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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 The Zone of Interest)
배급사 : TCO(주)더콘텐츠온
수입사 : 찬란 /

존 오브 인터레스트 : 런칭 모션 포스터

[리뷰] 화려한 정원 속 만개한 홀로코스트 (오락성 7 작품성 9) 24.06.05



전 세계 유수 매체와 영화제 그리고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선택!
“올해의 다른 어떤 영화도 이만큼 완벽하고, 폭발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 올해의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전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을 휩쓴 걸작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6월 5일(수)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언더 더 스킨> 이후 10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작품으로 그간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들과 달리, 아우슈비츠 담장을 경계로 안과 밖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도발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4관왕(심사위원대상, CST 아티스트-테크니션상, FIPRESCI상, 음향상)을 시작으로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 2관왕(국제장편영화상, 음향상), 제77회 영국아카데미영화상 3관왕(음향상, 영국작품상, 비영어영화상), 제49회 LA비평가협회상 3관왕(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등 수상 행렬을 이어가 작품성을 증명해 냈다. “사려 깊고 도전적이며, 충격적인 영화”(Time Out), “잔혹한 걸작”(The Guardian), “올해의 다른 어떤 영화도 이만큼 완벽하고 폭발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CTV’s Your Morning), “이 특별하고 강력한 영화는 오늘, 내일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 평생 동안 당신을 괴롭힐 것”(The Spectator), “공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숨어 있고 그로 인해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Empire Magazine) 등 영화가 남기는 강렬한 인상에 극찬이 이어졌으며 “21세기 가장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감독”(The Film Stage), “잊을 수 없는 조나단 글레이저의 잔혹한 걸작”(The Guardian) 등 상상을 뛰어넘는 연출력에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극 중 주인공 회스 가족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과 대비되는 음향을 배치하는 독특한 연출로 다수의 음향상을 수상, 놀라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끊임없는 호평 세례와 함께 인디와이어, 롤링스톤, 가디언 등 다수의 매체가 올해의 영화로 선정했다.

이처럼 전 세계를 휩쓸며 형성된 <존 오브 인터레스트> 작품성에 대한 입소문은 국내 언론과 평단, 예비 관객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B tv ‘파이아키아’ 채널을 통해 올해 가장 기대되는 개봉작 TOP 12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선정하며 “10년을 기다린 조나단 글레이저의 신작이다. 정확하고 정교한 미장센, 배제한 것을 보여주지 않고 외부를 보여줌으로써 도리어 내부를 보게 만드는 시선”이라는 평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으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고르고 싶다. 영화 예술의 한 궁극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해 기대감을 더했다. 김혜리 영화평론가 역시 “보편적 영화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유보하고 언어 외적인 영화의 표현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큰 스크린을 요하는 교묘히 구성된 롱 숏, 공동체적 체험, 섬세하게 배치된 사운드라는 삼중의 이유로 극장을 불가결한 장소로 만드는 영화”라고 전해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작품 <하얀 리본>으로 데뷔해 다방면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크리스티안 프리델과 <추락의 해부>로 전미비평가협회상, 세자르상 등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산드라 휠러가 실존 인물인 ‘루돌프 회스’와 ‘헤트비히 회스’를 연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홀로코스트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시각
“악마는 우리와 다른 세상을 사는가?”
2024 아카데미시상식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 수상 소감 뜨거운 이슈!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언더 더 스킨>으로 호흡을 맞춘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과 프로듀서 제임스 윌슨이 10년을 심사숙고한 결과다. <언더 더 스킨> 작업이 끝난 후 두 사람은 작가 마틴 에이미스가 2014년 출간한 소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영화화를 위한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를 둘러싼 40㎢ 지역을 일컫는 명칭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라는 제목과 악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수용소 내부와 그 주변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속 복잡한 내러티브의 핵심을 뽑아내어 쉽지 않은 주제에 맞게 영화적 언어를 만들어갔다. 군인이든 인간이든 아우슈비츠의 독일인 구역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가해자들이 느꼈을 법한 죄의식, 범죄 공모, 부인과 같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중요했다. 이에 대해 제임스 윌슨은 “가해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원작 소설을 통해 그들의 시각을 알 수 있었다. 영화로 만들 때 주인공들을 신비화하거나 악마화하기보다는 그들도 보통의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흥미롭고도 불편한 질문에 대한 문을 열고 싶었다”고 전했다.

