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세이프 하우스>의 액션은 꽤 탄탄한 편이다. 카메라 워크의 속도감도 넘치고 편집도 정교하다. 비록 제이슨 본 시리즈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긴 하지만, 감독은 잔재주 없이 아날로그 액션을 솜씨 있게 연출해냈다. 자동차 추격전과 육탄전이 주를 이루는 액션은 사실적인 현장감과 세련된 비주얼을 동시에 선사한다. 문제는 새로운 것도 긴박감도 없는 중구난방의 허술한 스토리다. 한마디로 너무나 예상대로라 예상 밖이다. 목적지가 훤히 보이는 평탄한 길을 괜히 이리저리 방향만 틀어 달려가는 듯한 산만한 인상을 준다.
냉전 시대와 테러에 맞서는 CIA의 활약상이 예전 첩보영화의 단골 소스였다면, CIA 요원이 내부의 적에 맞서는 음모론은 2000년대 이후 첩보영화의 단골 소스다. 도움을 청했다가 뒤통수를 맞는 주인공, 도망자와 추적자가 예상치 못하게 콤비가 된다는 설정 등, <세이프 하우스>의 플롯과 캐릭터는 그런 여느 스릴러 영화들의 캐릭터와 상황을 끌어다 얼기설기 짜깁기를 한 것처럼 보인다. 따지고 보면 고참 흑인요원과 신참 백인요원의 불편한 협력관계부터가 덴젤 워싱턴의 전적 <트레이닝 데이>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트레이닝 데이>에 비해 라이언 레이놀즈의 캐릭터는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덴젤 워싱턴과 팽팽하게 평행선을 이루지 못한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이고, 관습적인 것들을 가져다 자신의 스타일로 재창조를 하는 것 역시 실력이고 재능이다. 그러나 그런 반열에 오른 영화들과 비교하기에는 <세이프 하우스>는 너무 엉성하고 투박하기 그지없다. 차라리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음모와 반전을 최소화하고, 장점인 스트레이트한 액션에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2012년 2월 29일 수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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