는 그들의 첫 작품으로, 한정된 예산과 시간에도 불구하고 신우정 미술감독은 완벽한 공간 세팅으로 정교한 조명과 정확한 촬영을 가능케 했다. 무지의 아파트를 노부부와 30대 아들이 사는 생활감 넘치는 공간으로 채우고, 죽음이 드리운 낡은 시골집을 처연하게 재현했으며, 매우 익숙한 공간인 장례식장과 모텔, 사찰 등을 묘하게 낯선 느낌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초록밤> 특유의 미장센을 미술로 완성해냈다.

촬영과 조명 그리고 미술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미스틱 시네마 <초록밤>은 7월 28일 극장에서 한 번도 본 적 없고 감각한 적 없는 압도적 미장센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거장 나가시마 히로유키 음악감독의 영화음악이 조형한 감정의 형상
무게를 담아내는 사운드, 소리가 사라지고 난 뒤 남겨지는 깊은 여운!
대사를 넘어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로 작용하는 영화음악


<초록밤>의 엔딩 타이틀롤에서 가장 눈에 띄는 크레딧은 다름아닌 음악의 ‘나가시마 히로유키’라는 이름일 것이다. 그는 아오야마 신지 등 일본 뉴 웨이브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며 이제 거장으로 불리는 영화 음악감독 중 한 사람이다.

나가시마 히로유키 감독은 어떻게 한국의 신예 감독의 저예산 독립영화의 크루가 되었을까. 근래 수많은 저예산 독립영화가 음악을 아예 작품 자체에서 소거하거나, 엔딩 타이틀롤에만 유일하게 삽입하는 등의 시도를 볼 때 윤서진 감독의 선택은 오히려 신선하기까지 하다. 나아가 그가 영화감독으로서 ‘영화 언어’인 ‘음악’을 어떻게 사유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감정을 공유하고 퍼뜨리는 행위의 영화’로서 <초록밤>이 관객에게 다가가기를 바란 윤서진 감독은 촬영과 조명, 미술만큼이나 영화음악에 공을 들여 작품을 완성했다. 그 중심에서 나가시마 히로유키 감독의 음악이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만들어낸 음악은 대사를 통해 전달되는 음성 언어 그 이상의 감정과 뉘앙스를 관객이 느끼게 하며, <초록밤>이 구현하려는 미장센에서 영화가 모두 끝난 뒤에도 그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나가시마 히로유키 음악감독은 도쿄국립예술대학의 영화과 교수이자, 일본의 수많은 작가주의 영화 음악을 담당한 거장 음악감독이다. 일본의 뉴웨이브 감독 아오야마 신지의 <호숫가 살인사건>(2004),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2005), <귀뚜라미>(2006), <새드 배케이션>(2007), <구름 위에 살다>(2020) 등 여러 작품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아오야마 신지 감독과 함께 일본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최근 <스파이의 아내>(2021)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뷰티풀 뉴베이 에리어 프로젝트>(2013), 그리고 일본의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의 <심도>(2011),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2013) 등의 작품에도 참여했다. 이외에도 시노자키 마코토, 스즈이 타카유키, 만나 쿠니토시, 이케다 치히로 감독 등 일본의 여러 감독들의 작품에 참여한 바 있다. <초록밤>에도 참여한 하남규 사운드 디자이너가 나가시마 히로유키 음악감독이 참여하는데 다리를 놓았다는 후문이다. 도쿄국립예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하남규 사운드 디자이너는 음악감독을 물색 중인 윤서진 감독에게 은사인 나가시마 히로유키 음악감독을 소개했다. 제자와 한 작품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초록밤>에 참여한 나가시마 히로유키 감독은 거장의 위치에 있지만 신인에게도 벽을 쌓지 않고 감독의 요청을 모두 수용하며 협업했다고 한다. ‘사운드는 무게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리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소리가 사라지고 난 뒤 남겨진 여운까지 끝까지 들려주고 싶었다’는 윤서진 감독의 요청에 감정의 형상을 조형하듯 다듬어낸 장면을 하나의 덩어리로 완성시키는 영화음악을 선사했다.

거장 나가시마 히로유키 감독의 터치로 영화적 완성도를 높인 <초록밤>은 7월 28일 내밀하게 발현되는 영화 언어로 관객에게 깊은 여운과 정서적 감흥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 가족의 평범한 에피소드로 풀어낸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
현실적이면서도 친밀한 스토리텔링이 선사하는 보편적 정서의 울림!
100여 컷의 촬영, 최소한의 대사로 만들어낸 밀도 있는 서사


<초록밤>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초록색이 전하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통해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한 가족의 평범한 에피소드로 풀어냄으로써 현실적인 스토리텔링이 보편적인 공감과 감동을 전한다. 또한 최소한의 촬영과 대사로 탁월한 만듦새의 밀도 있는 서사를 완성하여 놀라움을 더한다.

