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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버스> 개봉에 부쳐! 테러 대신 섹스를! 모든 억압과 구속에서 해방을!
2009년 3월 13일 금요일 | 하성태 이메일


험난했던 2년의 시간

“이 영화는, 또 사실 제 모든 영화는, 우리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는 ‘우린 과연 혼자인가 그렇지 않은가?’란 고민을 던져주는 영화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혼자’라는 의미는 단지 감정이나 성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예술이나 정치적인 것까지를 포함 합니다.”

개봉 소식을 접한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이렇게 <숏버스>를 설명했다. 더불어 수입사에 보낸 서한에는 개봉을 위해 힘쓴 수입사와 기다려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대한민국의 심의 제도에 대한 뼈 있는 일침도 잊지 않았다.

“시대에 뒤쳐지고 제멋대로인 심의 체계가 이 열린 현대 사회에 있어선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그 무시무시한 기준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된 채 상영되는 것이 유감이긴 하지만, 불합리한 두려움이라는 장애물을 깨부수었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이제라도 <숏버스>가 개봉한 것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사실 개봉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2006년 12월 말 기자시사 당시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 또한 아직 등급 분류가 나지 않은 상태고, 또한 등급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당시 “다음 주 서울아트시네마에 특별 상영 일정이 잡혀있다”는 설명이 꼭 국내 극장에서 영원히 볼 수 없을 거란 말처럼 들려왔었다. 스폰지 측은 제한 상영가 판정을 피하기 위해 일부 장면을 삭제하는 편법을 쓰지 않을 것이란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지난한 2년이었다. 기자시사 후 넉 달이 지난 2007년 4월, <숏버스>는 예상대로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고, 수입사측은 응당 등급분류결정 취소 소송을 벌였다. 이후 2008년 1월 예상을 깨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행정법원은 “해당 영화에 음란성이 있다고 볼 장면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감독의 주제 표현을 위해 배치된 것일 뿐, 성적 흥미만을 위해 제작된 음란영화라고 보기 어렵다. 칸 국제영화제 등 다수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됐고 외국에서도 15세에서 18세 이상 상영가 등급을 매긴 점을 보면, 제한상영가 등급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의외에 결과에 발끈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008년 4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하지만 기각 당했고, 11월 대법원에 한 상고 역시 기각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 2월 <숏버스>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내림으로써 백기를 든 꼴이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이 영화가 법정 투쟁을 벌이는 동안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뮤지컬 <헤드윅>과 관련 2007, 8년 두 번이나 방한하며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열정적인 관객 앞에서 한국 <헤드윅> 출연진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콘서트를 했던 영예를 누렸다”며 기뻐하던 그는 정작 자신의 최근작인 <숏버스>에 관해서는 특별상영이나 기자회견 마다 “<숏버스>는 섹스 영화가 아닌 섹스를 이용하여 사랑을 이야기한 영화”라며 개봉을 못하는 현실을 개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최근 영상물등급과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 때마다 단골손님처럼 언급됐던 <숏버스>. 과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2년 간 저항(?)했던 것처럼 실제 성행위와 선정성이 넘쳐나는 몹쓸 영화일까? 아니면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설명처럼 ‘진짜’ 사랑영화일까?

‘테러 대신 섹스를, 모든 억압과 구속에서 해방을’

사실 ‘오르가즘’을 화두 삼아, 각종 체위와 동성애, 집단 성행위가 등장하는 <숏버스>는 가위를 잡은 ‘꼰대’들의 생각과는 달리 성 행위 자체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영화는 시작부터 주인공들이 벌이는 정상체위, 자위, SM 등 각종 성행위를 전시해 보인다. 이 개별의 섹스들이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개연성을 지녔음은 물론이다.

각종 체위와 괴성이 난무하는 남편과의 섹스가 만족스러운 듯 보이는 소피아는 성 상담사라는 직업이 우습게도 사실 단 한 번도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아크로바틱한 자신의 자위를 캠코더로 찍고 있는 제임스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제이미를 옆에 두고도 외로워 보인다. 또 채찍을 든 고급 창녀 세브린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할까? 아님 9.11 무역센터 잔해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 미소를 짓느냐”고 묻는 백인 한량과의 대화가 짜증스러울 뿐이다. 그렇다. 이들은 모두 (존 카메론 미첼이 자유의 여신상을 위시해 미니어처로 축조해 놓은 화면으로 강조된) 뉴욕의 자유로운, 그러나 외로운 영혼들이다.

이들을 묶어 주는 것은 별종들이 모여드는 언더그라운드 살롱 ‘숏버스’(사전적 의미는 일반 스쿨버스 외에 장애와 같이 조금 ‘다른’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미니버스)다. 19세기에는 랭보가, 1960년대에는 앤디 워홀이 놀았을 것만 같은 이 살롱에서 주인공들은 관계를 맺고, 갈등하고, 또 소통한다. 영화 상영과 음악 콘서트가 진행되고, 예술과 정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며, 무엇보다 자유분방한 섹스가 공존하는 이 복합문화생활공간(?)이 붐비는 이유? ‘숏버스’의 마담은 그게 다 9.11 때문이란다. 9.11 이후 뉴욕은 사람들이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공간이 되어버렸다는 설명되겠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중의적인 의미로써 오르가즘에 굶주린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오르가즘은 세상에 홀로 남겨져있다는 외로움에 치를 떠는 현대인들의 존재증명에 대한 메타포다. ‘숏버스’에 드나들며 (본명이 제니퍼 애니스톤인)세브린은 소피아와 친구로서 교감을 시도하고, 은밀하게 개인적인 영화를 찍고 있는 제임스는 제이미를 위해 자신을 대신(?)해 줄 게이 세스를 찾게 되며, 남편과 소통하지 못하는 소피아 또한 적극적으로 오르가즘 탐구에 나선다. 물론 이들의 여정은 마냥 달콤하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누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누구는 납득하지 못할 의외의 만남을 갖게 된다. 엔드 크레딧에 배우들과 함께 캐릭터를 완성시켜나갔다고 명시한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중반 이후 자연스럽게 캐릭터들의 외로움을 극한으로 밀어 붙인다.