역사상 실제로 행해진 잔혹 행위를 묘사하는 것은 알랭 레네부터 스티븐 스필버그와 쿠엔틴 타란티노까지 여러 감독이 다룬 바 있는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이를 과감하게 뒤집는 방식을 선택했다. 영화 내내 공포감이 잠깐 느껴졌다 사라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포의 심각성을 경시하거나 공포가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힘을 희석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가해자들을 다룬 영화들은 예전에도 나온 적이 있다. 그런 영화들을 보면, 가해자를 상당히 성도착적으로 그린다. 마치 ‘우리와는 다른 인간들’이라는 태도다. 하지만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가해자들과 우리가 비슷한 점이 뭔지 바라보게 한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 너무 쉽게, 편하게 이입하고 공감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가해자들의 모습을 통해 어느 정도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대학살을 저지른 사람들이지만 그들 역시 누군가의 연인으로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언젠가 정착해서 가정을 꾸릴 꿈을 꿨을 것이라는 사실이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을 뒤흔든 것. 역사가 로버트 얀 반펠트는 아우슈비츠가 처음에 어떻게 독일의 사업가들과 기업들의 터전이 되는 동부의 모범 도시로 계획되었는지 연구한 바 있다. 그리고 대량 학살에 대해 “땅과 노동, 자본에 대한 갈망으로 대변되는, 더 큰 계획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는데, 이에 기초하고 있는 영화는 결국 누구든 그 계획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관찰한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과 음향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수상 소감을 통해 소신을 전해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우리 영화는 최악의 상황에서 비인간화가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유대인 정체성과 홀로코스트가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전쟁으로 몰아넣는 점령에 이용되고 있음을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희생자든, 가자 지구에서 자행 중인 공격으로 인한 희생자든 모두 비인간화의 희생자인데 우리는 어떻게 저항해야 할까?”라고 반문한 뒤 “영화에서 실존 인물인 알렉산드라는 저항을 선택했다. 그의 삶과 저항 정신에 이 상을 바친다”고 전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알렉산드라는, 아우슈비츠에 거주하며 비밀리에 저항 운동을 했던 실존 인물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코우오제치크(Aleksandra Bystro?-Kołodziejczyk)다. 영화에서 역시 알렉산드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수용소의 포로들을 위해 건설 현장에 사과를 몰래 숨겨 놓는 등의 저항 활동을 펼쳤다.

“우리의 모든 선택은 현재의 우리와 마주하고 성찰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이 그때 무엇을 했는지 보라’고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을 보라’는 것”이라고 말한 조나단 글레이저의 말처럼 영화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불편한 과거의 진실을 억지로 꺼냄으로써 과거의 일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 영화는 결국 역사의 문을 닫길 거부하는, 철저하게 열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역사의 문은 위태롭지만 영원히 열려있을 것이다.

실존 인물 ‘루돌프 회스’와 ‘헤트비히 회스’ 부부 이야기 영화화
<쉰들러 리스트> 이후 아우슈비츠의 촬영 허가를 받아낸 유일무이한 작품!
10년의 제작 과정을 거쳐 정교하게 탄생된 걸작!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제작에 앞서 영화의 기초가 될 자료들을 최대한 많이 수집했다. 스태프들과 함께 3년간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박물관에 있는 다양한 사료들을 샅샅이 살피고,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의 증언이 담긴 ‘블랙북’을 전부 훑었다. 그중 영화의 동명 원작 소설 주인공 파울 돌의 모델인 루돌프 회스 가족의 사진은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됐다. 회스 가족의 집에서 일했던 정원사의 증언 역시 중요한 자료가 됐는데, 정원사는 루돌프의 전출 사실을 알게 된 헤트비히가 불평을 늘어놓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헤트비히가 자신이 정성을 다해 가꾼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강제로 쫓아내지 않는 이상 자기 발로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는 증언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스토리의 시작점이 됐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회스 부부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면서, 가장 먼저 실제 그의 가족이 살았던 집을 섭외하려했다. 하지만 영화 배경 상, 새집의 느낌을 재현하기에 많은 한계가 존재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건축 활동에 제약이 존재했기에 결국 회스 가족의 집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버려진 건물을 이용, 과거 사진과 도면에 따라 집을 설계했다. “루돌프와 그의 아내 헤트비히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찾아서 읽어 봤다. 그리고 아우슈비츠의 구획을 나누는 장벽을 중요하게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삶에 존재했던 구획화와 그들이 옆에 두고 살았던 공포 같은 것”을 관찰하기 위해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회스 가족의 집을 가르는 벽을 중심으로, 섬뜩한 느낌의 구획 분리외 폐쇄성을 강조한다.

