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개봉한 초대형SF액션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2>이 개봉 2주차를 맞아 200만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주말동안 서울 극장가 흥행 순위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더니, 12일 동안 전국 184만6천명이 관람하였단다. 전국 스크린 수는 280개 정도. 미국에서도 지난 주말까지 2억5천7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블록버스터로서의 자존심은 확실히 지켰다. 1편에 이은 2편은 스파이더맨의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전자 조작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모두의 영웅이지만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과의 사랑은 위기를 맞고,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결심한 친구 해리. 존경하는 핵물리학자 옥타비우스 교수까지 실험 사고로 기계촉수를 휘두르는 악의 화신 ‘닥터 옥토퍼스’가 되어 버리니, 우리의 스파이더맨 해결할 일이 한 두개가 아니다.
<스파이더맨> 성공신화의 주역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등 주요 스탭과 배우들이 고스란히 뭉친 <스파이더맨2>. 이번에도 박진감 넘치는 음악은 대니 엘프먼이 맡았다. 영상 못지않은 다재다능한 선율로 감동을 전하는 대니 엘프먼은 샘 레이미 감독은 물론 팀 버튼 감독과도 찰떡궁합을 과시하는 유명 음악감독. 특히 전세계적으로 2백만 장 이상이 팔려 나간 <스파이더맨> O.S.T에 이어 <스파이더맨2> O.S.T에서도 스파이더맨의 비애를 드러내는 강하고도 개성있는 스코어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스파이더맨2> O.S.T는 영화 사운드트랙이라기 보다는 락 컴필레이션 음반 같은 느낌을 준다.
첫 곡은 미국 인디락계의 스타 대쉬보드 콘페셔널(Dashboard Confessional)의 "Vindicated".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나오는 이 곡은 대쉬보드의 우수에 찬 목소리와 차분하고 편안한 멜로디로 벌써부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 모던 락 라디오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2005 그래미 락 밴드 상 수상이 유력시 되고 있는 트레인(Train)의 "Ordinary" 도 주목할만한 곡이다. 199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 복고풍 아메리칸 하드 록을 구사하는 그룹으로 "Ordinary"는 강렬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지만, 편안하게 느껴지는 클래식함까지 두루 갖춘 곡이다.
최근 국내에도 내한을 예정중인 포스트 그런지 필드의 기대주 후바스탱크(Hoobastank)의 "Did You" 역시 귀를 확 잡아 끄는 곡이다. 데뷔앨범이 15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싱글앨범 ‘The Rason’이 빌보드 모던록차트 1위를 차지하며 ‘차세대 록밴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후바스탱크의 시원한 열창에 속이 확 뚫리는 듯 하다. 호주산 게러지 밴드 젯(Jet)의 복고적인 게러지풍의 펑크락 "Hold On"과 플로리다에서 결성된 이모코어 밴드 엘로우카드(Yellowcard)의 "Gifts and Curses"도 상당히 단련된 보컬의 음색이 반가운 곡들. 이 밖에도 뉴욕 출신의 밴드 테이킹 백 선데이(Taking Back Sunday)의 "This Photograph Is Proof [I Know You Know]"도 은근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피터가 스파이더맨 가면을 버린 뒤 일상 속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모습 위로 흐르는 B.J. Thomas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 는 O.S.T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유독 귀에 남는 곡.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1969년 작품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 삽입된 곡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스파이더맨2>의 O.S.T는 참 좋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매력적인 락 음악들로 구성된 음반은 마치 한 장의 락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것처럼 충실히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스파이더맨2>의 O.S.T가 좋다고만 말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에 어울리는 혹은 영화를 위한 선곡이라기 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줄 만한 곡들만을 모아 상업적으로 재구성한 느낌이 다분한 사운드 트랙. 영화 속 어느 곳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돌아온 <스파이더맨2>는 전편 <스파이더맨>처럼 흥행에는 일단 성공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평가는 그보다 미온적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