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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특집] 동물이 죄다 주인공! 사람답게 사는 그들!
2007년 8월 9일 목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디즈니가 자사의 히트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을 뮤지컬로 각색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다 큰 어른들이 아프리카 짐승의 탈을 쓰고, 누가 봐도 사람인 것이 분명한 분장을 하고 나와 사자인 양, 비비 원숭이인 양 연기를 해도 통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무대의 제한 사항을 인정하는 것이 관중의 미덕이기도 하지만, 뮤지컬의 원작이 된 〈라이언 킹〉 역시, 순수한 아프리카 초원의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자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권력 조직, 아버지를 잃고 좌절해 홀로 달아난 아들 사자, 친 숙부를 두고 〈헴릿〉풍 고민에 빠진 젊은 왕자 사자, 야생의 모습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라이언 킹〉의 이면에는 아프리카의 탈을 쓴 인간 관계가 있을 따름이다.

헐리웃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이 픽사를 중심으로 한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간 요새는, 더욱 그렇다. 오히려 〈인어공주〉〈미녀와 야수〉〈알라딘〉〈포카혼타스〉〈노틀담의 꼽추〉〈헤라클레스〉〈타잔〉 사이에 한 편이었던 〈라이언 킹〉 당시보다 절반 이상이 인간 이외의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요즘이다. 물론 그 속은 모조리 사람이고.

상당 부분을 황제펭귄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펭귄: 위대한 모험〉에서 영향 받은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는 덕분에 매우 사실적인 묘사가 넘친다. 고난 가득한 행진으로 남극 한복판 (〈펭귄: 위대한 모험〉에서는 ‘오모크’라 부르는) 안식처에 모인 황제펭귄들은 구애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그러나 노래와 몸짓을 통해 구애하는 황제펭귄의 독특한 습성을 〈해피 피트〉는 뮤지컬로 각색한다. 영화의 오프닝은 〈물랑루즈〉와 로비 윌리암스와의 듀엣곡을 통해 뮤지컬 배우의 재능을 알린 니콜 키드먼이 맡은 아름다운 암컷 펭귄 노마 진과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뮤지컬 무대에서 명성을 날린 휴 잭맨이 맡은 당당한 수컷 펭귄 멤피스가 함께 하는 뮤지컬 시퀀스로 문을 연다. 이 사이에서 나온 아이는 불운하게도 노래가 필수인 황제펭귄 사이에 거의 나오지 않는 음치. 대신 탁월한 탭 댄스 능력을 타고난 〈해피 피트〉 멈블(일라이자 우드)의 모험이 영화의 이야기를 끌고 간다. 결국 주인공인 황제펭귄의 습성은 실제에서 가져왔지만, 이야기는 죄다 40년대 백스테이지 뮤지컬 같다는 것.

기본적으로는 소재가 되는 동물의 습성을 반영하지만 인간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주인공을 끼워 넣은 3D 애니메이션은 〈개미〉만 한 작품이 없다. 초반부 도시의 실루엣 아래로 내려가며 개미 사회를 비추는 영화는 곧, 정신 상담을 받고 있는 신경질적인 개미 한 마리를 비춘다. 영화의 주인공 〈개미〉 Z는 개미들의 생활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는 매우 개미답지 않은 고민에 빠진 개미. 곧이어 잘 만든 스펙타클로 지하 개미도시를 일사 분란하게 건설하는 장면을 보여주지만, 영화의 관점은 개미 집단의 모듬 생활에 있지 않다.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개미들 사이에서 존재론적인 고민에 빠진 〈개미〉 Z 목소리를 불만 가득한 냉소적 뉴요커 우디 앨런을 캐스팅한 재치가 단연 돋보인다. 대도시 빌딩 숲 실루엣과 개미 지하도시를 교차해 보여준 영화 오프닝의 의도처럼, 대도시에서 부속으로 살아가는 한 개체의 고민을 다루는 〈개미〉 Z가 노리고 있는 것은 영화가 개봉한 1998년 식으로 해석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아닐까.
 한 개미의 존재론 고민〈개미〉(1998)
한 개미의 존재론 고민〈개미〉(1998)
 레이서의 꿈〈카〉(2006)
레이서의 꿈〈카〉(2006)

고민 많은 불평분자 캐릭터를 우디 앨런에게서 빌려온 〈개미〉처럼, 스타의 이미지를 그대로 빌려온 〈샤크 테일〉 역시 해저 생물의 생활상을 빌려 사람 이야기를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고래 같은 거대한 수중생물을 청소하는) 세어장에서 근무하는 블루칼라 노동자 오스카는 낙천적이고 쾌활하지만 허풍이 쎈 수컷. 육식을 거부하는 백상어의 아들 레니와 얽히다가 우연히 상어를 때려잡는 ‘상어 사냥꾼’으로 알려지게 되고, 영웅이자 수중 세계의 대스타가 된다. 고래 같은 큰 수중생물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작은 물고기를 ‘세어장’ 근무자로 대치한 발상이나, 상어를 정점으로 이루어진 계층 사회로 묘사한 수중 세계, 그리고 상어 일당을 마피아로 묘사한 장면까지 〈샤크 테일〉의 세계는 대도시를 수중으로 옮긴 것과 다르지 않다. 허풍쟁이 오스카로 윌 스미스를 캐스팅하고, 소심한 상어 레니로 잭 블랙을 캐스팅한 것 역시 영화의 의도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선택. 수중 세계의 마피아인 상어 돈 리뇨와 사익스 콤비 역할을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코세지에게 맡긴 센스 역시 탁월하다. 게다가 마음씨 착한 오스카의 여자친구 앤지를 르네 젤위거에게 맡기고, 스타가 된 오스카에게 접근하는 섹시한 아나운서 롤라를 안젤리나 졸리에게 맡긴 〈샤크 테일〉의 목소리는 적역 그 자체. 심지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뮤직 비디오에서는 노래를 부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미시 엘리엇을 캐리커처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해 노래를 그대로 립싱크하기까지 한다.