영화 전반, 스투코 공법으로 깔끔하게 지은 이층집에서 남편 루돌프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사는 헤트비히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엄마를 맞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집안일 하는 사람들이 유대인이냐고 엄마가 묻자, 헤트비히는 자신이 정성스럽게 가꾼 정원과 그 반대편의 거대한 건축물 사이, 담쟁이덩굴이 덮인 벽을 가리키며 “유대인은 벽 반대편에 있다”고 말한다. 마치 그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이처럼 영화는 벽 너머 기계적인 학살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통제하는 한편, 미묘한 시각적, 청각적 신호를 꾸준히 쌓아간다. 회스 부부의 잘 꾸며진 집과 벽 너머에 보이지 않는 끔찍한 현실을 상상하게 유도, 이 두 가지를 끊임없이 병치하며 관찰하는 것. 그리고 실제 영화가 “나치가 사는 집의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감시 장치”이길 원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촬영 장소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고정으로 설치한 뒤, 부분적으로 안 보이도록 숨겨두었다. 이어 따로 마련된 콘크리트 벙커에 자리를 잡고 원격 케이블 시스템을 통해 촬영을 진행, 그 결과 독특하게 분리된 형태의 연출이 이뤄졌다.

이렇듯 정밀하고 세밀한 작업을 거친 영화는 무려 10년의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 <쉰들러 리스트> 이후 아우슈비츠 내의 촬영 허가를 받아낸 유일무이한 작품으로 뛰어난 작품성에 대한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구획 분리와 폐쇄성을 강조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감각적 연출


헤트비히 회스가 단시간 내에 풍성하게 가꾼 정원, 그 반대편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다. 그들은 집 외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이런 섬뜩한 느낌의 구획 분리와 폐쇄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영화의 각색 방향을 잡아갔다. “실제 회스 부부의 삶에 존재했던 구획화와 그들이 옆에 두고 살아갔던 공포를 강조하고자 했다”는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엔 이러한 개념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루돌프가 출근하기 전, 헤트비히와 아이들이 준비한 깜짝선물을 보기 위해 눈을 가린 채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 있다. 이는 루돌프가 직장에서 하는 일을 비틀어 보여준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루돌프는 잠자리에 들기 전, 집 안의 문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닫고 잠그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가정의 아늑함과 막연히 밀려오는 불안감이 뒤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면들이 영화 속의 영화라고 강조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루돌프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무엇을 신경 쓰는지, 우리라면 누구를 중요하게 여길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철학자 질리언 로즈가 쓴 아우슈비츠에 관한 글을 통해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를 상상했다는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우리가 정서적으로, 정치적으로 가해자 문화에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주고 싶었으며, 마냥 차가운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들여다보게 하고 싶었다고. 그렇기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역사 속에서 실제로 행해진 잔혹한 행위를 묘사하기 보단 벽의 한쪽 편에 머물러 관객들에게 극도의 압박감을 전할 예정이다.

숨겨진 카메라 앞,
즉흥적인 동선을 펼친 혁신적인 촬영기법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촬영에 앞서 인물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고자 했다.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리얼하게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와이드 렌즈와 기하학적으로 대상을 중심에 놓는 프레임을 사용했다. 이렇게 한 것은 보이는 이미지에서 아름다움과 같은 것을 전부 제거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이 연출한 <이다> <콜드 워>의 촬영감독으로 아카데미시상식 촬영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는 우카시 잘 촬영감독은 촬영 과정에서 대부분 자연적인 빛 혹은 영화 속 시간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광원을 활용하여 작업, “뭔가를 더 아름답게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미화하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색을 보정하는 과정에서도 단조롭게 느껴지도록 손을 봤다. 이미지를 너무 잘 다듬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회스 가족이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촬영 공간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고정해서 부분적으로 안 보이게 숨겨놓은 뒤, 긴 테이크를 끊지 않고 이어가는 촬영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방식은 정밀하고 물리적으로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조나단 글레이저를 비롯한 모든 촬영 스태프들이 따로 마련된 콘크리트 벙커에 자리를 잡고 원격 케이블 시스템을 통해 작업에 임했으며 카메라가 무엇을 찍을 건지 잘 판단해 정확한 디렉션을 내려야 했다. 콘티 없이 온전히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부분을 위해서 프레임에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잊지 않았고, 배우들의 동선을 따라가기도 했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헤트비히가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고, 루돌프는 소각로 기술자들과 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수용소의 나치 친위대 장교들이 마당에 모여들고, 가정부들이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모든 상황들을 동시에 촬영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니터 10대를 앞에 두고 연출을 했던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정신없고 답답한 상황이 고스란히 영화에 묻어나왔다. 모든 장면에서 균일한 톤이 느껴졌고, 감히 다른 방식으로 촬영해서는 담아낼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고 전했다. 우카시 잘 촬영감독 역시 결과물에 매우 흡족해하며 “사람들이 ‘혁신적’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이 영화가 바로 이 단어와 어울리는 작품이다”고 강조했다.

