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트럭. 운전석에는 두 아이를 품에 않은 채 죽어있는 한 여자가 타고 있었다. 40년 후,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입양된 후 줄곧 미국에서 살았던 메리(아나스타샤 힐)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찾기 위해 고향으로 오고, 유일한 유산으로 남겨준 버려진 폐가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던 도중 자신을 태워다 준 가이드가 사라지고, 홀로 폐가에 들어가게 된다. 공포에 휩싸인 그녀는 우연히 과거의 비밀을 찾기 위해 그곳에 온 니콜라이(카렐 로든)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기괴한 형상을 마주치게 된다.
비밀을 알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 인적이 드문 폐가,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 <어밴던드>는 호러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차용하는 일반적인 미스터리 공포다. 두 주인공은 기억에서 사라진 40년 전 일을 자세히 알기 위해 그들이 태어났던 폐가로 오게 된다.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진실처럼 폐가에 서려있는 공포는 되살아난다. 특히 집안 곳곳에 남겨진 의문의 흔적과 정체 모를 형상들의 출현은 자연스럽게 공포감을 조성한다.
<어밴던드>의 진정한 공포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가족이란 관계다. 영화의 원작자인 카림 후세인은 그의 소설에서 가족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다뤘다. 감독은 원작을 토대로 가족이란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주인공을 통해 가장 근본적인 공포를 전한다. 또한 영화는 말이 통하지 않는 러시아와 폐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 안에 갇힌 메리와 니콜라이를 통해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뭔가에 고립되어 있는 느낌과 더불어 진실로 다가갈수록 겪게 되는 악몽 같은 일은 호러 영화의 맛을 살린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을 넘어갈수록 제목 ‘Abandoned(버려진)’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진다. 호러 공식을 충분히 살리면서 호기심을 유발했던 영화는 점점 그 재미를 잃어간다. <어밴던드>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40년 전, 그날의 진실이다. 영화는 무서운 진실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두운 조명과 메리의 비명을 사용하지만, 관객에게 공포감을 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감독은 실질적인 공포를 보여주기 위해 핸드 헬드 카메라와 거친 영상을 활용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채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가족이라는 혈연 관계를 소재로 원초적인 공포를 보여준 새로운 시도는 흥미롭다. 하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관객의 머리를 쥐어짜는 듯한 이야기 구성은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더불어 호러 영화에 어울릴 만한 소름 끼치는 장면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어밴던드>는 소재의 공포감을 살리지 못한 밋밋한 호러 영화가 되고 말았다.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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