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짜리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루저들. <내 남자의 순이>는 오로지 관객을 웃기기 위해 만든 영화다. 박해미, 신이의 캐스팅만 보더라도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바로 직감할 수 있다. 영화는 박해미와 신이라는 두 배우의 힘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몸을 던지며 웃음을 전하고 화장실 개그까지 보여주는 두 배우의 의지는 좋다. 서로 상반된 캐릭터로 매번 티격태격 싸우고, 광수를 사이에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문제는 이들의 호흡이다. 영화 속 두 배우의 호흡은 잘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90분 내내 헛돈다. 각각의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포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따로 노는 듯 하다.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몸개그와 애드리브는 서로 손발이 안 맞아 역효과를 낸다. 특히 각자의 애드리브는 허공에 맴돌기 일쑤다. 또한 그들이 보여주는 화장실 개그는 거부감마저 들게 한다. 더불어 첫 코믹연기를 보여준 이태성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마냥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건 감독의 연출력이다. <내 남자의 순이>는 이전 <어린신부>와 <제니, 주노>를 연출한 김호준 감독의 세번째 작품이다. 하지만 5년의 공백이 컸을까? 연출감을 잃어버린 것처럼 영화는 웃어야 할 장면에서조차 웃음이 나지 않는다. 코믹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두 여배우를 데리고도 재미를 느끼는 장면이 손에 꼽을 정도다. 또한 간간히 웃음을 줘야 하는 조연들도 판에 박힌 코믹 연기에 허탈함마저 느껴진다. 아무리 단순한 기획에서 나온 코미디 영화라도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면 보는이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 남자의 순이>는 그 재미라도 관객에게 전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2010년 5월 24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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