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염색 분위기 전환.. 내달 5일 개봉
지난 겨울 경기도 양수리종합촬영소의 [소름](윤종찬 감독-드림맥스 제작)의 세트장에서 김명민을 봤을 때다. 그늘 진 얼굴,나지막이 이야기하는 폼이 찬바람 도는 촬영소와 어우러져 그렇게 을씨년스럽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촬영이 끝난 다음에 만난 김명민. 180도 달라보였다. 봄 기운이 묻어나는 환한 미소. 말 수까지 많아졌다. 농담을 섞어가며 촬영 에피소드를 늘어놓는데,매력만점의 핸섬보이가 따로 없다. "약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소름'을 찍는 동안 용현이 성격을 그대로 닮아가더라구요. 예민해지고 말 수도 적어지고."
지난해 MBC TV '뜨거운 것이 좋아'로 스타덤에 오른 김명민은 스크린 데뷔작인 [소름]에서 비밀스러운 택시 드라이버 용현역을 맡았다.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 방금 전 살인을 저지르고도 구세군 냄비에 만원짜리 지폐를 태연하게 넣을 만큼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일부러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염색했어요. 분위기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요."
지난해 11월 10일 첫 촬영을 시작해 겨울 내내 [소름]에 매달린 셈이다. 50회쯤 촬영을 했으니 만만치 않은 강행군이었다. 더욱이 단편영화 [플레이백], [메멘토] 등으로 인정받은 윤종찬 감독은 대단한 완벽주의자였다. 비 맞는 장면을 찍을 때는 장장 8시간 동안 찬 물을 뒤집어썼다. 6분 동안 이어서 찍는 롱테이크 장면도 있었다. 주인공의 황폐한 내면을 드러내는 신이었는데,카메라를 6분 동안 응시하는 장면이 쉽지는 않았을 터이다. "저야 이번이 데뷔작이니 영화는 으레 힘들게 찍나보다 했는데 스태프 말이 제대로 걸린 거라고 하더라구요.(웃음)"
여기에 김명민의 욕심도 한 몫 더했다. 김명민의 대본을 보면 마치 고3 수험생의 노트같다. 대사 사이에 빈 자리가 하나도 없다. 김명민 자신이 생각한 것은 물론,윤 감독의 지시 사항까지도 빽빽하게 메모를 해 놓은 것. "얼마나 많이 고민을 하느냐에 따라 연기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고 생각을 하니까요. 촬영 기간동안 한번도 용현이가 제 머릿 속에서 떠난 적이 없어요. "
김명민의 소름끼치는 연기를 기대해볼 만한 영화 [소름]은 다음달 5일 개봉된다.
<자료출처 :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