회스 가족의 공간을 재창조한 ‘섬찟한’ 프로덕션 과정

영화의 기획 초반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실제 회스 가족이 살던 집을 고집했다. 하지만 회스 가족이 살던 당시의 집은 그들이 들어와서 살기 몇 년 전에 지어진 새집이었고, 아우슈비츠 수용소 역시 새로 지어진 건물처럼 보여야 했다. 현재 높이가 15m나 되는 나무들 역시 당시엔 어린나무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자 계획과 실행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더욱이 아우슈비츠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라 문제가 더욱 복잡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반경 500m 이내 구역에서는 건축에 관계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 결국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 크리스 오디는 실제 회스 가족의 집과 정원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버려진 건물 한 채를 사용하기로 했다. 아우슈비츠와 인접한 곳에 잡초가 무성한 들판이 있는데, 이 들판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건물로, 장교들이 숙소로 쓰던 곳이었다.

예전 사진과 도면에 따라 건물을 조금씩 손 보며, 헤트비히가 아꼈던 정원도 공들여서 완전히 재현했다 영화 속에서 헤트비히가 3년 전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고 말하는 대사에 따라, 식물도 아예 새로 심고 가꿨다. 크리스 오디와 그의 팀은 이 모든 것을 4개월 만에 만들어내야 했다. 나무를 심는 것부터 시작해 당시 모습을 재창조하는 그야말로 ‘섬찟한’ 과정을 거쳤다. 바닥을 사포로 닦아 다시 매끄럽게 만들고, 벽에 회반죽도 다시 바르고, 창문도 다시 꾸미는 등 회스 가족의 집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작업은 내부와 외부 공간 모두를 완전히 손봐야 하는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트장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손댄 게 하나도 없는 듯 보이길 원했다. 만약 손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제대로 일을 해낸 것이 아닐까”라는 소회를 전한 크리스 오디의 노력은 영화 속에 섬세하게 재현되었고, 미적으로 미니멀한 영화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실존 인물 알렉산드라가 전하는 유일한 온기

영화 속에서 회스 가족이 잠든 깊은 밤, 포로들을 위해 건설 현장에 사과를 묻어두는 소녀는 실존 인물인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코우오제치크(Aleksandra Bystro?-Kołodziejczyk, 1927~2016)를 모델로 했다. 폴란드 출신의 비유대인 소녀였던 알렉산드라는 밤이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포로들을 위해 음식을 남겨뒀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어둠의 세력에 반대하는 단순하고 순수한 선함에 매료되었다. 우리에게 선을 행할 능력도 있다는, 인간적인 에너지를 느낀 것. 알렉산드라는 어두운 영화 속 유일하게 빛나는 빛이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조명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영화 제작 환경 속에서,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활동한 소녀의 기록을 담을 수 있는 빛을 찾아야만 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열화상 카메라뿐이었다. 열화상 카메라는 소녀의 모습이 아닌 온기를 담아냈는데, 소녀가 영화 속 유일하게 따뜻한 존재라는 점에서, 그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시적으로 느껴진다.

한편 알렉산드라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해당 장면에서 그가 연주하는 곡은 실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수감자가 작곡한 ‘햇살(Sunbeams)’이라는 곡이다. 연주 장면은 알렉산드라가 2016년 사망 직전까지 살았던 집에서 촬영됐으며, 소녀가 타던 자전거 역시 본인이 사용하던 것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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