흔히 초록색에는 생명, 젊음, 희망 등의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초록밤>에는 죽음, 노쇠함, 어둠 등의 관념에 초록색의 이미지를 접목하여 양면성에 주목하게끔 했다. 그리고 이러한 양면성은 영화의 서사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이 된다. 영화 초반 ‘원형’의 가족은 집주인이 집을 내놓아서 집을 비워주고 새로운 거처를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인다. ‘어머니’는 극 중에서 도시 속 수많은 아파트들을 바라보면서 집 없는 처지를 한탄한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내쫓길 위기에 처해진 ‘원형’의 가족은 영화의 후반부 누군가를 내쫓는 입장으로 바뀌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다. 한편, 아파트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는 누가 목을 매달아 죽음에 이르게 한 고양이의 사체를 수습한다. 덧없이 죽은 고양이에 대해 얼마 간의 애도를 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버지’는 그러나 영화 후반, ‘원형’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들개를 차로 치고 만다. 그리고 이 ‘아버지’는 삶에 대해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어머니’나 ‘작은고모’에 비해 덤덤하게 일상을 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달린 목줄을 보면서 삶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겨우 떨쳐내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들의 죽음과 장례를 대하는 입장 차이는 장례식장에서 격화하지만 부조금을 정산할 때는 원으로 둘러싸 한마음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 양면성을 표현한 서사는 최소한의 촬영과 대사로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의 여유를 만드는 공간을 창조하는 독창적인 형식으로 전해진다. <초록밤>은 100컷이라는, 일반적인 영화에 비해 적은 컷으로 구축되었다. 영화에 실제로 활용될 컷들을 미리 디자인하여 촬영에 돌입했기 때문인데, 촬영과 조명을 동시에 맡은 추경엽 촬영감독이 윤서진 감독의 추가 개입 없이 자신의 스타일로 이미지를 컨트롤한 끝에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또한 <초록밤>은 원래 A4 70장 분량의 내러티브 중심 드라마 영화로 기획되었지만, 서사로 층위를 구성하지 않고도 감정을 형성하는 영화적 실험의 시도로서 시나리오 분량을 30장까지 덜어냈다. 한 줄의 적확한 대사로도 결혼을 미뤄둔 채 모텔을 전전하는 8년차 연인, 몇 푼의 부조금을 두고 투닥거리는 가족들, 가부장적인 소시민 가장의 모습 등 현실적인 묘사로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완성했다.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난 연출 방식 속 친밀한 스토리텔링이 공감을 전하는 영화 <초록밤>은 7월 28일 극장에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독립영화 스타 강길우와 베테랑 중견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앙상블
주·조연 배우들의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연기가 주는 극적 몰입감!
절제된 감정으로 가족간 입장차의 미세함을 표현한 완벽한 액션&리액션


<초록밤>은 적은 대사로 내러티브를 이어나가는 영화다. 그렇기에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배우들의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원형’을 중심으로 ‘원형’의 가족과 친척 그리고 연인의 관계성을 구축한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앙상블은 효율적이면서도 적확한 대사들과 어우러져 이야기의 뉘앙스를 완벽히 전달한다.

연극무대를 시작으로 이제는 독립영화 스타배우를 넘어 충무로의 새로운 얼굴로 거듭난 강길우 배우는 이번 <초록밤>에서 8년 된 애인과 결혼도 포기한 채 서른 넘어 부모님과 함께 근근이 살아가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원형’ 역을 맡았다. 무뚝뚝해서 속을 알 수 없지만 가족의 대소사를 묵묵히 챙기는 ‘원형’ 역의 강길우 배우는 특유의 담백함으로 감정을 덜어내는 연기를 통해 오히려 극의 정서적 감흥을 끌어올리며, 대사를 비워낸 자리에 영화적 언어를 채워 넣은 <초록밤>에 꼭 맞는 연기를 선보인다. <초록밤>의 ‘원형’을 통해 강길우 배우는 다시금 그가 왜 독립영화 감독들의 워너비 액터로 불리는지,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브로커>에서 임팩트 있는 역할을 맡겼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아버지’ 역을 맡은 이태훈 배우는 평생을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며 즉흥 연희극의 권위자로서 알려진 연극배우 겸 연출가다. <초록밤>에서 이태훈 배우는 삶의 굳은살과 애환이 묻어나는 ‘아버지’ 모습을 현실감 있는 생활연기로 펼쳐냈다.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자신감을 잃고 가족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자화상을 묵직한 존재감으로 담아냈다. ‘어머니’ 역을 맡아 이태훈 배우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故 김민경 배우는 1979년 극단 신협의 단원으로 연기를 시작해 40여년간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초록밤>에서 살림과 가족의 대소사를 챙기는 일에 지쳐 있지만 그럼에도 매사 살뜰한 지극히 현실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안정적으로 연기했다. 지난해 지병으로 별세했으며, <초록밤>이 유작이다.

