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 인 더 우즈>는 무섭다기보다 영리함이 빛나는 귀신의 집이다. 기존의 호러 영화 공식을 답습하면서도 그것을 비트는 재주가 용하기 때문. 일단 여타의 호러 영화처럼 섹스․마약 등을 하는 인물들은 어김없이 죽고, 힘만 믿고 날뛰는 마초남도 좀비들의 놀잇감이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펼쳐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본색을 드러낸다. 이들이 여기에 온 것부터 좀비들에게 순차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 모두 그 누군가의 짓이다. 그러므로 영화의 쾌감은 좀비들이 아닌 의문의 집단과 사투를 벌일 때 나온다.
제작을 맡은 <어벤져스>의 조스 웨던과 연출을 담당한 <클로버필드>의 드류 고다드는 이미 드라마 <뱀파이어 해결사>를 통해 기존 호러드라마와 차별화 되는 작품을 선보인바 있다. 이러한 노하우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이들은 호러 장르에 코미디와 SF 등 다수의 장르적 특성을 뒤섞는다. 특히 <어벤져스>에서 코믹한 상황극을 절묘하게 그린 바 있는 조스 웨던은 이번 영화에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커트(크리스 햄스워스)와 줄리(안나 허처슨)가 사랑을 나눌 잔디밭에서 페르몬 향수가 나오는 장면이나, 마약에 찌든 마티(프란 크랜즈)가 개조한 커피 텀블러로 좀비를 물리치는 장면 등은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의 백미는 지금껏 호러 영화에서 악역을 담당했던 귀신, 괴물 등이 떼로 나오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펼쳐지는 피의 만찬은 호러 영화 마니아들에게 축복을 선사한다. 올해 아직 마음에 드는 호러 영화를 만나지 못했다면, <캐빈 인 더 우즈>가 그 공허함을 충분히 채워 줄 것이다.
2012년 6월 2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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