불감증으로 은유되거나 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의 미세한 공기로 감지할 수 있는 이들의 외로움은 그렇기에 오르가즘이 넘쳐나는 살롱 ‘숏버스’를 통해 해방을 맞는다. ‘숏버스’는 “모두가 용서받기 위해 들리는 곳”이라는 전직 뉴욕 시장이자 노년의 게이가 “최선을 다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며 또한 용서를 빌 수 있는 환상의 공간이다. 여기서 ‘숏버스’가 뉴욕과 9.11 이후라는 시공간에 위치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화 속 9.11 이후 뉴욕은 이따금 일어나는 정전에도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없다”라는 영화 속 농담이 가능한 공간이다.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본의 아니게 세계 평화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9.11 이후 뉴욕에서 사랑과 소통을 통해 다시 시작하자고, “결국엔 우리 모두 다 이룰 것”이라고 독려한다. 그래서 (정확히 <러브 액츄얼리>의 공항 장면을 포르노그래피에 버금가는 화면으로 대응하는) ‘숏버스’ 에서의 화합과 해방의 세레모니가 시작되면, 정전이 됐던 뉴욕의 미니어처엔 환하게 불이 켜진다. 그래서 더더욱 포르노그래피에 버금가는 영화의 표현수위는 솔직하게 느껴진다. ‘테러 대신 섹스를, 모든 억압과 구속에서 해방을’이란 낭만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는 <숏버스>는 그에 걸 맞는 표현수위를 통해서 자유주의를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사랑’은 고전적인 테마가 급진적인 주제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노출은 노출일 뿐, 오해하지 말자!

<숏버스>의 노출은 뉴욕의 공기를 날 것 그대로 담고 싶어 했던 존 카메론 미첼의 고민의 산물이다. 한 인터뷰에서 뉴욕영화를 대표하는 존 카사베츠나 스파이크 리를 존경하는 감독으로 꼽은 그는 <숏버스> 또한 ‘섹스’라는 금기에 구애받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 이를 위해 웹사이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배우들과 각본과 캐릭터를 함께 연구하며,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소피아나 갈등하는 게이 커플의 이야기를 완성시켜나갔다. 현장 분위기를 낯설어 하는 배우들을 위해 스탭 모두가 나체로 촬영장을 활보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심지어 감독 스스로가 구강성교 행위를 연기해 보였다고 한다.

다시금 텍스트 바깥으로 빠져나와 보자. 어쩌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어르신들은 ‘실제 성행위’라는 팩트와 눈에 보이는 화면만으로 이 영화를 평가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당연히 ‘등급 외’ 판정을 받았으니, 등급을 보류 판정을 내리는데 그리 큰 고민이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소피아 역의 숙인 리가 몸담고 있던 캐나다의 한 방송국 또한 이 영화의 노골적인 표현을 문제 삼아 그녀를 해고했고, 숙인 리는 캐나다 출신인 구스 반 산트, 아톰 에고이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줄리안 무어의 구명으로 인해 겨우 복직됐다고 한다).

그러나 영등위는 여전히 우리에게 등급 외 상영관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너무 쉽게 간과하고 있다. <숏버스>는 등급 외 상영관으로만 미국에서만 제작비 2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익과 해외에서는 그 두 배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물론 이건 먼 나라 얘기다. 우리는 지금까지 특별전이나 영화제를 통해서만 이 작품을 가까스로 만나왔다. 그러니까 영등위 어른들이 등급 외 판정을 내리기만 한다면, 우리는 타의에 의해 수입까지 된 예술 작품을 알현할 당연한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법원이 <숏버스>를 얄팍한 의도가 깔린 원시적인 선동이 아니라 진정한 관계를 추구하는 캐릭터들의 진실함과 진지한 감정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봐줬으면 합니다”라는 한 예술영화 감독의 진심을 경청해야 할 이들은 현재로서는 대법원이 아닌 영등위일 것이다. 과연 법정에까지 나서며 이 영화의 개봉을 저지했던 영등위가 이 영화가 지닌 불온함과 급진성까지 고려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숏버스>의 개봉이 ‘등급외’ 딱지를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영등위의 각성을 이끌어내는 기폭제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9년 3월 13일 금요일 | 글_하성태(무비스트)

16 )
kisemo
잘봤습니다   
2010-04-11 14:20
pink1770017
논란꺼리만 되었지..흥행은그닥~@   
2009-03-24 17:04
mvgirl
좋아하지 않는 장르여서...   
2009-03-22 09:18
loveiskilled
괜찮겠습니까?   
2009-03-18 15:12
ehgmlrj
너무 솔직한..;;   
2009-03-17 22:09
m2935
한국에선 가능하지 못한 영화 인듯..   
2009-03-17 11:27
podosodaz
표현의 자유..   
2009-03-17 10:32
wjswoghd
다양하네요   
2009-03-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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