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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애니메이션, 정서를 만나다 (오락성 6 작품성 8)
스카이 크롤러 | 2010년 10월 28일 목요일 | 최승우 이메일

배경은 가까운 미래 세계. 몇 번의 커다란 전쟁을 치르고 평화를 찾은 인간들은 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쇼로 만들어 벌인다. 그리고 그 대리전을 펼치는 두 회사 로스톡과 라우테른이 있다. 유럽 전선의 기지 우리스로 배속되어 온 전투 파일럿 간나미 유이치. 로스톡 소속의 그에게는 이전의 기억이 없다. 그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이 ‘키르도레’라는 것과 전투기 조종법 뿐. 그런 유이치를 맞이한 기지의 여사령관 구사나기 스이토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를 쫓고, 계속되는 전투는 로스톡의 승리로 이어진다. 결국 라우테른은 ‘티쳐’라 불리는 강력한 에이스 파일럿을 전투에 투입시킨다.

사실 <스카이 크롤러>에서 오시이 마모루가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일관된 이야기를 해온 작가다. 그는 <공각기동대> 극장판과 현재 시즌 3까지 등장한 TV판까지 주요 작품들에서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고찰을 실험해왔는데, 그 화법은 진중하고 무거웠다. <이노센스>는 그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철학적 자의식이 과잉되어 지나칠 정도에 이르렀다. 아예 인문학의 경구들을 시종일관 대사로 차용한 선문답은 보는 사람을 적잖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오시이 마모루는 <스카이 크롤러>를 통해, 자신의 자식들을 포함한 젊은 세대와 좀 더 소통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봄의 눈> 등을 작업한 1982년생의 신예 이토 치히로에게 시나리오를 맡겼는데, 결과적으로 둘의 합작은 아주 이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을 지배하던 딱딱하고 현학적인 서사가 사라진 대신,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충분한 여백, 아름다운 이미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상이 반복되는 지상과 공중전이 펼쳐지는 하늘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극명하다. 특히 비행기 안에서 바깥을 보는 시점, 바깥에서 비행기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나누어진 카메라로 표현된 전투신은 지금까지 어느 애니메이션에서도 볼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역동적이고 섬세하다.

영화의 배경은 전쟁이 없는 세계다. 물론 ‘리얼’ 전쟁이 없을 뿐이고, 전쟁은 상품화된 대리전으로 대체된다. 이 대리전을 치르는 파일럿들은 십대 소년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어찌된 이유인지 더 이상 성장을 멈춘 ‘키르도레(Kildren)’다. 영화는 이들의 건조한 일상, 전투, 그리고 뭔가 수수께끼 같은 기시감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키르도레가 무엇인지, 그들은 어떻게 태어난 존재인지, 모습조차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티쳐‘라는 별명을 가진 공포의 에이스 파일럿은 누구인지 등의 설정에 대해 영화는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다.

이것은 “나는 키르도레의 존재에 대해 너무 많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는 오시이 마모루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의도적으로 생략된 것이다. 그것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거나, 또는 그런 애매함 자체가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다. 주인공들의 표정은 꿈에 빠져 있는 것처럼 공허하고 무표정하다. 그들은 ‘어디의 누구와 싸우는지도 모르고’ 전투를 반복한다. 모든 것의 비밀은 영화가 끝날 즈음 살짝 암시될 뿐이다. 영화는 이런 혼란의 한가운데에 관객들을 던져 넣고, 그 여운에 따른 해답은 각자가 구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므로 <스카이 크롤러>는 심각하게 사유하는 것보다는 작품 자체를 하나의 정서로 받아들이는 쪽이 더 이해하기 수월한 작품이다.

2010년 10월 28일 목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오시이 마모루의 미학적 완벽주의와 묘한 페이소스의 절묘한 합체.
-그들은 자라지 않는 것인가, 자라지 못하는 것인가? 보고 나면 던져지는 생각할 거리.
-공중전 신은 그야말로 판타스틱하다. 눈이 휙휙 돌아간다.
-클라이맥스가 뚜렷한 미야자키 하야오 류의 애니메이션을 기대한다면 지루하다.
-아무리 그래도 애매모호한 설정이 몰입을 방해하는 건 좀….
1 )
bjmaximus
작품성이 더 좋은 애니메이션이라..   
2010-10-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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