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PC게임 꽤나 했던 사람들은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이하 ‘<페르시아의 왕자>’)가 익숙할 것이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동명 PC게임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등장인물과 배경을 고스란히 가져와 영화로 재탄생 시켰다. 원작 게임에서는 한정된 시간 안에 공주를 구하는 내용이었다면, 영화에서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다스탄의 여정을 다룬다. 영화는 원작의 재미를 고스란히 드러내기 위해 처음부터 다스탄의 묘기 대행진으로 시작한다. 지붕위를 제 집 드나들듯이 뛰어다니며, 적의 포위망을 뚫고 이리저리 도망가는 모습은 원작 PC게임을 접했던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이를 통해 제작진은 원작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겠다는 다부진 의도를 보여준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다스탄의 현란한 움직임으로 첫 포문을 연 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신비한 단검을 주요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타미나와 위험한 동행을 하던 다스탄은 단검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단검 끝에 있는 단추를 누르면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타미나와 함께 신비의 단검을 비밀의 사원으로 가져가는 동시에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페르시아 왕국으로 침입한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여타 어드벤처 영화처럼 당연히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가 등장하고, 다스탄과 타미나는 서로 잡아먹을 듯 싸우다 어느 순간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커플로 발전한다. 이처럼 영화는 블록버스터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또한 영화는 언제나 가족을 중시하는 여타 디즈니 영화들처럼 평화를 다시 되찾는 열쇠를 세 왕자의 형제애에서 찾는다. 게다가 왕권을 침탈하려는 숙부의 계략으로 쫓겨난 다스탄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심바’가 연상될 정도로 흡사하다.
하지만 새로움 없이 2시간 동안 사막에서 펼쳐지는 다스탄의 모험은 무료하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은 긴장감을 유발하며 스펙타클을 전한다. 하지만 비슷한 액션구도와 CG로 도배된 듯한 장면의 연속은 마치 모래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지루함을 준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시간을 조종하는 모래가 있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대결 장면에서는 인위적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모래 CG가 눈에 거스릴 정도다. 또한 다스탄 역으로 액션 캐릭터의 옷을 입은 제이크 질렌할은 이렇다 할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숙부 니잠 역으로 나온 벤 킹슬리는 매력 없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단순히 즐기기에는 무난하지만 그리 오래 기억될 만한 영화는 아니다.
2010년 5월 24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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