인간사를 자연계로 포장한 애니메이션을 경쟁 스튜디오 폭스와 드림웍스가 만드는 동안 사람 사회 변주로 자연계를 다루는데 관심이 그다지 없었던 3D 애니메이션의 본가 픽사도 〈카〉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인간사를 비인간의 영역에 대입하기 시작했다. 폭스의 〈샤크 테일〉이나 드림웍스의 〈개미〉〈마다가스카르〉처럼 자연계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각양각색의 자동차들이 살아있고 욕망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람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픽사 〈카〉는 사람에게 자동차의 탈을 씌어 만든 애니메이션이라 할 만 하다. 레이싱 경기에 참가하려는 열정이 넘치는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 역시 70년대 액션스타이자 레이서였던 스티브 맥퀸에게서 이름을 따온 것이고, (그런 면에서 또 다른 등장 차량 독 허드슨 목소리를 맡은 동시대 배우 폴 뉴먼의 캐스팅은 의미심장하다) 영화 후반 맥퀸이 레이싱을 하는 장면에서 경주를 즐기는 관객 역시 모조리 자동차들이다. 자동차가 홀로 돌아다니며 욕망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카〉의 세계는 사람의 사회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라따뚜이〉(2007)
요리사가 되고 싶은 〈라따뚜이〉(2007)
 〈서핑 업〉(2007)
〈서핑 업〉(2007)

픽사의 최신작 〈라따뚜이〉는 본격적으로 쥐에게 사람의 속을 넣어버렸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명요리사 오귀스트 구스토의 좌우명을 받아 용기있게 주방으로 향한 것은, 불결과 전염병의 대명사인 쥐.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고”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교훈을 전하는 〈라따뚜이〉에서 쥐 레미는 쥐 사회에서 뛰쳐 나와 프랑스 고급 요리계에 뛰어든다. 요리로 승승장구를 하는 동안에는 특이한 쥐일 따름이지만 위기를 돌파하는 후반부에 이르면 식당 사이를 엄청난 규모의 쥐 집단을 이끌고 종횡무진하는 장면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쥐 떼를 연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벌레를 잡아먹는 참새가 무서워지고, 길 가는 벌레도 잠시 귀엽게 보이던 〈벅스 라이프〉와는 달리 영화를 볼 때도 쥐 떼가 징그럽기 짝이 없는 것 역시 〈라따뚜이〉가 탁월한 표현력을 통해 보여주는 쥐 사회의 사실성 때문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서핑 업〉은 〈해피 피트〉에 이은 펭귄 사회 이야기. 그러나 〈펭귄: 위대한 모험〉을 참고해 사실적인 황제펭귄의 생활상을 접목했던 〈해피 피트〉와는 전혀 다른 의도를 가진 애니메이션이다. 펭귄 사이에서 전설적인 ‘펭구’섬에서 주기적으로 (펭귄을 대상으로 한) 서핑 대회가 열리고, 그 대회에 참가하여 부와 명예를 거머쥐려는 펭귄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 펭귄이 서핑을 탈 리도 없겠지만, 영화에서 서핑 하는 펭귄을 다루는 방식은 훨씬 실제 펭귄과 떨어져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의 베이브 루스나 NBA의 마이클 조던, F1의 미하엘 슈마허처럼) 이 대회에서 우승하여 전설적인 존재가 된 스타 ‘빅Z’가 있고 도전자들의 서핑 도전기는 (모델 성공담을 다룬 〈프로젝트 런웨이〉, 가수 지망생들의 토너먼트를 쫓아가는 〈아메리칸 아이돌〉, 댄서 토너먼트를 쫓아 스타가 되는 일반인을 다룬 〈댄싱 위드 스타즈〉같이) 리얼리티 쇼로 생중계되고 있다는 대목에 이르면 〈서핑 업〉이 펭귄의 탈을 쓴 사람 세계의 이야기인 점이 분명해진다. 다시 말해 리얼리티 쇼를 즐기는 식으로 펭귄 세계의 서핑 대회를 즐기면 된다는 점. 펭귄 서핑 토너먼트에 도전하는 열정적인 십대 주인공 펭귄 코디 매버릭 역은 요즘 〈트랜스포머〉와 〈디스터비아〉로 한참 뜨고 있고, 〈인디아나 존스 4〉에도 투입된 샤이아 라보프가 맡았다.

사람보다 사람 같은 펭귄의 리얼리티 쇼가 눈 앞에 왔다. 진짜 리얼리티 쇼처럼 극적인 순간을 거쳐 수퍼스타가 될 지는 영화관에서 판단할 일이다.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17 )
joynwe
재미있겠다   
2007-08-17 04:24
motor012
애니 잼있어요,ㅋ   
2007-08-17 02:27
lee su in
헐리웃 애니메이션이나 제패니메이션 못지않게 한국산 애니메이션에도 많은 기술적 발전과 재밌고 탄탄한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2007-08-15 13:05
joynwe
에니 좋아요^^   
2007-08-14 20:23
hellion0
요즘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의 영화가아니예요 ㅎ   
2007-08-12 09:36
hrqueen1
우리아이도 톰과 제리에 빠져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놓지고 싶지않은 네버엔딩 스토리죠!   
2007-08-11 11:32
justjpk
근데.. 이런 것들이 다 재밌으니~//
이제 곧 서핑업도 봐야지~   
2007-08-10 00:54
ldk209
생각해보니 많네....   
2007-08-0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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