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을 운영하는 리드(애쉬튼 커쳐)는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해 애인인 몰리(제시카 알바)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승낙을 받는다. 리드는 이 소식을 이혼한 의사 해리슨(패트릭 뎀시)과 사귀고 있는 줄리아(제니퍼 가너)에게 전한다. 매년 안티 발렌타인 데이 파티를 여는 줄리아의 친구 카라(제사카 비엘)는 자신이 홍보를 맡고 있는 미식축구선수 숀 잭슨(에릭 댄)의 재계약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스포츠 전문기자 켈빈(제이미 폭스)은 발렌타인 데이에 맞는 특종을 잡기 위해 뛰어다닌다. 만난지 2주된 전화교환원 리즈(앤 해서웨이)와 우편물취급 사원 제이슨(토퍼 그레이스)은 처음 맞는 발렌타인 데이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여군 장교 케이트(줄리아 로버츠)와 동승하게 된 홀든(브래들리 쿠퍼)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된다.
<발렌타인 데이>는 365일 언제나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 LA를 배경으로, 2월 14일 하룻동안 사랑하고 이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우리나라에서 발렌타인 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전하는 날로만 알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 이상으로 1년 중 가장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날이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는 ‘해피 발렌타인’이라는 달콤한 인사로 시작한다. 리드는 몰리에게 청혼하고, 전날 달콤한 밤을 보낸 해리슨과 줄리아, 제이슨과 리즈는 행복한 아침을 같이 맞는다. 또한 오랫동안 사랑을 이어온 노부부는 작은 선물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확인한다. 이들은 저마다 사랑이라는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행복을 만끽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2시간 내내 행복하고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몰리는 리드의 청혼에 부담을 느끼며 헤어지고, 줄리아는 해리슨의 이중생활을 알게 된다. 또한 제이슨은 리즈의 비밀 아르바이트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노부부는 예전 불륜사실 때문에 크게 싸운다. 행복할 것 같은 이들은 위기를 맞이하며 달콤한 사랑에 감춰져 있는 쌉싸름함을 느낀다.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한 솔로들도 예외는 아니다. 카라는 자신이 주최한 파티에 한 명도 오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해 하고, 숀은 자신의 미식축구팀에서 퇴출위기에 놓여 힘들어한다. 그리고 스포츠 전문 기자 켈빈은 난데없이 발렌타인 데이 관련 특종을 잡아야 한다는 국장의 말에 이 날을 증오하기까지 한다.
<발렌타인 데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러브 엑츄얼리>가 떠오른다. 발렌타인 데이라는 특별한 날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는 이야기는 <러브 엑츄얼리>와 흡사하다. 차별성 없이 쉽게 유추되는 이야기 패턴이나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만 놓고 본다면 <발렌타인 데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게리 마샬의 연출력은 12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영화를 지루하게 놔두지 않는다. 그동안 게리 마샬감독은 <귀여운 여인>을 비롯해 <프랭키와 쟈니>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로 다수의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왔다. 그간 해왔던 작업처럼 영화는 흔한 사랑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익숙한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점점 낯익은 느낌을 준다. 더불어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자신을 떠난 연인을 붙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나 로맨틱한 프로포즈 장면을 살짝 비트는 잔재미를 준다.
로맨틱 코미디에 잔뼈가 굵은 감독의 파워 때문일까? <발렌타인 데이>는 어마어마한 개런티를 생각하게 만드는 다수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애쉬튼 커쳐, 제시카 알바, 제이미 폭스, 제니퍼 가너, 제시카 비엘, 브래들리 쿠퍼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배우들의 출연은 실질적인 영화의 매력이다. 특히 <귀여운 여인>을 통해 스타가 된 줄리아 로버츠와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로 첫 영화를 찍었던 앤 헤서웨이는 감독과의 의리를 지키며 영화에 출연했다. 이 밖에도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훈남 의사 패트릭 뎀시와 에릭 데인 그리고 <트와일라잇> <뉴문>의 늑대인간 테일러 로트너가 등장해 여성 관객들에는 더할 나위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발렌타인 데이>는 소년의 사랑부터 노부부의 사랑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별다를 것 없는 사랑이야기지만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사랑과 이별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종합선물세트처럼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골라 볼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관객들은 연인이나 솔로 가릴 것 없이 사랑이 넘치는 시간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2010년 2월 10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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