<초록밤> 속 씬스틸러 ‘작은 고모’ 역의 오민애 배우와 ‘은혜’ 역의 김국희 배우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다수 영화제에서 장·단편영화 모두 연기상 수상하며 그야말로 연기인생을 꽃피우고 있는 오민애 배우는 <초록밤>에서 장례식장에서 부조금을 두고 투닥거리는 ‘작은 고모’로 등장하며, 속물적이지만 밉지 않은 현실적인 연기로 극의 몰입감을 단숨에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한 주인공 ‘원형’의 8년 된 연인 ‘은혜’ 역을 맡은 김국희 배우는 ‘쿠키’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무대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배우다. <초록밤>에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오랜 연인 ‘원형’과 불안한 연애를 이어가는 ‘은혜’의 속내를 유쾌한 캐릭터로 풀어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현실적이면서도 친밀한 스토리텔링에 몰입감을 더한 영화 <초록밤> 속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 앙상블은 7월 28일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 장편영화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수상
신인다운 패기와 준비된 노련함 겸비한 신예 작가주의 감독의 등장
평범한 문법을 버리고 과감한 영화적 탐구의 길을 선택한 윤서진 감독


<초록밤>은 지난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을 수상하며, 과감한 미장센의 작가주의 영화와 신예 작가주의 감독의 등장을 알린 작품이다. 윤서진 감독은 신인다운 패기와 동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첫 장편을 완성했고, 이른바 신인감독들의 데뷔작 기대치를 훨씬 넘어서는 영화적 완성도로 주목받고 있다.

윤서진 감독은 단편영화 <넘어온 여자>(2009)와 <아무도 없다>(2011) 등을 연출했고, 그룹 B.A.P.의 뮤직비디오 <Badman>(2013)의 프로덕션 코디네이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센스8>(2016)의 어시스턴트 프로덕션 코디네이터 등을 거치며 여러 영상매체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비주얼 구축의 역량을 쌓아왔다. 또한 현대인의 외로움을 세밀하게 들여다본 단편영화 <매미>(2018)로 2019년 제36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뒤 늦게 연출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오랜 준비 끝에 기획한 첫 장편영화 <초록밤>은 ‘쫓겨나는’ 입장에 있던 한 가족이, ‘쫓아내는’ 입장의 당사자, 가해자로 전환되는 순간 드러나는 소시민들의 무의식적 폭력성을 한 축의 서사로 담고자 한 작품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일반적인 내러티브의 전개가 아닌 낯선 이미지와 사운드의 불협화음 같은 조응을 통해 구축하고자 촬영과 조명, 미술과 음악, 사운드와 편집을 보다 과감한 영화 언어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초록색의 극단적인 시각적 대비를 통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가치들에 대해 한 번쯤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작품에 담았다는 후문.

영화와 영화가 아닌 것의 차이가 무엇일지에 대한 윤서진 감독의 탐구심은 서사로 층위를 구성하지 않고도 감정을 전달하려는 영화적 실험으로 이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문법을 통해 영화를 만드는 일이 첫 장편 연출작을 만드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큰 모험이자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윤서진 감독은 영화를 함께 만드는 ‘스태프’를 공통의 목적을 위해 모인 ‘크루’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우리’로서 작업하고자 했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창작 방식을 통해 도리어 부담을 덜어내고 매끄러운 현장을 만들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촬영, 미술, 음악, 사운드, 조명 등의 영화 요소가 유기적으로 구축되어 <초록밤>만의 미장센이 완성되었다. 배우들 역시 윤서진 감독과 작업 전 충분한 소통을 통해 많은 정보 대신 감정에 집중하며 영화적 물질이 들어갈 공간을 비워두는 연기를 구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시민평론가상, CGK촬영상 등 3관왕을 수상. 작품성과 미장센 모두를 입증하며 모두가 기다려온 작가주의 영화이자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신예 윤서진 감독의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매혹적인 응답 <초록밤>은 7월 28일 극장 개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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